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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는 무엇인가? ....... 김상조 신부님
작성자김광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9-08-24 조회수544 추천수7 반대(0) 신고


 

재작년 가을이었던 듯하다.

당시 인평성당 주임으로 있으면서

가끔 모친이 계신 대구로 가는 국도를 달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올해 단풍은 참 예쁘구나! 아마도 단풍들 때 비가 자주 와서 물감이 잘 들었나 보다!’

 

이름 모를 작은 나무나 무성히 자란 풀잎조차도 단풍 물감이 정말 잘 들었다는 생각이 들곤 하였다.

그런데 어느날 청년회원들과 문경 나들이 가는 길이었다.

그 때에도 속으로 그런 생각이 들어서 무심코 같이 가던 청년회원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단풍 좀 봐바요!”

그랬는데 그 친구는 나와 정반대의 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올해 단풍은 정말 칙칙해요. 저게 뭡니까 글쎄!”

 

그 때 순간적으로 깨달았다.

‘그렇다! 이것이다. 실제로 단풍은 아름답거나 칙칙하거나 한 것이 아니다.

그 단풍을 바라보는 우리 마음이 아름답거나 칙칙할 뿐이다’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은 나와는 전혀 다른 별개가 아니다.

바로 우리 자신이다.

우리가 보는 대로 보이는 세상이다.

내가 기쁘면 세상도 기쁘고 내가 우울하면 세상도 우울한 것이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은 결코 다른 어떤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인 셈이다.

그래서 독일 철학자 베른하르크 벨테는 “세계는 우리 각자의 작품”이라고 말했다.

단풍 만이 아니다. 나와 관계하는 모든 것들이 바로 나 자신의 거울이다.

“부부는 거울”이라는 말도 있지만 “나”라는 주인공과 내가 만나는 모든 것들이 나의 거울이다.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이냐에 따라 세상도 거기에 맞춰지는 것이다.

남편 아내 자녀, 지금 바로 내 옆자리에 있는 형제, 자매 모두.

 

그래서 예수님은 분명하게 말씀하셨다.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여라” 이웃은 결코 영원한 남이 아니다.

그 이웃 사랑에 대해 예수님은 이런 말씀도 하셨다.

“벗을 위하여 제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그리고 지난 주 복음에서는 당신이 바로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이라고 말씀하시면서

결국 당신 자신이 이웃인 우리들을 위하여 십자가에 목숨 바칠 것에 대해 말씀하셨다.

 

그런 이웃사랑에 대해 유다인들은 몹시 거북한 반응을 보였다.

“저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살을 우리에게 먹으라고 줄 수 있단 말인가?”

“이 말씀은 듣기가 거북하다. 누가 듣고 있을 수 있겠는가?” 하고 반문하고 있다.

 

물론 당시 예수님 말씀은 지금 우리가 듣기에도 거북한 점이 없지 않다.

“내 살을 먹어라” 하고 말씀하시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니 배고프나? 그라마 내 살 뜯어 묵어라”하겠는가!

 

예수님 말씀의 요지는 “나를 주겠다. 나를 가져라”는 것이지,

“너를 내게 다오!” 하신 것이 아니다.

이것이 중요하다.

예수님은 세상을 향해 외쳤다.

“나를 가져라. 내 모든 것, 심지어 내 살까지도 가져라!”하고 말씀하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세상을 향해 달라고 떼 쓰는 것이 아니라 주겠다고 팔을 벌린 것이다.

 

세상은 내 마음의 거울이라고 했다.

그러니 내가 세상을 향해 모든 것을 주겠다는 것은,

세상 모든 것이 나를 위한 것이라는 말과 같다.

 

그리고 이런 사실에서 발견되는 한 가지 사실.

그렇게 해서 예수님은 당신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서 분명하게 규정하셨다.

당신이 바로 빵과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당신 자신을 십자가에 제물로 봉헌하셨다.

세상을 향해 팔을 활짝 펴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우리 자신을 어떻게 규정하느냐가 중요하다.

과연 나는 무엇인가? 내가 무엇이냐에 따라 세상이 그렇게 변하게 될 것이고,

바로 그런 세상이 나에게 주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빵이라고 하셨으니

우리는 그 빵을 굽는 오븐일 수도 있고,

빵의 재료인 밀가루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 빵이 놓여지는 식탁일 수도 있을 것이지만,

그 빵을 못 먹게 만드는 곰팡이가 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단풍을 보고 “참 예쁘다!”고 말하는 것이

“정말 칙칙하다”고 말하는 것보다 열 배, 백 배 더 좋은 것이다.

오늘 내가 만나게 될 모든 것들에 대해 거북해 하기 보다

기꺼이 환영하고 포옹하는 것이 훨씬 더 나를 풍요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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