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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9월 16일 야곱의 우물- 루카 7,31-35 묵상/저자는 먹보요 술꾼이며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9-16 조회수545 추천수4 반대(0) 신고
저자는 먹보요 술꾼이며

그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니 이 세대 사람들을 무엇에 비기랴? 그들은 무엇과 같은가? 장터에 앉아 서로 부르며 이렇게 말하는 아이들과 같다. ‘우리가 피리를 불어주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고 우리가 곡을 하여도 너희는 울지 않았다.’
 
사실 세례자 요한이 와서 빵을 먹지도 않고 포도주를 마시지도 않자, ‘저자는 마귀가 들렸다.’ 하고 너희는 말한다. 그런데 사람의 아들이 와서 먹고 마시자, ‘보라, 저자는 먹보요 술꾼이며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다.’ 하고 너희는 말한다. 그러나 지혜가 옳다는 것을 지혜의 모든 자녀가 드러냈다.”
 
 
 
 
◆ 오늘 예수님은 호방한 자유인으로 오신다. 현대인들의 가장 취약점인 관계맺기의 달인으로 보이기도 하신다. 먹보에 술꾼에,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라면 분명 운동과 다이어트와는 무관한 혈색 좋고 뱃살이 두둑한, 몸을 움직여 제 밥벌이하는 노동자 계층임이 분명해 보인다.
오늘 예수님을 만나며 용산 참사 현장 남일당을 지키고 계신 문정현 신부님이 떠오른다. 먹보이신 줄은 잘 모르겠는데 컬컬한 목소리와 펄럭이는 수염, 시커멓게 볕에 탄 얼굴을 뵈면 외견상 영락없는 술꾼으로보인다. 타고난 한량처럼 노래와 춤, 분위기에 필요하면 언제든 노구를 아끼시는 법이 없다. 싸움걸기에도 능하셔서 억울한 자리에는 가장 먼저 가셔서 억울한 사람들의 싸움을 대신 치러주신다. 그러기에 힘 좀 있고, 그 힘을 마구잡이로 쓰는 자들한테서는 ‘보라, 저자는 체제불만자요 선동가요 싸움꾼으로, 죽기 살기로 힘없는 사람들에게 힘을 보태는 자다. 골치 아픈 자다.’ 하고 머리를 흔들 듯하다.

그리스도인이란 어떤 사람들인가? 세상의 가치를 거슬러 예수 그리스도의 가치를 선택하고, 몸으로 사는 사람들이다. 세상 안에서 숨 쉬고 살아가지만 그리스도인의 삶의 뿌리는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세상은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 중심으로 그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입고 사는 우리는 그렇게 살 수 없다. 세상의 가치에 타협해 ‘세상의 동조자’로 살 수 있다면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십자가의 죽음도 부활도 없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모든 것에 앞서 온전히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내 자신처럼 사랑해야 하는 계명을 따라야 한다. 그런데 이것을 계명으로 똑같이 따르는 당시의 ‘지도자들’은 ‘보라, 저자는….’ 하며 예수님을 걸고넘어진다. 같은 계명을 따르는 그들과 그리스도인은 그러면 어떻게 구분되는가?

우리가 계명을 따르는 원칙은 ‘사랑’이다. 계명도 사랑이고, 그 계명을 지키는 원칙도 사랑이다. 계명을 법으로 옭아매면 그것은 어느새 법조차 지킬 수 없는 ‘가진 것 없는’ 사람들한테는 무거운 짐이 되어 다가온다.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예수님만의 친구’가 아니라 ‘예수님이 친구로 받아들인 이웃’을 우리 또한 ‘우리의 친구’로 받아들이고, 사귀고, 힘이 되어주는 삶이어야 한다. 그것이 ‘지혜가 옳다는 것을 지혜의 모든 자녀가 드러내는’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으로 세상 속에 존재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이다.
김정미 수녀(성심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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