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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실패를 넘어서는 자유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9-01 조회수481 추천수5 반대(0) 신고
 
 

실패를 넘어서는 자유 - 윤경재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의 카파르나움 고을로 내려가시어, 안식일에 사람들을 가르치셨는데, 그들은 그분의 가르침에 몹시 놀랐다. 그분의 말씀에 권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그 회당에 더러운 마귀의 영이 들린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아! 나자렛 사람 예수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희를 멸망시키러 오셨습니까?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이게 대체 어떤 말씀인가? 저이가 권위와 힘을 가지고 명령하니 더러운 영들도 나가지 않는가?” (루카4,31-37)

 

 

루카복음서 3-4장은 예수님의 공생활 시작을 설명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그 순서가 마르코나 마태오 복음서와는 차이가 크게 납니다. 그 순서를 살펴보면 먼저 세례자 요한의 설교, 세례자 요한이 옥에 갇힘, 세례 받으심, 예수님 족보, 광야에서 유혹, 갈릴래아에서, 나자렛 회당에서 희년 선포, 카파르나움에서의 하루 일정, 전도 여행, 첫 제자들을 부르심 순으로 짜여 있습니다. 마르코와 마태오 복음서에는 세례자 요한이 옥에 갇히는 내용과 고향에서 무시당하는 내용이 좀 더 후반부에나 나옵니다. 복음선포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뒤에 나옵니다.

더욱 이상한 것은 예수께서 세례 받으시기도 전에 요한은 옥에 갇힌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자칫하다가는 요한이 옥에서 잠시 풀려나왔다가 세례를 베푼 것이 됩니다. 예수님의 족보는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 아담에 이르고 아담을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부릅니다. 또 예수께서 맨 먼저 고향인 나자렛에서 공식적인 희년 선포로부터 공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설정하였습니다. 고향 사람들이 보이는 노골적 거부에도 희년선포가 갖는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갈릴래아 호수 근처 카파르나움 마을로 내려가 희년 선포에 대한 실제적인 예증을 구마와 질병 치료 등 기적을 통해 보여 줍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이 예시되고 나서 첫 번째 제자들을 부르시게 됩니다. 

우리는 루카저자가 나름대로 독특한 시각으로 예수님의 첫 활동을 배열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복음 선포의 어려움을 세례자 요한이나 나자렛 회당에서의 첫 실패를 통해 암시하고 있습니다. 얼핏 충격적인 배치입니다. 숭고한 직무가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말씀은 거절되었습니다. 왜 이렇게 서술하였는지 묵상해보아야 하겠습니다.

루카 저자는 복음 선포가 실패로 돌아가게 된 상황에 독자들이 받을 충격과 의문에 대한 답을 바로 보여 줍니다. 더러운 마귀의 영이 들린 사람이 외치는 소리가 그 단서입니다.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세례자 요한을 가둔 헤로데나 예수님을 떨어뜨려 죽이려 했던 나자렛 고향 사람들이나 마귀의 목소리는 그 내용이 모두 같았습니다. 모두 자신들이 원하는 바대로 행동해 주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내게 필요한 말과 행동과 이익을 보여주기를 원했습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하느님이 되어 주길 원했습니다. 그렇게 해주지 못할 바에야 그냥 놔두라는 요청이었습니다. 하느님은 하느님의 길을 가시고 나는 나의 길을 계속해서 걷겠다는 막무가내 떼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식의 막무가내를 허용하지 않으셨습니다. 진리가 승리하고 진정한 자유를 준다는 것을 권위 있는 말씀으로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복종한 마귀는 그 사람에게서 떠나갔습니다. 그러나 그 장면을 목격한 회당 사람들은 어떻게 처신할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또한 루카 저자는 구세사에서 예언자로 대변되는 구약의 시대는 세례자 요한과 함께 사라지고 제자들의 공동체가 예수님을 중심으로 모여 활동하는 시대가 열렸음을 설명합니다. 제자 공동체는 앞으로 여러 가지 성공과 실패를 경험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은 이미 스승이신 주님께서도 겪으셨습니다. 아버지께서 마련하신 때가 있다고 믿으셨고 그 때를 기다리셨습니다. 그러므로 주님께서 보여주신 참 자유와 진리는 한 번도 타협하시거나 꺾이지 않으셨습니다. 제자 된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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