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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너무나도 깊은 상처---롤하이저 신부님의 칼럼에서
작성자김용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9-08-24 조회수596 추천수6 반대(0) 신고
거의 700년 전에 페르시아의 시인 하피즈(Hafis)가 <너무나 깊은 상처>라는 제목의 시를 썼다.
“지선(至善)의 창조주 당신께서 판 구멍 안에 당신이 계신다는 것을 알고
자주 노래를 들려드렸지만 당신께서는 결코 나오시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당신 안에 숨어 있는 사람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자살하는 사람은 너무나도 상처가 깊어 치유할 수 없기 때문에 목숨을 버린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상처 받은 영혼을 어루만져 주신다.
어떤 사람이 자살할 충동에 빠졌을 때 하느님뿐만 아니라 누구나 그 사람을 달래어 보려고 한다. 따라서 사랑하는 사람이 자살했을 때만큼 사람을 처절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갑자기 잃은 충격으로 주저 앉고 마는 수가 많다.
그러나 자살 때문에 다른 사람이 비통함을 느끼고 혼란 속에 빠지고 죄의식을 느끼고
별별 생각을 다하면서 신앙에 의문을 갖는 수가 많다.
내가 그 사람에게 잘못한 일은 없었을까?
지금도 여전히 남에게 같은 잘못을 범하고 있지는 않은가?
자살한 사람과 하느님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하여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첫째 자살은 병이며 일반적으로 병 중에 원인이 가장 알려져 있지 않은 병이다.
심장마비와 같이 자살은 자신의 의지와는 반대로 사람의 생명을 앗아 가버린다.
정신적인 암인 것이다.
둘째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 사람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왜 눈을 뗐는지, 자살을 막을 방법을 왜 강구하지 않았는지 하는 등의 자책(自責)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살은 일반 병과 같이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부터 구할 수가 없게 한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들과 같이 그 사람을 너무나 사랑하셨지만 영원의 측면에서 아무 일도 하실 수가 없으셨던 것이다.
셋째 하느님께서 저 세상에서 그를 어떻게 대하실까 하는 지나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느님의 사랑은 사람들과 달리 잠긴 문도 열고 들어가 우리들은 보듬을 수 없는 상처를 보듬어 주신다는 것이다.
 
이제 자살에 대해서 뭔가를 알 것 같지만, 자살하기 전의 자살자나 자살한 후 슬퍼하고 있는 가족을 만나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살아남은 사람에게 자살만큼 고통을 주는 것은 없다.
건강한 사람은 아무도 죽으려고 하지 않을뿐더러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런 고통을 안겨주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데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 자살을 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약물치료로 자살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들에게 무언가를 시사한다.
 
대부분의 경우 자살은 병일뿐 죄가 아니다. 아무도 암을 기꺼이 선택하여 고통을 겪으려고 하지 않는 것처럼 건강한 사람은 아무도 자살을 하려고 하지도 않을뿐더러 사랑하는 사람에게 죽음의 짐을 지우려고 하지도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자살자는 영혼과 인체의 생화학에 뿌리를 박고 있는 극심한 혼돈의 덫에 걸려 빠져 나오지 못한다. 그리하여 마치 옷에 불이 붙어 고층건물에서 뛰어 내릴 수 밖에 없는 사람과 같이 대부분의 경우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끝내기 위하여 자살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쓴다.
 
우리 모두 주변에서 자살한 사람을 보았겠지만 그 사람은 교만하지도 않고 건방지지도 않으며 남을 해치지도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자살자 자신은 너무나도 상처가 깊어서 도저히 치유할 수 없는, 말 못하는 여러 가지 암적인 문제들을 갖고 있다.
자살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은, 그 사람이 강인하지 못하고 너무나 약했으며
그 사람의 상처가 너무나도 깊어서 치유해줄 수가 없었다는 것을 잘 안다.
 
한 신부가 한 자살자의 장례식에서 자살은 그 사람의 잘못이며 절망에 빠져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라는 말을 했다. 자살자의 친척이 장례식이 끝난 후 식사를 하면서
이 신부의 강론에 대한 불쾌감을 털어놓았다. “세상에는 자살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자살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오늘 떠나 보낸 그 사람은 저가 여태까지 만난 사람들 중에 마음이 가장 약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아마 자살을 하는 마지막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한 권의 책을 써도 모자랄 것이다.
이 세상에서는 온순한 사람일수록 생존경쟁에 지는 것을 많이 본다.
 
마지막으로 자살한 사람을 하느님께서 어떻게 대하실지를 너무 걱정하지 말아야 한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바와 같이 하느님께서는 너무나도 깊은 상처를 가진 우리들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갖고 계신다. 또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사랑은 잠긴 문도 통과하시고 중풍환자도 낫게 해주시고 지극한 정성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우시는 것을 보여주셨다. 우리들은 못 가는 곳이 있어도 하느님께서는 못 가시는 곳이 없다. 하느님께서는 어디든 가신다.
 
우리가 사랑했던 자살자는 지금 하느님의 품 안에 있으며 지상에서는 누릴 수 없었던 자유를 만끽하고 있으며 하느님의 어루만지심으로 깨끗이 상처가 나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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