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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 60리 정원 돌아보기
작성자지요하 쪽지 캡슐 작성일2009-08-25 조회수1,419 추천수1 반대(0) 신고
                    내 60리 정원 돌아보기

 



매일 아침(대개 5시쯤) 눈을 뜨면 맨 먼저 하는 일이 쓰레기 버리는 일입니다. 음식물 쓰레기와 분리 수거한 쓰레기들을 모두 가지고 나가 아파트 마당 한 켠 지정된 쓰레기통에 버리는 일은 밝아오는 아침을 맞는 일이기도 하지요. 노친과 우리 부부, 조카아이가 사는 작은 살림인데도 많든 적든 매일같이 쓰레기가 생긴다는 것이 조금은 신기하기도 합니다.

쓰레기 버리는 일을 하면서 아침기도와 삼종기도를 합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서, 아파트의 쓰레기통이 있는 곳으로 이동을 하면서,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오면서 기도를 하는데, 수호천사와 수호성인께 드리는 기도까지 하면 집에 들어오게 됩니다. 손을 씻고 컴퓨터 앞에 앉아 컴퓨터가 켜지는 동안 '봉헌 기도'를 합니다.

그리고 어제의 '생활일기'를 쓰고, 오늘의 미사 내용을 복사해서 내 홈페이지에 올리고, 인터넷 '가톨릭 굿 뉴스'에 가서 내일의 미사 내용을 복사하여 내 컴퓨터 '매일미사' 방에 넣고 정리를 한 다음 지난해 오늘의 '생활일기'를 불러내어 읽어보는 일을 합니다. 지난해 오늘은 내게 무슨 일들이 있었나, 내가 무슨 생각 어떤 모습으로 생활했나 돌아보는 것은 적이 흥미롭기도 합니다.          

또 지난해 오늘 전송한 '가족메일'이 있으면 그 가족메일도 불러내어 한번 읽어보고, 내 홈페이지의 '가족공동체' 방에 올리기도 합니다. 지난해 오늘의 내 '가족메일'을 1년 후인 오늘에 다시 읽어보는 것도 조금은 재미롭습니다. 아, 그 일이 엊그제 같은데, 그새 벌써 일년이 갔구나! 세월의 덧없음과 인생 무상도 반추하게 되고….

아침미사가 있는 월요일과 목요일, 그리고 요즘엔 병환을 겪으시는 노친을 모시고 주일미사를 아침에 지내는데, 아침미사에 참례라는 날에는 약간의 변동이 있지만, 대개는 위에 적은 고정적인 아침 일과로 하루 생활을 시작합니다.

그런 연유로 오늘 아침에 지난해 8월 25일의 '가족메일'을 읽었습니다. "8월의 마지막 주간이 되었네. 이번 주가 지나면 8월도 가고 금년의 3분의 2가 꺾어진다는 얘기. 아침저녁은 물론이고 한낮에도 느껴지는 가을 기운이 벌써부터 인생 무상에 대한 우수 같은 것을 안겨주는 듯싶네."로 시작되는 지난해 오늘의 가족메일 안에 재미있는 내용이 있더군요.

여러 가지 일들이 여러 개 항목으로 소개된 가운데 '나의 정원 돌아보기'라는 항목이 있더군요. 지난해 8월 23일과 24일 이틀 동안 아산시 인주면의 공세리성당에서 우리 태안성당의 일부 신자들이 '피정(避靜)'를 했는데, 오남한 루까 신부님과 함께 피정을 진행하시는 최혜숙 론지노 수녀님이 배부한 설문 용지의 제목이 '나의 정원 돌아보기'였습니다.

귀한 감동들과 깨달음을 많이 얻은 공세리성당 피정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 중에, '나의 정원 돌아보기'에 대해서는 이런 기록이 있더군요.  

"24일 오전에는 1시간 동안 '나의 정원 돌아보기'라는 것을 했네. 4가지 분야 도합 12가지 사항들에 대한 답을 양식 용지에 적는 일이었네. 내 평생 처음 해보는 색다른 일이어서 열심히 적었고, 기회가 오지 않아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그 용지를 집에 가지고 와서 '가족메일'에 담아놓기로 했네. 한번 소개해 보겠네."

그렇게 해서 지난해 오늘의 내 가족메일 안에 담겨진 내 '60리 정원'을 오늘 다시 한번 찬찬히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오늘의 가족메일을 내 홈페이지의 '가족공동체' 방에 올리는 순간, 내 60리 정원을 여러 독자들께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찾아오는 이도 별로 없는 썰렁한 내 홈페이지 안에 넣어두기보다는 인터넷 매체에 올려보자는 생각이었지요.

화려하지도 않고 별로 소담스럽지도 않을망정 여러분께 조금은 참고거리가 될 듯도 싶습니다. 어언 60리에 이르는 정원이니 갖가지 형상들이 제법 많고 다채롭기도 할 터이지만, 열두 가지 질문들에 간단 간단히 답하는 형식이어서, 간단명료함이 독자 여러분께 별로 부담을 주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평범한 소시민일망정 내 60리에 이르는 정원 안에 자리잡혀 있는 열두 가지 형상들을 보시며 당신의 정원도 한번 돌아보시겠습니까? 어느덧 가을이 오는 문턱에서 조금은 인생 무상을 감지하며 다른 이의 정원과 통하고 어울리기도 하는 자신의 정원을 오늘 한번 돌아보심이 어떨는지요?    


▲ 가족 중국 여행 / 2004년 8월 하순, 우리 가족만으로 팀을 이루어 중국 북경 관광을 했다. 가운데 제수씨도 살아있고, 노친도 건강하시던 때이다. 이때가 가장 즐거웠지 싶다. '빈자리'를 안고서도 또 한번 어머니 모시고 가족과 함께 외국 여행을 하고 싶건만...  
ⓒ 지요하  가족동반여행  


나의 60리 정원


1) 머리 :
*가장 기뻤던 기억은?
2004년 8월 '범(範) 가족'으로 단체를 만들어서 어머니 모시고 중국 북경(만리장성과 자금성 등)으로 최초의 가족 외국여행을 한 일.

*가장 슬펐던 기억은?
현실적으로 너무도 무능하고 우둔했던 탓에 1986년 간경화를 앓으시는 아버님을 큰 병원으로 한번 모시지도 못하고 66세라는 아까운 연세로 돌아가시게 한 일.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은?
뇌혈관 기형 뇌출혈을 일으킨 가운데 제수씨를 긴급 후송할 때 뇌출혈이라는 것을 감지하지 못하고, 태안의 '신경외과의원' 등을 전혀 떠올리지도 못하고 한의원을 들러 서산의료원으로 가느라 시간을 허비한 일.

2) 눈 :      
*가장 보고 싶은 장면은?
2000년 6월 15일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역사적인 6·15공동성명을 발표하고 나서 악수하고 포옹을 한 장면.

*가장 보기 싫었던 장면은?
'12·12 반란'과 '5·17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하고 '광주 학살'을 자행한 다음 살인자 전두환이 체육관선거에 의해 제11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던 장면.

*감격적인 눈물을 흘린 경험은?
2000년 8월 남북 이산사족들의 최초 상봉 장면을 보며 눈물을 많이 흘렸음.

3) 귀 :
*가장 듣고 싶은 소리는?
가까운 주변 독자들로부터 "선생님(또는 작가님이나 형제님)의 작품을 읽고 감동을 받았습니다."라는 말을 듣는 것.

*가장 아름다웠던 소리는?
2008년 6월 입원 중 장출혈을 일으켜서 몹시 힘들어하며 비탄에 젖어 있을 때, 태안에 도착 즉시 연락을 받고 다시 급히 올라온 아내가 "걱정 마시고 힘내세요. 당신은 곧 나을 거예요. 우리에게는 하느님이 계시잖아요."라고 한 말.

*가장 듣기 싫은 소리는?
없음. 엄마 잃은 두 조카아이도 데리고 사는 살림에 힘들어하시는 어머니가 종종 신세 한탄을 하시는 것이 내게 다소 괴로움을 주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것도 내가 기꺼이 지고 가야 할 십자가로 여김. 간혹 인터넷 공간에서 '용공 좌빨'이라는 말이며, 심한 인신공격도 당하지만,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생각함.

4) 뺨 :
*뺨을 맞아본 경험은?
군대 시절 논산훈련소에서 일등병으로 조교 생활을 할 때 하루 일과를 마치고 목욕을 하고 온 날 저녁 병장으로부터 뺨을 맞은 일. 단체로 엉덩이에 빳다를 맞는 것보다 훨씬 모욕적인 기분. 파월 결심을 하는 최초 계기가 됨.

*얼굴이 몹시 빨개져 본 경험은?
1993년 10월 어머니 칠순 잔치 때 야외음식점 분수 연못에 네 살배기 조카아이가 빠져죽은 사고 후 거리에서 만난 한 지인으로부터 위로 인사 다음에 "그러니께 하느님은 읎는 거지유?"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얼굴이 자신의 성격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는지?
대체로 그렇다고 봄. 비록 못생겼지만 좋은 얼굴이 되기 위하여 좋은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편임. 그리고 '얼굴은 마음의 반영'이라는 말을 믿는 편임.

이상 열두 가지 질문에 대한 내 답변들은 내 '60리 정원' 안에 놓여진 일부 화단들일 뿐입니다. 그래도 내 정원을 다채롭게 장식하는 확실한 요소들일 듯싶습니다.

나는 지난해 이맘때서야 설문에 의한 '내 정원 돌아보기'라는 것을 처음 해보았는데,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도 위에 설정된 질문 사항들을 가지고 한번 자신의 인생 정원을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무의미한 일은 아닐 듯싶습니다.

(지난해 이맘때에 정리한 '내 정원 돌아보기'여서 당연히 올해의 큰 사건들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용산참사, 김수환 추기경 선종,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등 국가적으로 매우 큰 불행하고 슬픈 일들이 유난히 많았는데…. 훗날 내 '70리 정원'을 돌아보게 되면 그때는 정원의 형태가 크게 달라질 것 같습니다. 당연히….)  

  
09.08.25 09:56 ㅣ최종 업데이트 09.08.25 09:56
인생 정원, 전두환, 6.15 공동선언
출처 : 내 60리 정원 돌아보기 - 오마이뉴스
ⓒ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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