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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9월 18일 야곱의 우물-루카 8,1-3 묵상/ `부인들`의 삶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9-18 조회수497 추천수2 반대(0) 신고
`부인들`의 삶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고을과 마을을 두루 다니시며,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시고 그 복음을 전하셨다. 열두 제자도 그분과 함께 다녔다. 악령과 병에 시달리다 낫게 된 몇몇 여자도 그들과 함께 있었는데, 일곱 마귀가 떨어져 나간 막달레나라고 하는 마리아, 헤로데의 집사 쿠자스의 아내 요안나, 수산나였다. 그리고 다른 여자들도 많이 있었다. 그들은 자기들의 재산으로 예수님의 일행에게 시중을 들었다.
 
 
 
 
◆ 안식년 때 영어권 지역에 사는 교민들을 만났다. 이분들도 대개 여성들이었다. 처음에 한 분을 소개받아 만났다가 연줄이 되어 거의 1주일 동안 매일 저녁 소모임을 갖게 되었다. 이민 온 계기는 자녀 교육 때문이었고, 부부 모두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이민 초기 아이들이 잘 적응하는 것에 힘을 얻고, 언어도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열심히 일을 했다. 아이만 바라보고….

이제 아이들이 대부분 대학 진학을 하면서 집을 떠났다. 집도 있고, 큰 돈 모은 것은 없어도 주로 자영업을 하면서 먹고사는 데 불편은 없었다. 시간이 나면 부부끼리 한국 연속극, 한국 방송물을 갖다 보고, 모국어를 쓰고, 한국 음식을 먹는다. 외국에 살고 있지만 부모들은 그곳 지역사회와 사람들과의 만남에 익숙하지 못해 여전히 현지인들과 어울리지 않고 분리된 생활을 하고 있다. 주로 언어, 영어를 잘 하지 못해서다. 새삼스럽게 ‘영어를 배우는 것’에 엄두가 나지 않으며, 못한다고 하기도 ‘거시기’ 하다고 한다. 그러고는 특히 여성들이 우울해지기 시작하고, ‘뭘 했나? 왜 사는 건가?’ 싶다고 했다.

사실 이민 생활만 빼면, 한국에 사는 40‐50대 여성들이 중년기에 겪는 자연스러운 삶의 어려움이지만 ‘오랜 이민 생활’에서 쌓인 어려움을 덜어낼 수도 없는 일이다. 같은 한국말로 이 분들과 일정기간 함께 지내며 내 힘을 보태고 싶은 ‘간절한’ 연민이, 내 마음을 그곳에 붙들어 매 놓고 돌아왔다. 그분들 안에 숨겨진 내적인 힘을 찾아내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왕에 이민을 갔다면 그 나라의 현지 지역 공동체로 들어가 그 나라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을 시작하지 않으면 영영 이방인으로 고립되고 외롭지 않을까 싶어서다.

또 다른 교민 여성들의 생활을 다른 분에게 들었다. 이분은 동남아 국가의 교민으로 남편의 사업 때문에 오랫동안 고국을 떠나 있었다. 동남아 교민들은 또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그 나라의 경우 가족이 모두 와서 함께 사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한국 기업체에서 일하며 가족을 데려오는 경우 남편들은 회사에서 일하고, 아이들은 국제학교에 다니고, 부인들은 특별히 매인 곳이 없다고 한다.
인건비가 싸고, 안전 위험이 있어 교민들은 안전하고 좋은 주거지역에 모여 살며 집안일은 현지인들에게 맡기고 있단다. 자연히 부인들 할 일이 특별히 있는 것도 아니어서, 모두 그렇지는 않겠지만 부인들끼리 모임이 잦고, 모여도 특별한 목표가 없으니 주로 골프 치고, 맛나고 좋은 음식점 찾아다니고, 화투 치고, 말도 나고 마음도 상하고…. 나이도 배운 것도 고향도 다르지만 하릴없이 여자들끼리 그저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사는 것이 뭐 이런가?’ 해서 피정 하러 오신 분이었다.

피정을 마친 그 자매는 자신의 인생이 예수님 안에서 새롭게 시작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교민들의 삶, 특히 ‘부인들’의 삶을 바꾸어 나갔다. 부인들의 사교모임을 교회 안으로 끌어들여 정기적으로 모여 기도하고, 시간과 정성을 들여 무언가를 만들고, 손으로 작업하며 만드는 동안 각자의 걸어온 삶에 대한 나눔을 하고, 만든 것들을 소외 계층과 나누고, 봉사활동을 나가면서 ‘또 하나의 예수님의 활동을 돕는 여인들’을 조직하고 꾸려가고 있다.
무심코 살아가던 삶에서 어떤 물음이 생기는 것은 큰 은혜다. ‘전진’만 하던 삶에서 뭔가 좀 불편하지만 관성에 의해 계속 나아가다가 어느 날은 급제동을 걸 수밖에 없는 날이 오는데, 그전에 스스로 물음을 갖고 멈출 수 있다는 것은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귀한 기회’이며, 회심과 치유의 때가 된다. 한 사람이 하느님께 돌아서면 그 주변이 변한다.
김정미 수녀(성심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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