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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8월 28일 야곱의 우물-마태 25,1-13 묵상/ 나의 등잔과 기름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8-28 조회수485 추천수4 반대(0) 신고
나의 등잔과 기름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런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하늘나라는 저마다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에 비길 수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다섯은 어리석고 다섯은 슬기로웠다. 어리석은 처녀들은 등은 가지고 있었지만 기름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슬기로운 처녀들은 등과 함께 기름도 그릇에 담아 가지고 있었다. 신랑이 늦어지자 처녀들은 모두 졸다가 잠이 들었다.
 
그런데 한밤중에 외치는 소리가 났다. ‘신랑이 온다. 신랑을 맞으러 나가라.’그러자 처녀들이 모두 일어나 저마다 등을 챙기는데, 어리석은 처녀들이 슬기로운 처녀들에게 ‘우리 등이 꺼져 가니 너희 기름을 나누어 다오.’하고 청하였다. 그러나 슬기로운 처녀들은 ‘안 된다. 우리도 너희도 모자랄 터이니 차라리 상인들에게 가서 사라.’하고 대답하였다. 그들이 기름을 사러 간 사이에 신랑이 왔다. 준비하고 있던 처녀들은 신랑과 함께 혼인 잔치에 들어가고, 문은 닫혔다.
나중에 나머지 처녀들이 와서 ‘주인님, 주인님, 문을 열어주십시오.’하고 청하였지만, 그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한다.’하고 대답하였다.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
 
 
 
 
◆ 고즈넉한 산사에서 풍경소리를 즐기는 일은 여름 산행의 하이라이트다. 풍경은 물고기가 종을 치는 형상을 하고 있다. 이는 물고기가 잘 때나 깨어 있을 때 눈을 뜨고 있어 항상 깨어 있으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한편으로 그리스도교에서 이 물고기는 로마 박해 시절 신자들끼리 자신들의 신분을 비밀스레 주고받는 암호였다고도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머리글자를 따면 ‘익투스’곧 물고기라는 그리스어가 되기 때문이다. 산사의 풍경소리를 듣고 자신을 가다듬는 수도자들, 박해 속에서도 예수께 대한 신의를 지키기 위해 깨어 기도하던 신자들. 이들에게 물고기의 상징이 주는 의미는 우연이지만 필연만큼 자못 의미심장하다. 그럼 이 시대에 깨어 있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어떻게 해야 슬기로운 처녀들처럼 항상 등장에 기름을 가득 채워놓고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유럽 여행길에 프랑스 떼제 공동체에 일주일 동안 머물렀다. 때마침 여름 휴가철이라 전 세계 젊은이들과 가족들 몇천 명이 캠프에 참가했다. 우리는 하루 세 차례 모여서 기도를 했고, 함께 음식을 나누었고, 찬양을 했으며 지구 온난화와 기아·전쟁·폭력과 종교 간 화해·영성·비폭력 대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강연과 토론을 이어갔다. 전 세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현대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깨어 있으려 노력한다는 것이 감동적이었다.
 
얼마 전 아버지와 산행을 했다. 둘만의 산행은 처음이라 좀 멋쩍었지만 기분 좋게 정상에 섰다. 아버지는 무척 좋아하셨다. 6시가 되려면 아직 30분은 남았는데 “참 좋다. 우리 6시에 내려갈까?”라고 하셨다. 그러나 곧바로 나는 6시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아버지와 나는 하늘과 가장 가까운 그곳에서 삼종기도를 드렸다. 아버지의 등잔과 기름은 아마도 새벽기도와 삼종기도, 노동과 감사의 나날들일 것이다. ‘참 좋다.’의 의미는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고 싶은 마음에서 우러나온 자연스런 탄성이었다. 아! 내 등잔은 무엇으로 채워가야 할까? 오늘도 나는 내 기름을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고민하며 뛴다.
한은주(수원교구 안중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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