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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 지금 떨고있니?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9-08-29 조회수574 추천수13 반대(0) 신고

 

 

 

 

 

말씀: 예레 1,17-19

 

 

“너는 그들 앞에서 떨지 마라. 그랬다가는 내가 너를 그들 앞에서 떨게 할 것이다. "

주님께서 예레미야에게 하신 말씀이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분은 하느님 뿐이라는 것.

아무리 세상의 권력이 대단해보여도, 그 위세가 커 보여도

하느님의 권위와 권능 앞에서는 바람 앞에 촛불같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뜻이겠다.

 

그래서 예레미야는 하느님을 믿고 당당히 외쳤다.

나라의 파국을 예언하는 예레미야를 백성들이 곱게 볼리 없었다.

지도자들에게는 더욱 밉보일 수밖에 없었다.

 

예레미야는 결국 동족들과 함께 끌려가게 된다.

동족들의 손에 의해 이국땅에서 돌에 맞아 죽는다.

 

주님의 말씀대로 '떨지 않고 말한' 댓가는

그러나 죽음이었다!

 

 

 

복음에서는 헤로데의 칼날이 요한의 목을 바짝 겨누고 있다.

 

아내 헤로디아의 앙심 때문이 아니라,

살로메에게 약속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어떤 수를 쓰더라도, 그를 죽이기로 작정한 헤로데의 마수에서

요한은 더이상 벗어날 수 없다.

 

왕에게 쏠려야할 백성들의 시선을 뺏은 죄 하나만으로도  

그는 헤로데 왕가에 이미 미운 털이 박혀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다 아는 하느님의 사람에게 어떻게 손을 댈 것인가?

제발 조용히만 산다면,

가만히 동굴 속에서 수도나 한다면 좋으련만,

감옥에 가두어놓고, 회유를 해봐도

대쪽같은 요한은 두려움을 모른다.

 

자연에서 채취한 것들에 길들여진 그의 혀를

산해진미로 무디게 할 수도 없고,

짐승의 가죽을 걸치고 사는 그의 몸을

청실홍실 비단으로 엮을 수도 없다.

 

그때 혈기 방창한 젊은 요한에게

헤로디아의 딸, 살로메가 다가온다.

 

공주는 그의 앞에서 살랑살랑 춤을 추었다.

아버지 어머니가 보내서 춤을 춘 것이 아니다.

공주의 마음은 이미 요한의 카리스마에 압도 되었다.

 

권위의 맛을 깊이 알고 있는 공주.

부왕의 명령도, 회유도 거들떠 보지 않는

또다른 권위에 매혹되었다.

 

 

 

 

화가 구에르치노는 감옥에 갇힌 세례자 요한을 찾아와

그를 유혹하고 있는 살로메의 모습을 그렸다.

 

창살 안으로 목을 깊숙이 내밀고

요한을 애타게 바라보는 공주.

 

장미꽃 향기가 났을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려 미간을 찌푸리고있는 요한.

 

마음대로 안 되는 요한을 손아귀에 넣고 싶어

옹골차게 창살을 움켜잡고 있는 살로메.

 

 

하지만 실상 누가 감옥에 갇혀있고

누가 자유로운가를 자세히 보라고

명화의 해설로 유명한, 웬디 베게트 수녀는 말한다.

 

그렇다.

욕망의 감옥에 갇혀있는 공주와

욕망에서 자유로운 예언자.

 

창살을 꽉잡고 있는 손에 내비친 공주의 마음. 

모든 것을 내맡긴 듯 손의 힘을 푼 요한.

 

 

살로메의 좌절은 곧바로 요한의 목을 원하고,

군주의 위협에도 떨지 않고,

공주의 유혹에도 한 치 떨림이 없던 요한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의지를 꺾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요한의 목은 쟁반 위에 올려져 공주에게 바쳐졌으나

그의 고귀한 영혼은 끝내 소유할 수 없었다.

그의 자유로운 영혼은 어떤 쇠창살로도 가두어 둘 수 없었다.  

 

 

 

 

 

그렇다. 

예레미야도, 세례자 요한도 모두 죽었다.

하느님 말씀대로 당당하게 말하다 죽임을 당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한 번 죽을 우리의 인생,

어떤 죽음을 맞을 것인가?

죽음이 끝이 아닌 신앙인의 인생,

얼마나 자유로운 영혼을 소유할 것인가?

 

그것이 진짜 죽음과 삶의 문제다.

자유냐 죽음이냐, 그것이 진짜 문제다

 

“너는 그들 앞에서 떨지 마라."

 

우리의 모래 시계는 지금도 자꾸 떨어지고 있다.

우리를 떨게 하는 것들은 도처에서 우리를 유혹한다.

 

"나, 지금 떨고 있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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