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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를 버리고 가는 길
작성자박계용 쪽지 캡슐 작성일2009-09-23 조회수991 추천수8 반대(0) 신고

 

 

 

능히 조용함은 천명(天命)을 즐김이요

능히 평안함은 인욕(人慾)을 끊음이라 “

 

                           -원산정 시집에서-


 사방 고요한데 스치는 바람은 가을을 데리고 왔나봅니다.

이토록 평화로울 수 있음이 어인 까닭인지 모르는 채

 까만 밤이어 더욱 좋습니다.


 육신은 쇠약하고 영혼은 먼지 속에 엎어진 듯

 참으로 산란스런 여러 날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어느 길을 가고 있는가?

천지간에 홀로 버려져 길을 잃고 미망 속을 헤매는 느낌이었습니다

휘저어 놓은 내 마음 방을 치우듯 책장 정리를 하다

몇 년 전 아버지 주고 가신 책에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원산정(圓山亭)시집


 계룡산 우뚝 둘러섰고

금강 공산성 휘돌아 백마강 가는 도중 작은 산에

선조들의 덕을 칭송하고  허물어진 정자 하나 중건 하시어

 작은 집이라 부르셨음을 ,

이를 기념하여 벗과 유림의 선비들이 시를 지으시고

 지극한 겸양으로 화답하여 시집 한권 만드신 것입니다.

 자신의 부당함을 손을 씻고 서문에 임한다는  겸손과 정이 오가니

 원산정 찾아가는 버드골이 성모님 엘리사벳 방문하시어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 기뻐하소서! 여인 중에 복되시나이다...

축복의 인사를 받으신 어머니

 “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오니...”

마니피캇을 읊으시던 유다산골이 거기 있었습니다.


 하늘, 구름, 달, 사슴, 꽃, 벗을 찾아오는 나룻배 ...

제 마음도 어느 덧 평화만이 찰랑이는

맑고 잔잔한 강물이 되었습니다.

너를 버리고 하느님을 담거라 ” 아버지 이르시니....


 아버지 고맙습니다. 아버지의 딸로 태어날 수 있어서요.

 온화한 달빛이 마치도 아버지의 자애로우신 눈빛과도 같아 눈물도 흘렸습니다.

 아버지 참 보고 싶어요. 아버지 오르내리시던  그 작은 정자 계곡을 따라

강물이 흘러 바다에 이르듯  저의 감사도 끝없이 흘러 갔습니다.

 

 나를 지어내신 하늘 아버지와 하얀 망토 포대기 삼아 업어주시는 가르멜의 성모님,

든든한 주보이신 성 요셉과 우리의 성조 엘리야, 데레사 사모님과 요한 사부님,

아기예수의 데레사와 가르멜의 성인성녀들...

그리고 김대건 신부님을 비롯한 무명 순교자들에 이르기까지

 한 분 한 분 불러 보았습니다. 

목숨 바쳐 신앙의 유산을 남겨 주신 황새바위에서 흘리신

  선조들의 선혈이 흐르는 강가  원산정에 오늘도 머물러 봅니다.

 감사의 마음으로 분향을 올리며 나는 무엇을 남겨 줄 수 있을까?


 완전한 사랑이신 삼위일체 하느님처럼 나를 살게 하시는 동그란 밀떡의 성체처럼

 가르멜 산에 이르는 동그란 작은 집 원산정.

얼마나 멀리 떠나와 샛길에서 헤매고 있었는지 알수 없었던 나의 길,

발 부러져 목발에 기대어 멀리 바라보기만 했던 원산정을------


 이제는 달려가고 싶습니다. 가다가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달려 갈 것입니다.

무거운 인욕의 바위덩이 내려놓고 하느님 아버지 천명을 즐기려...


하릴없이 나를 잊고

님께 얼굴 기대이니

온갖 것 멎고 나도 몰라라

백합화 떨기진 속에

내 시름 던져두고 .... 

       

             -어둔 밤 중에 -

 

 
 

 
Bill Douglas - Deep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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