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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8월 22일 야곱의 우물- 마태 23,1-12 묵상/ 오체투지의 마음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8-22 조회수404 추천수5 반대(0) 신고
오체투지의 마음

그때에 예수님께서 군중과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모세의 자리에 앉아 있다. 그러니 그들이 너희에게 말하는 것은 다 실행하고 지켜라. 그러나 그들의 행실은 따라 하지 마라. 그들은 말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는다. 또 그들은 무겁고 힘겨운 짐을 묶어 다른 사람들 어깨에 올려놓고, 자기들은 그것을 나르는 일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이 하는 일이란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성구갑을 넓게 만들고 옷자락 술을 길게 늘인다. 잔칫집에서는 윗자리를, 회당에서는 높은 자리를 좋아하고, 장터에서 인사받기를, 사람들에게 스승이라고 불리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너희는 스승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너희의 스승님은 한 분뿐이시고 너희는 모두 형제다. 또 이 세상 누구도 아버지라고 부르지 마라. 너희의 아버지는 오직 한 분, 하늘에 계신 그분뿐이시다.
 
그리고 너희는 선생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너희의 선생님은 그리스도 한 분뿐이시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 예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자신을 낮추는 사람이 높아진다며, 우리가 하고 싶은 것과는 반대로 살라고 하신다. 이 말씀은 도대체 뭔가? 그러다가 소중한 글을 하나 발견했다. 조선시대 고전수필 중 이곡이란 이가 쓴 ‘차마설(借馬設)’이라는 글이다. 작가는 말을 빌려 탄 경험으로 글을 시작한다.
비루한 말을 빌려 탔을 때는 조심조심 몰았으나, 준마를 몰았을 때는 의기양양해져 함부로 몰아 위태롭기까지 했던 경험을 말한다. 그는 이어서, 남의 것을 빌렸을 때도 이럴진대 하물며 내 것이라 생각하는 물건에 대해서는 마음이 어찌 바뀔까 하는 성찰을 보탠다. 그러면서 임금은 백성에게, 자식은 부모에게 비복은 상전에게 권세와 힘을 빌린 것이니 이 세상 어느 것도 빌리지 않은 것이 없다고 했다. 마지막에는 맹자를 인용해 ‘남의 것을 빌려 쓴 지가 오래되면 마치 자신의 것으로 안다.’면서 무소유의 의미를 일깨우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 세상 것은 모두 하느님의 것이다. 내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 또 우리는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 잠시 머물다 가는 생명체일 뿐이고, 하늘·땅 · 공기 · 물 모두 우리의 후손들이 쓸 공동 재산이다. 그런데 우리는 늘 착각 속에 산다. 이것들은 우리 것이며 이것과 더불어 영원히 살 것이라고.
초여름의 문턱에 들어서는 어느 날, 오체투지 순례단에 참석했다. 아스팔트에 가려 흙과 풀냄새조차 맡을 수 없는 맨바닥에 하루 동안 납작 엎드리며 순례를 했다. 처음에는 화가 났다. 이게 웬 미친 짓이지? 햇빛은 머리에 온몸에 꽂혀 간다. 그러나 나의 오체(五體)가 땅에 납작 엎드려지는 게 점점 편해질 무렵 동작을 알리는 징소리만 들린다. 나는 나 자신을 잊어간다. 생각이 없어진다. 절하는 나만 있고 아무것도 없다.
이름 없는 풀포기, 먼지 하나만한 존재인 나, 거대 자연의 한 조각일 뿐인 나. 아, 바로 이거였구나! 어쩌자고 그런 내가 최고라고 우기느라 소중한 힘을 소진한거냐? ‘주님, 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당신 앞에 납작 엎드려 다른 사람을, 온 우주를, 당신을 섬기고 낮은 마음으로 살게 하소서.’아멘.
한은주(수원교구 안중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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