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21일 성 마태오 사도 복음사가 축일
As Jesus passed by,
he saw a man named Matthew sitting at the customs post.
He said to him, “Follow me.”
And he got up and followed him.
(Mt.9.9.)
제1독서 에페소서 4,1-7.11-13
복음 마태오 9,9-13
얼마 전, 전철을 타고 어디를 가다가 조금 당황한 일을 경험했습니다. 마침 빈자리가 생겨서 ‘이게 웬 떡이냐’라는 생각을 갖고 얼른 자리에 앉았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맞은편에 앉은 어떤 젊은 자매님하고 눈이 계속 마주치는 것입니다. 책을 읽다가 고개를 드는 순간, 또 어디쯤 왔나 하고 창밖을 보려하면 또 그 순간에 그 자매님하고 눈이 마주칩니다. ‘뭐 눈이 마주칠 수도 있는 것이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그 자매님이 저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았는지 상당히 기분 안 좋은 표정을 짓더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 다른 자리가 생기자 그 자매님은 재빨리 그쪽으로 자리를 옮기더군요.
사실 제가 강의를 많이 다니기 때문에 저를 알아보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저와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분들도 많고, 함께 자리하길 원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또한 본당에서도 그렇게 인기 없는 편도 아닙니다. 하지만 저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는 그분에게 보이는 제 모습은 ‘이상한 남자’였나 봅니다.
그러면서 저에 대해 객관적인 판단을 하게 됩니다. 그냥 외적으로 보이는 내 모습은 ‘이상한 남자’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저와 이야기하고 함께 하길 원하셨던 분들은 제 외적인 모습을 보고서가 아니라, 바로 제 안에 계신 예수님 때문이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즉, 이렇게 대접받으며 잘 사는 것은 내가 잘 나서가 아니라 주님께서 나와 함께 하셨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종종 착각 속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제일 잘난 듯이 내 뜻을 고집스럽게 굽히지 않았을 때도 있었고, 남에 대한 비판도 꽤 서슴지 않고 많이 했었습니다.
예수님 때문에 그래도 이 정도 살고 있는 제 자신을 바라보면서 교만과 착각 속에 빠지지 말자는 다짐을 기도 중에 많이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제 글(새벽 묵상 글)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하지 않겠다고 말했으며, 영명축일 행사 같은 것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요. 그리고 저의 주보성인이신 마태오 성인을 더욱 더 본받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마태오 성인은 오늘 복음에도 나오지만 세리 출신입니다. 당시 유다인들에게 이스라엘을 지배하고 있었던 로마에 낼 세금을 걷는 사람이 세리였지요. 그래서 돈은 많았지만, ‘매국노, 죄인’이라는 소리를 늘 들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게 됩니다. 이에 곧바로 자신의 모든 부를 버리고 예수님을 따릅니다.
사실 이렇게 예수님을 따랐다고 사람들이 그를 인정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죄 지은 사람에게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것처럼, 마태오를 향한 사람들의 색안경은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기를 유지시켜주는 기득권을 모두 다 버리고 예수님을 따릅니다.
이처럼 순종과 용기와 인내를 보여주는 성인이었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성인을 주보성인으로 모시면서도 그렇게 살지 못했음을 다시금 반성해봅니다. 그리고 오늘 축일을 맞이하면서 마태오 성인을 닮겠다는 결심을 감히 여러분 앞에서 합니다.
똑바로 보는 것은 오로지 마음만이 할 수 있다. 핵심적인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다(생텍쥐페리).
침은 저절로 마르니(‘좋은 생각’ 중에서)
당나라 측천무후 시절에 누사덕이라는 재상이 있었다. 그는 성품이 온후하고 너그러워 무례하게 구는 사람이 있어도 탓하지 않고, 올곧게 정사를 처리해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았다. 중국 역사서 ‘십팔사략’에 그의 성품을 잘 보여 주는 일화가 나온다.
누사덕의 아우가 지방 관리로 임명되었을 때다. 누사덕은 아우를 불러 말했다.
“우리가 황제의 신임을 받아 관직을 얻은 것은 좋은 일이나 그만큼 남의 시샘도 클 것이다. 너는 남의 시기에 어떻게 대처할 생각이냐?”
그러자 아우가 대답했다.
“누가 내 얼굴에 침을 뱉더라도 결코 상관하거나 화내지 않고 잠자코 닦아 내겠습니다. 만사를 이와 같이 하면 형님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누사덕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게 바로 내가 걱정했던 바다. 누군가 네 얼굴에 침을 뱉는다는 것은 크게 화가 났기 때문일 텐데, 네가 그 자리에서 바로 닦아 내면 상대방은 더 화가 날 것이다. 침은 닦지 않아도 저절로 마르니 그럴 때는 웃으면서 침이 마를 때까지 그냥 두는 것이 제일이니라.”
여기에서 나온 말이 “얼굴에 묻은 침은 저절로 마른다.”라는 뜻의 ‘타면자건(唾面自乾)’으로, 누사덕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인내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 주었다. 때로는 순간의 분노를 참고 자신의 참마음과 재능이 드러나는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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