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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쓴 소리 기꺼이 듣기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8-29 조회수1,120 추천수17 반대(0) 신고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성 요한 세례자의 수난 기념일 - 쓴 소리 기꺼이 듣기

 

 

 

어제 제가 있었던 성당의 주일학교 교사하던 자매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직 미혼임에도 불구하고 약간은 엽기적인 면이 있는 자매입니다. 저는 자신을 포장하는 사람보다 그런 소탈한 면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이 자매는 조금 지나치게 소탈합니다.

어느 날 이 자매가 원피스를 입고 직장에 출근하였다고 합니다. 속이 다 비치는 원피스라 속치마를 입고 입어야하는 옷이었습니다.

직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한 아저씨가 자기를 부르며 쫓아오더랍니다. 이 자매는 자신에게 관심이 있어서 그러는 줄 알고 그냥 모른 척 하고  더 빨리 걸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그 사람의 발걸음도 빨라졌고 갑자기 자기 몸으로 그 자매를 가리더라는 것입니다. 이 자매는 “아이! 왜 그러세요?”라고 쏘아붙였습니다. 그러자 그 아저씨가 얼굴이 빨개져서, “팬티에 속치마가 씹혔어요.”라고 말해주더라는 것입니다. 이 자매는 속치마가 팬티에 씹혀서 올라가 팬티가 다 비치는 채 한 참을 걸어왔던 것입니다. "너무나 창피했지만 그 아저씨가 참 고맙더라고요."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충고해 주는 사람도 좋은 사람이지만 그 충고를 고맙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겸손함도 중요할 것입니다. 충고를 해 주는 사람이 처음엔 곱게 보일 수가 없습니다. 저도 사람들에게 제가 잘못하는 것이 있다면 충고를 해 달라고 청하곤 합니다. 그런데 너무 많은 잘못의 지적을 한꺼번에 받으면 그만 짜증이 나고 맙니다.

사실 충고를 받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인정도 받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있기 때문입니다. 아내는 남편에게 남편은 아내에게 서로의 잘못된 점을 충고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동반자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아내는 남편에게 또 남편은 아내에게 가장 인정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충고를 해 주면 상대가 자신을 깔본다는 느낌에 잔소리 한다고 생각할 수 있어서 특히나 주의를 기울여야합니다. 따라서 충고해 주는 사람은 상대가 자신보다 못하다는 마음으로 판단하여 충고해서는 안 되고 또 충고를 받는 사람도 상대가 자신을 낮게 본다는 생각으로 충고해준다고 생각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헤로데와 헤로디아는 세례자 요한의 충고를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헤로데는 눈의 가시 같은 요한의 충고를 기꺼이 듣기는 하였지만 결국엔 그의 목을 베라는 마지막 결정을 내립니다.

요한은 예언직을 마지막까지 충실하게 수행한 것입니다. 예언자의 운명은 순교입니다. 왜냐하면 충고를 기꺼이 받아들일 수준에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충고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도 목숨을 걸고 잘못을 지적해 주는 사람만큼이나 큰 사람임에 틀림없는 것입니다.

예수님도 결국, “예언자가 예루살렘 아닌 곳에서 죽을 수 있겠느냐?”하시며 당신도 당신이 하신 예언직 때문에 순교하셔야 함을 미리부터 아시고 계셨습니다. 왜냐하면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눈의 가시처럼 여기고 그리스도를 없애버리려 하였기 때문입니다.

헤로데는 자신을 구원으로 이끌어 줄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충고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요한은 자신의 직무를 다 했으니 성인이고, 헤로데와 헤로디아는 그 충고를 받아들일 겸손이 없었으니 성인을 죽인 살인자가 되고만 것입니다.

 

본당 수녀님을 오래 하신 분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 수녀님께 젊은 사제와 일하는 것이 편한지, 연세 드신 신부님과 함께 일하는 것이 편한지를 물어보았습니다. 저는 그 수녀님이 젊으신 분과 일을 하는 것이 말도 잘 통하여 편할 것이라는 대답을 기대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수녀님의 대답은 반대였습니다.

그 수녀님은 젊은 신부님과 일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털어놓으셨습니다. 젊은 신부님은 수녀님들의 처지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연세가 있으신 신부님들이 편하다고 하셨습니다.

듣고 보니 그 말도 맞는 것 같습니다. 사제들에게 무엇을 충고해 주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하는 모든 것들이 옳은 줄 알게 되고 어떤 때는 안하무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조금씩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이런저런 충고를 듣게 되고 그것을 받아들여 행동을 고쳐나가면 조금씩 더 성숙하여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연세 드신 신부님들이 젊으신 분들보다 훨씬 자비로워지는 것을 봅니다.

 

한문 시간에 외웠던 것이 생각납니다.

"良藥苦於口나 而利於病이요.  忠言逆於耳나 而利於行이니라 " (양약 고어구나 이리어병이요 충언 역어이나 이리어행이니라.) 즉, 좋은 약은 입에 쓰나 병에 이롭고, 좋은 충고는 귀에 쓰나 행실에 이롭다는 말입니다.

자신에게 좋은 충고를 해 줄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두는 것은 바다에서 나침반을 지니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달이나 북극성은 날씨에 따라 구름에 가리어질 수도 있지만 나침반은 항상 옆에 가지고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나침반을 옆에 두고 그 조언을 달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겸손함이 더 중요할 것입니다. 사람들의 충고를 주님의 충고로 받아들이고 자신을 변화시켜 나갈 수 있는 겸손함을 청하도록 합시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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