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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9월 19일 야곱의 우물- 루카 8,4-15 묵상/ 좋은 땅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9-19 조회수400 추천수5 반대(0) 신고
좋은 땅

그때에 많은 군중이 모이고 또 각 고을에서 온 사람들이 다가오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비유로 말씀하셨다.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 그가 씨를 뿌리는데, 어떤 것은 길에 떨어져 발에 짓밟히기도 하고 하늘의 새들이 먹어버리기도 하였다. 어떤 것은 바위에 떨어져, 싹이 자라기는 하였지만 물기가 없어 말라버렸다.
또 어떤 것은 가시덤불 한가운데로 떨어졌는데, 가시덤불이 함께 자라면서 숨을 막아버렸다. 그러나 어떤 것은 좋은 땅에 떨어져, 자라나서 백 배의 열매를 맺었다.”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을 하시고, “들을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하고 외치셨다.
 
제자들이 예수님께 그 비유의 뜻을 묻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너희에게는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아는 것이 허락되었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비유로만 말하였으니, ‘저들이 보아도 알아보지 못하고 들어도 깨닫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그 비유의 뜻은 이러하다.
씨는 하느님의 말씀이다. 길에 떨어진 것들은, 말씀을 듣기는 하였지만 악마가 와서 그 말씀을 마음에서 앗아가 버리기 때문에 믿지 못하여 구원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바위에 떨어진 것들은, 들을 때에는 그 말씀을 기쁘게 받아들이지만 뿌리가 없어 한때는 믿다가 시련의 때가 오면 떨어져 나가는 사람들이다.
 
가시덤불에 떨어진 것은, 말씀을 듣기는 하였지만 살아가면서 인생의 걱정과 재물과 쾌락에 숨이 막혀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좋은 땅에 떨어진 것은,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간직하여 인내로써 열매를 맺는 사람들이다.”
 
 
 
 
◆ 어느 신부님께서 “어떤 날은 열심히 강론 준비를 해서 강론을 하면 신자들이 모두 눈을 감고 잠을 자고, 어떤 날은 강론 준비를 못해 허겁지겁 강론을 마치면 미사 후 신자들이 강론이 좋았다고 인사하더라.”시며 “어차피 강론은 하느님 말씀으로 하니 좋은 소리일 수밖에 없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아니고는 복음에 따르면 ‘밭’의 상태에 따른 것이니 마음이 참 가볍다.”고 협박성(!) 발언을 했다.

오늘 복음에서 뿌려진 ‘씨’는 ‘하느님 말씀’이라고 하셨다. 그러니 복음을 끝까지 따라가지 않아도 그 뿌려진 씨는 밭이 관건인 것은 분명하다.
2년 전에 빈 땅이 딸린 집을 구해 수리를 마치고 쉼터 이사를 했다. 공사하는 분들께 ‘이 빈 땅은 쉼터 소녀들이 꽃밭으로 예쁘게 꾸밀 정원 자리’라고 누누이 상기시키며 가능하면 시멘트나 공사자재가 닿지 않기를 반복해 부탁했다. “네, 네.” 하는 대답이 쉬웠다. 공사 기간 내내 공사장을 들락거렸어도 집이 꾸며지고, 드디어 아이들과 마당 딸린 집에 살게 되었다는 흥분 때문에 마당의 상황이 눈에 띄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사하고 겨울을 났다. 땅이 녹기 시작하면서 자꾸 마당에 철사·쇳조각·스티로폼 조각 등이 눈에 띄었다. 보이는 대로 주워 모으다 보니 10포대가 넘었다. 어떻게 하나 걱정하며 아이들과 돌을 고르고, 눈에 띄는 대로 폐기물을 골라내며, 마당 한편에 꽃씨를 뿌렸다. 아이들은 꽃씨 뿌린 곳을 밟을까 봐 골라낸 돌로 경계도 만들고 나름대로 꽃밭 장식을 하고 열심히 물을 주었다. 씨를 심은 다음날부터(!) 싹이 나나 들여다보고 물 주고, 또 들여다보고 물을 주다 보니 더러 싹이 나기도 하는데 너무 비실거린다.
 
쉼터에 정원이 생긴다고 미국에서 독일에서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이름과 키우는 방법을 적어 씨앗들을 보내주었는데, 종자가 나쁘거나 심는 방법이 틀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며 싹을 틔운 꽃들도 끝내 자라지 못하고 죽어갔고 정원은 다시 삭막한 빈터로 돌아갔다. 땅을 파보니 속까지 건축폐기물이다. 이웃에서 흙을 바꿔야지 안 된다며 공사할 때, 동네 주변의 건축폐기물들을 다 그 빈 땅에 묻고 겉만 흙으로 덮었다고 했다. 작년 겨울 이사 왔을 때와 똑같이 추운 집이 되었다. 나쁜 아저씨들! 그렇게 정원할 공간이라고 부탁을 했는데.

올봄, 우여곡절 끝에 마당의 흙을 실어내고 여러 곳의 도움으로 마사토와 퇴비를 구해다 섞고 다시 정원을 꾸몄다. 젓가락 같은 과실나무들도 심고, 장미도 심고, 꽃잔디도 심었다. 남은 공간은 고구마를 심었다. 우리집 동물치료견인 ‘천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마당에 나가 자연비료를 선사한다. 그리고 올해는 심어놓은 과실수 꽃들이 피고, 장미도 피고, 고구마 순도 자라고, 덤으로 심지 않은 각종 풀도 튼실하게 잘 자란다.

씨앗을 심어 백 배의 열매를 거두려면 ‘좋은 땅’, 곧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간직하여 인내로써 열매를 맺는 마음 밭’을 갈아야 한다. 어떤 때는 돌만 고르고, 어떤 때는 풀만 뽑고, 어떤 때는 퇴비를 주면 되지만 어떤 시기에는 우리의 마음 밭을 통째로 갈아엎어야 할 때도 있다. 인생의 단계마다, 인생의 고비마다 그리고 일상의 나날에서 우리의 마음 밭을 예수님과 함께 토실토실 일구자!
김정미 수녀(성심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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