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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8월 23일 연중 제21주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8-23 조회수649 추천수12 반대(0) 신고
 
 

8월 23일 연중 제21주일 - 요한 6,60-69



"영은 생명을 준다. 그러나 육은 아무 쓸모가 없다.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은 영이며 생명이다."


<영적 생활의 결실>


   어떤 음식을 좋아하십니까? 결혼식이 끝나면 보통 출장뷔페가 차려진 장소로 안내받지요. 그리로 가시면 제일 먼저 어떤 음식에 손이 가십니까? 갈비를 수북이 담아 와서는 환한 얼굴로 신나게 먹어대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조금은 서글퍼지더군요.


   저 같은 경우 요즘 '뜯는 작업'이 필요한 육류에는 전혀 손이 가지 않습니다. 제일 먼저 제 눈에 들어오는 음식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불쌍하게도 호박죽입니다. 집에서도 늘 먹는 밥이나 김치 정도입니다.


   한때 그렇게 정신없이 좋아하던 양념갈비였는데, 한때 그렇게 즐겨먹던 삼겹살이었는데, 이제 별 관심도 없습니다. '이거다' 하는 맛도 느끼지 못합니다. 절차가 복잡한 음식은 싫습니다. 그저 간단히 한그릇 먹는 게 최고입니다.


   제가 요즘 영적생활만 너무 강조하다보니 그런가 생각하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닙니다. 제 입이 고급으로 변했나, 생각해보지만 그것도 아닙니다. 그저 맛있는 것, 특별한 것에 대한 관심이 없어졌습니다. 흥미를 느끼지 못합니다. 시시해졌습니다.


   어울리지 않게 결혼식 뷔페식당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 것들의 특징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말입니다. 우리의 촉각을 곤두서게 하는 세상 것들이 대부분 지닌 한 가지 특징은 유한성입니다.


   돌이켜보십시오. 한때 우리가 그토록 혈안이 돼 찾아다녔던 세상 재미들이 세월과 더불어 이제는 우리들의 관심사에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한때 목숨조차 걸 정도로 절대적 것으로 여겼던 대상들이 이제 별것 아닌 것들로 전락했습니다.


   살레시오 회원인 저이기에 어쩔 수 없는가봅니다. 요즘 제게 가장 큰 관심사는 어쩔 수 없이 사랑스런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이 어찌 그리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표현이 정말 마음에 와 닿습니다.


   한 아이가 아픈 과거를 훌훌 털어버리고 활짝 웃으며 일어서는 것을 볼 때면 보신탕 몇 그릇 먹는 것보다 훨씬 기쁩니다. 한 아이가 악습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 영혼의 순수성을 회복하고, 제 갈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3만 원 짜리 뷔페 열 번 가는 것 보다 훨씬 더 기분 좋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육(肉)에 비교해 영(靈)의 우위성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영은 생명을 준다. 그러나 육은 아무 쓸모가 없다.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은 영이며 생명이다."


   우리 그리스도인에게는 추구해야 할 보다 항구한 대상, 보다 차원 높은 대상, 결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을 대상이 필요합니다. 그 대상은 바로 예수님이시며, 그분께서 남겨주신 복음이며, 복음의 핵심인 사랑입니다. 그분께서 즐겨하실 영적생활입니다. 영혼에 우위성을 두는 삶입니다.


   예수님, 그분은 만날 때마다 새롭습니다. 그분께로 돌아갈 때마다 뭔가 색다릅니다. 그분의 복음 역시 단 한 번도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결국 최종적으로 선택할 대상, 마지막으로 돌아갈 대상은 우리를 영적생활로 인도해주실 예수님이십니다.


   영적생활이란 어떤 것일까요? 육체가 이끄는 대로 행동하기보다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영혼의 소리에 따라 행동하는 생활, 눈에 보이는 것이 결코 다가 아니기에 보이는 것 그 너머의 것을 보고자 노력하는 생활이 아닐까요?


   제대로 된 영적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은 지금까지 끼고 있던 색안경을 벗어버리게 됩니다. 고정관념이나 자기중심주의에서 자유롭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볼 수 없던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됩니다. 그토록 기를 쓰고 보아도 볼 수 없던 천국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영적여정이 시작될 때 그리도 지긋지긋하던 십자가가 사실은 가장 큰 하느님 은총이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리도 우리를 지루하고 고달프게 만들었던 일상생활이 눈부신 경이로움으로 다가오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를 성가시게 했던 이웃들이 가장 아름다운 선물로 여기게 될 것입니다.


   영적생활의 기쁨에 푹 잠기게 될 때 주변 모든 사물들이 다 스승으로 변할 것입니다. 산들바람에 흔들리며 떨어지는 꽃잎들, 바람에 서걱거리는 대나무 숲, 출렁이는 금빛 물결, 고요한 호수, 황금빛 석양…. 이 모두는 다 인생의 진리를 말해주는 스승이 될 것입니다.


   영적인 눈을 뜨고 새로운 감성으로 다시 읽는 복음서는 오랜 세월 우리가 지니고 있던 의혹과 불신을 뛰어넘게 해줄 것입니다. 영적인 한 인간이 봉독하는 복음은 다름 아닌 생명의 복음이요 희망의 복음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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