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순례자 인생" - 9.23,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9-09-23 조회수550 추천수5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9.9.23 수요일 피에트첼치나의 성 비오 사제 기념일
                              
에즈9,5-9 루카9,1-6

                                                                
 
 
 
 
"순례자 인생"
 
 


반가운 손님은 빈손으로 와도 좋습니다.

물질의 선물도 좋지만
진심이 담긴 친절한 표정이나 한 마디 말이
더 고맙고 위로가 될 때도 있습니다.
 
사람이, 좋은 사람이 우선입니다.
 
진실로 삶이 순례여정임을 깨달아 사는 이들이
욕심 없고 넉넉한 사람들이오,
이들이 정녕 부자요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짧은 안목으로 여기가 전부인양
지금 여기에 올인 할 것이 아니라
때로 인생여정을 쭉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하루가, 일주일이, 한 달이, 일 년이 금방 흘러가니
수십 년 인생도 금방입니다.
 
하여 인생은 한바탕 꿈같다고도 합니다.

어제 마침 파경을 맞게 된 어느 분을 만났습니다.
 
10년 전 혼자 살다가 재혼하여 힘껏 살다가
부득이한 사유로 별거하게 되니 결국 처음처럼 혼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다시 홀로의 외로운 순례여정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느님께로 가는 순례여정 중 하나의 과정으로 여기십시오.
  다 흐르고 변화해도 여기 수도원은,
  하느님은 변함없이 그대로 있지 않습니까?
  하느님만을 바라보며 다시 순례여정에 오르는 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강물처럼 수도원을 거쳐 흘러들 갔는지요.
순례여정 중의 중심이자 목표는 영원하신 하느님이십니다.
 
살아계신 하느님을 중심으로 하고 살아야
인생 허무와 무의미에 무너지지 않습니다.
 
하여 저는 늘 삶의 우선순위를
첫째는 하느님 믿음,
둘째는 건강,
셋째는 일,
넷째는 돈에 둡니다.
 
아무리 재산 잃어버려 빈털터리가 되어도
믿음과 건강만 잃지 않으면 잃은 것 없다고 오히려 감사하라 합니다.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게 하느님 믿음입니다.
 
나도 ‘내 것’이 아닌 ‘하느님의 것’이니
‘내 뜻’이 아닌 ‘하느님의 뜻’대로
‘내 중심’이 아닌 ‘하느님 중심’의 삶을 살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고 넉넉한 삶입니다.
 
이래야 세상 어떤 어려움도 견디어 낼 수 있고
몸과 마음 무너지거나 망가지지 않습니다.
 
살아계신 하느님께서 늘 함께 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사실 내 뜻대로, 내 중심으로 내 것인 양 살려하기에
삶이 무겁고 자유롭지 못한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 제자들의 삶이 참 자유롭고 가벼워보입니다.
 
주님 뜻대로 주님 중심의 무소유의 삶이기에 그러합니다.

“길을 떠날 때에 아무것도 가져가지 마라.
  지팡이도, 여행 보따리도, 빵도, 돈도, 여벌옷도 지니지 마라.”

아무것도 지닌 것 없는 무소유의 삶이지만
모든 마귀를 쫓아내고 질병을 고칠 수 있는 주님의 힘과 권한을 받았으니
참으로 일당백의 용사들인 주님의 제자들입니다.
 
제자들은 떠나가서 이 마을 저 마을 돌아다니며,
어디에서나 복음을 전하고 병을 고쳐 주었다 합니다.
 
짐이 가볍고, 뚜렷한 하느님 나라의 비전과 복음 선포라는 목표를 지녔으니 마음이 갈리는 일 없이 말 그대로 역동적이고 보람찬 순례자의 삶입니다.
 
이들이 진정 마음이 가난한 이들입니다.
 
재물만 없어 가난이 아니라
체력의 부족,
재능의 부족,
시간의 부족,
공동체의 한계와 부족,
갖가지 질병들 역시 일종의 가난 체험입니다.
 
어찌 보면 인간의 본질이 가난 같기도 합니다.
 
이런 가난 체험을 통해 마음의 겸손과 순수에 이르게 되고
살아계신 하느님을 만납니다.
 
바로 1독서의 에즈라가 그러합니다.
 
유배시기의 순례여정을 통해
전존재로 가난을 체험한 에즈라,
귀환 후 그 가난의 자리에서 하느님을 만나
통회하며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
“저의 하느님,
  너무나 부끄럽고 수치스러워서,
  저의 하느님, 당신께 제 얼굴을 들 수가 없습니다.
  저희 죄악은 머리 위로 불어났고, 저희 잘못은 하늘까지 커졌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저희에게 자애를 베푸시어 저희를 되살리셔서,
  하느님의 집을 다시 세우고 그 폐허를 일으키도록 해 주셨고,
  유다와 예루살렘에 다시 성벽을 쌓게 해 주셨습니다.”

모두를 ‘내 탓’,
‘하느님 덕’에 돌리는 가난한 순례자 에즈라의
간절하고 절실한 기도입니다.
 
모든 것은 흐릅니다.
 
하느님을 제외하고 지상에서 영원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주님은 매일 우리 삶의 이정표와도 같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순례여정 중의 우리가
하느님의 중심을, 하느님의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십니다.
 
영원히 살아계신 하느님은 찬미 받으소서.

“보라, 내가 세상 끝날 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으리라.”
(마태28,20참조).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