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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진묵상 - 내 옥수수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9-09-12 조회수936 추천수7 반대(0) 신고
 
 
 사진묵상 - 내 옥수수
                                         이순의
 
 
 
 
 
 
어느 날에
옥수수 씨를 바실한 흙 속에 심었습니다.
저 꺽다리 가는 줄기가
바람이 부는 방향을 따라서
오른쪽으로 자빠져 누웠다가
왼쪽으로 자빠져 누웠다가
여러 번 곡예를 하였더랍니다.
저러다가
못 먹지 싶었는데
전에 살던 집의 할아버지께서
마당 가에 자빠져 누운 옥수수대를 가리키시며
<외지에서 오신 분들은 저 옥수수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뽑아버리고 싶겠지만 옥수수 뿌리는 여러개의 갈퀴로 되어 있어서 그 중에 딱 하나만 흙 속에 붙어 있으면 다 먹을 수 있지요. 오히려 넘어진 옥수수 대를 일으켜 세운다고 사람의 손으로 힘을 실으면 그 한 뿌리마저 부러져 영영 죽고 말아요. 그러니 마당가에 심어서 넘어진 옥수수대가 다소 거추장스럽고 불편하더라도 그대로 놔둬요.>
하신 말씀이 내내 기억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할아버지께서 심어놓으신
마당가에 넘어진 옥수수대를
일으켜 세운다거나 뽑아버릴까봐서
일부러 부탁하러 오신 것 같았습니다. 
시키시는 대로
마냥 내버려 두었더니
어느 날에는 
잘 영글은 옥수수를 뚜걱뚜걱 따서 
안겨 주셨습니다.
내 눈 앞에서
막 따서 주신
그 옥수수를 쩌서 먹어 본 맛은
터 넓은 집으로 이사를 와서도 잊어지지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맛난 옥수수를 심어 보았습니다.
 
 
 
 
 
오른쪽 왼쪽
바람이 놀려대는 대로 징징대던 어린 옥수수도
억센 세월 앞에서는
곧게 제 모습을 지키고 있습니다.
작은 씨 한 알은
참으로 숱한 결실을 낳았습니다.
제 옥수수밭입니다.
히~!
 
 
 
 
 
 
 
 
 
 
 
 
 
 하모니카 옥수수 알이 곱기도 합니다.
쪼꼼 안타까운 이유는
제가 서울 집에 잠깐 다녀온다고 했는데
아파서 여러 날 못 오는 바람에
주인 없다고
아무도 옥수수를 뚜걱 따 주지 않아서
그만
너어무 딱딱하게 쇠 버렸습니다.
어휴~!
더 두었다가
아주 영글으면
겨울에 튀밥으로 튀어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두요,
자연의 신비는요.
한꺼번에 나와서 한꺼번에 영글지 않아서요.
끝물 옥수수 땄습니다.
초벌 옥수수는
대공도 길고 튼실하며
아주 잘 생겨서
여기저기 나누어 주기도 했구요.
몇 번 따서 쪄 먹었는데요.
진짜 진짜 맛이 있었습니다.
중벌 옥수수는 쇠서
겨울에 먹을 튀밥이랑 다음 해 심을 종자가 되었구요.
끝물은 대공이 좀 짧고
뭉툭하니 모양이 좀 없습니다.
그래도 쪄 놓으니
진짜로 맛이 있습니다.
겨울에 산에 오면 먹으려고 냉동보관도 해 두었습니다.
 
내 옥수수!
맛난 내 옥수수!
초벌도 있고!
중벌도 있고!
끝물도 있고!
사람이 자연에게서 얻는 은혜는 무한한 것 같습니다.
다만
그 감사의 은총을 일일히 헤아리며 살지 못하는 쪽은
우리네 사람들 인 것 같습니다.
 
내 옥수수!
 
참! 옥수수 수염은 차로 끓여 마시려고 모아 두었습니다.
히~!
껍질은 염소 키우는 언니가 염소 먹이로 쓴다고 가져 갔구요.
쇤 옥수수 다 따고 나면 옥수수 대도 염소 먹이로 예약이 되어 있습니다.
멋진 내 옥수수!
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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