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9월 28일 연중 제26주간 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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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09-09-28 | 조회수952 | 추천수18 | 반대(0) 신고 |
9월 28일 연중 제26주간 월요일 - 루카 9,46-50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사람이야말로 가장 큰 사람이다.”
<재수 좋은 날>
오늘 하루는 제게 참으로 신명나는 하루였습니다. 아이들과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데 "부르르"하는 진동이 왔습니다. "혹시 지난번처럼 어디 미사 깜박하고 안 왔다고 전화 온 것은 아닌가"하는 걱정으로 잔뜩 긴장을 하며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전혀 다른 기쁜 일이었습니다. 제가 가장 받고 싶은 전화였습니다. 전화를 건 사람은 10여 년 전쯤에 이곳에서 살았던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 이름을 듣자마자 즉시 얼굴이 떠오른 것은 그 친구가 당시 온 집안을 뒤흔들던 유명했던 장난꾸러기였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사고 안치고 잘 지내냐?"는 제 농담 섞인 물음에 그 친구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따, 신부님도. 이제 저도 벌써 나이 삼십이여. 온양에서 조립식 주택 짓는 일 하고 있는데, 이제야 조금 자리 잡았슈. 이제 장가가는 일만 남았슈. 한번 놀러갈께유."
그렇게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했는데, 10시 미사 때는 또 다른 한 친구가 미사 시간 맞춰오느라 땀을 뻘뻘 흘리며 들어왔습니다. 물론 그 친구 역시 이곳 출신으로 8년 동안이나 저희와 함께 살았던 친구였습니다. 미사 후에 그 친구와 차 한 잔하고 있는데, 또 다른 두 명의 출신자가 찾아왔습니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점심이라도 한끼 하려고 나가는 순간, 또 다른 친구를 만났고, 또 그 친구가 전화를 해서 또 다른 친구를 데려오고...그래서 정말 너무도 기쁜 하루였습니다.
다들 홀로 바둥 바둥 세상을 헤쳐가느라 얼굴들이 많이 삭았지만 제 눈에는 아직도 사고뭉치들, 안쓰러운 아이들로만 보였습니다. 용돈 때문에 저하고 티격태격하고 싸웠던 철부지 시절의 아이들 모습, 아무 것도 아닌 일로 삐쳐서 말도 안하고 밥도 안 먹어 속을 태우던 말썽꾸러기 때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이렇게나마 아이들을 성장케 하신 하느님의 손길에 진심으로 감사드렸습니다.
제가 늘 고민하는 한 가지 숙제가 있습니다. "아이들을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데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도구는 무엇인가?"하는 문제입니다. 따끔한 매일까? 아니면 제대로 된 엄격한 규칙일까? 보다 완벽한 교육시스템일까?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가장 효과적인 도구는 "겸손이란 옷을 입은 교육자의 헌신과 봉사" 그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데 있어서 교육자가 지녀야할 가장 바람직한 자세는 겸손의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자가 아이들 수준으로 낮아지는 것,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아이들 사이에 현존하는 것, 아이들을 위해 한번 인내하고 좀더 희생하는 것, 그것처럼 바람직한 교육적 봉사는 다시 또 없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교육자에게 마음을 여는 순간은 역설적이게도 교육자가 자신을 낮추어 겸손한 모습으로 접근하는 순간입니다.
부모나 교육자들은 보다 자주 아이들을 향해 고개 숙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솔직하게 사과할 줄 알아야 합니다. "애야, 미안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부족했다", "미안해! 내가 좀더 너를 이해하고자 노력해야 되는데..." 우리가 참 부모 참 교육자로 거듭 나는 순간은 역설적이게도 권위를 버리는 순간, 겸손하게 밑으로 내려가는 순간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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