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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9월 6일 연중 제23주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9-06 조회수758 추천수14 반대(0) 신고
 
 

9월 6일 연중 제23주일 - 마르코 7,31-37



“에파타!” 곧 “열려라!”


<축복의 음성, 에파타>


   우연히 어떤 신부님의 소중한 삶의 체험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분의 체험을 통해서 우리 삶에 있어서 "잘 듣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잘 알게 되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사제생활을 시작하신 지 15년 되는 무렵 이태리 피렌체 근교에 있는 "사제학교"로 연수를 떠나셨답니다. 그곳에는 세계 각국으로부터 온 사제나 부제, 신학생들이 함께 생활하면서 공부도 하고 작업도 하였습니다.


   신부님께서 한번은 세탁소에서 작업을 하게 되셨는데, 당시의 체험을 아래와 같이 적으셨습니다.


   "저와 같이 일하게 된 짝지는 17살의 앳된 예비신학생이었습니다. 너무 어려서 마치 아들과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도메니코라는 예비신학생은 슬로바키아에서 왔습니다.


   그는 순하고 착했습니다. 그리고 저와 100% 일치를 해주었습니다. 제가 흙 묻은 옷을 손빨래하자고 하면, 그렇게 했습니다. 그리고 기계로 빨래하자고 하면, 그렇게 했습니다. 또 빨래를 밖에다 널자고 하면, 두말하지 않고 OK하였습니다. 날씨가 좋지 않으니 실내에 빨래를 널자고 하면, 동의하였습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완전히 일치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렀습니다. 도메니코와 하는 세탁소 일은 평온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일치도 굳건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저와 도메니코와의 일치가 진정한 일치가 아님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 제 의견을 중심으로 일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기 때문입니다. 거의 대부분 제가 의견을 말하면, 도메니코는 제 뜻을 따라주는 형식이었습니다.


   그를 중심으로 일치해야 함을 깨닫게 된 저는 그의 의견을 먼저 물어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의 의견을 먼저 물어보던 날, 도메니코는 무척 수줍어하였습니다. 그러나 말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모기만한 소리로 자기 의견을 말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날부터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도메니코의 뜻을 따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제 뜻을 중심으로 일하다가, 형제의 뜻을 중심으로 일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날 이후, 도메니코의 얼굴을 더욱 밝아졌고, 더 적극적으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물어보지도 않는 자기 집안 이야기와 성소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둘 사이의 일치가 깊어지고 있음을 보게 된 것입니다"("일치의 표지", 권지호 신부, "그물" 통권 제 290호 참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군중들 가운데 서있던 귀먹은 반벙어리를 당신 가까이 불러내셔서 그의 귀를 열리게 하여주시고 또 혀를 풀어서 말을 할 수 있게 치유의 은총을 베푸십니다.


   "에파타(열려라)" 하시는 주님의 말씀은 오늘 우리들을 향해서도 유효한 말씀입니다. 사는 게 바빠서 하느님의 말씀에 전혀 귀기울일 줄 모르는 철저한 귀머거리인 우리들을 향한 경고의 말씀이 "에파타"입니다.


   너무도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어서 가난하고 연약한 이웃들은 전혀 배려하지 않는 우리들을 향한 하느님의 간절한 외침이 "에파타"인 것입니다.


   우리가 땀 흘리며 살아온 지난 세월은 원망과 회한의 대상이 아니라 하느님의 가호 속에 이어져온 은총의 세월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시려는 주님의 음성이 "에파타"입니다.


   오늘 비록 고통스러워도 삶은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축복이자 가장 은혜로운 하느님의 선물임을 깨달으라는 주님의 권고가 "에파타"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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