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9월 11일 야곱의 우물- 루카 6,39-42 묵상/네 눈의 티, 내 눈의 들보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9-11 조회수646 추천수2 반대(0) 신고
네 눈의 티, 내 눈의 들보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비유를 들어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할 수야 없지 않으냐? 둘 다 구덩이에 빠지지 않겠느냐? 제자는 스승보다 높지 않다. 그러나 누구든지 다 배우고 나면 스승처럼 될 것이다.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어떻게 형제에게 ‘아우야! 가만, 네 눈 속에 있는 티를 빼내 주겠다.’ 하고 말할 수 있느냐?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네가 형제의 눈에 있는 티를 뚜렷이 보고 빼낼 수 있을 것이다.”
 
 
 
 
◆ 올해 어느 날, 검찰의 PD수첩 수사 결과 발표와 관련하여 청와대 대변인은 “게이트키핑 기능이 없고 주관적 판단이 객관적 진실을 압도하는 것은 언론의 본령이 아니다.”라며 “이런 사건이 외국에서 일어났다면 경영진이 국민에게 사과하고 총사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보도를 읽고 나는 얼핏 헛웃음이 나왔다. 그렇다면 이 경우에 꼭 ‘경영진이 국민에게 사과하고 총사퇴해야 하는 상황’이 맞는다면, 우리는 이 경우를 다른 경우에도 공정하게 적용해야 맞다. 같은 잣대로 앞뒤를 잘 재보고, 같은 생각을 일관되게 밝혀야 하며, 또 자신이 말 한 그대로 자신이 먼저 실행에 옮겨야 옳다.

대부분의 국민이 원하지 않을 뿐더러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4대강 살리기사업을 구태여 힘으로 밀어붙여, 예산배정과 착공을 강행한 우두머리한테도, 없는 이의 삶의 터전을 밀어내는 뉴타운 개발사업과 용산 참사의 왜곡과 진실은폐의 권력자들한테도, 없는 이들을 등쳐서 가진 자들을 부양하는 부도덕하고 불의한 정책 추진자들에게도 외치고 적용해야 한다.

영화 <블랙>에서 주인공은 신체장애로 듣지도 보지도 못한다. 깜깜한 어둠, 절대적 어둠에서 빛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주인공과 선생님의 처절한 삶은 겉이 멀쩡한 비장애인인 우리의 어둠을 더욱더 또렷이 비춰준다.
“하느님 앞에선 우리 모두 장님입니다. 하느님의 눈으로 보면 우리 모두가 장님에 귀머거리입니다. 누구도 하느님을 보거나 듣지 못하니까요.”(영화 <블랙>의 주인공, 미셸의 졸업연설 중)
네 눈의 티, 내 눈의 들보란 무엇인가? 들보로 가려진 내 눈으로 어찌 맑고 투명하게 다른 이의 티를 볼 수 있겠는가? 무겁게 내 안에 갇힌 마음으로 어찌 다른 사람의 처지를 헤아릴 수 있겠는가?

이런 세상 한가운데서 오늘은 내 눈의 들보를 의식하고 만지고 느껴보자. 할 수 있다면 그 들보를 걷어내 가볍고 환한 눈을 주시도록 주님께 청하자. 눈이 열리면 귀도 같이 밝아짐을 느낀다. 하느님 앞에선 우리 모두 하느님을 알아뵙지 못하는 맹인이지만 새로운 눈과 귀로 이웃과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이웃과 세상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 오늘 우리의 새로운 눈은 예수님의 눈이 되고, 우리의 새로운 귀는 예수님의 귀가 된다. 우리의 새로운 마음은 예수님 마음이 되고, 그 마음으로 세상 안에서 예수님의 손과 발이 된다.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네가 형제자매의 눈에 있는 티를 뚜렷이 보고 빼낼 수 있을 것이다!
김정미 수녀(성심수녀회)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