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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9-09-28 조회수1,154 추천수18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09년 9월 28일 연중 제26주간 월요일
 
 
 
 “Whoever receives this child in my name receives me,
and whoever receives me receives the one who sent me.
For the one who is least among all of you
is the one who is the greatest.”
(Lk.9.48)
 
제1독서 즈카르야 8,1-8
복음 루카 9,46-50
 
 
어떤 형제님께서 공원 산책을 갔다가 한 장면을 보고 따뜻한 마음을 간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장면은 바로 한 꼬마아이의 행동과 말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었지요.

비가 와서인지 사람이 거의 없는 길 위에 대여섯 살쯤으로 보이는 한 여자 아이가 우산을 끼고 앉아서 땅을 빤히 내려다보고 있더랍니다. 그 모습이 예뻐 보이기도 했고, 무엇을 보고 있는 지 궁금해서 형제님께서 그 아이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고개를 들은 여자 아이가 형제님께 “아저씨, 지렁이가 나 물어요?”라고 물어보더랍니다.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스러워 하면서도 잘 몰라서 “글쎄”라고 우물쭈물했더니만, 이번에는 지나가는 할머니에게 “할머니, 지렁이가 나 물어요?”라고 똑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할머니께서는 “아니다, 지렁이는 너를 물지 않아.”라고 답을 해주셨지요. 그러자 이 여자 아이는 할머니에게 거듭 다시 확인을 하더니만, 아스팔트 위에서 바동대던 지렁이를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서 조심스럽게 쥐고는 저쪽 화단 흙 위에 놓아주더라는 것입니다.

형제님께서는 이 아이의 깜찍한 행동에 마음이 훈훈해질 수밖에 없었지요. 그리고 자신도 어렸을 때에는 이렇게 작은 것에 관심을 갖고 그 작은 것을 사랑하는 깜찍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음이 떠올려졌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런 마음이 사라졌던 것이지요.

사실 어른들은 보이는 그대로 이해하려 하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의심을 하면서 믿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보이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입니다. 바로 순수한 마음이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린이가 어른의 스승이다.’ 라는 말도 있지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어린이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입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힘이 세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쉽게 판단하고 단죄할 때가 참으로 많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예수님의 이 말씀이 더 깊이 와 닿습니다.

“누구든지 이 어린이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보내신 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사람이야말로 가장 큰 사람이다.”

당시 어린이는 사회적 약자였습니다. 아직 미성숙의 단계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완전한 사람으로 보지 않았지요. 그러한 상태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런 어린이를 받아들여야 당신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하긴 예수님도 가장 약한 모습으로 이 땅에 오셨지요. 그래서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셨고, 마지막은 십자가의 죽음이라는 초라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십니다. 결국 어린이와 같이 사회적 약자의 모습이 예수님 모습이었고, 이 세상에서 소위 강자라는 사람들에게 휘둘림을 당하셨던 예수님이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어린이를 받아들이는 넓은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만이 예수님을 받아들일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내 모습은 과연 예수님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더 높이 올라가려 한다면, 그리고 윗자리에 앉으려고만 한다면, 또 사회적 약자를 누르려고만 한다면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입니다.



시간을 낭비하기는 너무도 쉽다.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으려 할 때, 사람들은 비로소 엄청난 금리에 놀란다(미야베 미유키).




여기가 내 집입니다

인도의 캘커타에서 빈민들을 헌신적으로 돌보고 있는 테레사 수녀는 거리에서 한 소년을 만났다. 제대로 먹지 않아 깡마른 소년의 행색은 너무나 더럽고 초라했다. 수녀는 소년의 손을 잡고 자신이 운영하는 <어린이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소년의 더러운 옷을 빨아 입혀준 뒤 따뜻한 국물을 먹게 하였다. 그런 다음 소년을 침대에 데려다 뉘였다. 소년은 평화로운 얼굴로 깊이 잠들었다.

그런데 이튿날 소년은 <어린이의 집>을 도망쳐 나갔다. 이를 안 수녀들이 소년을 쫓아가 다시 데려왔다. 그러나 소년은 기회를 엿보다 또 다시 도망쳤다. 깨끗한 옷과 따뜻한 음식, 잠자리를 왜 마다하는지 수녀들은 의아스러웠다. 다른 수녀들로부터 소년의 얘기를 전해들은 테레사 수녀가 말했다.

"여러분 중 한 분이 소년의 곁을 지키다가 소년이 가는 곳을 한 번 따라가 보십시오."

그래서 한 수녀가 소년을 지켰다.

다음날 소년은 어김없이 도망을 쳤고 수녀는 소년을 몰래 뒤따랐다. 소년은 커다란 나무 밑에 이르러 걸음을 멈추었다. 나무 밑엔 한 여인이 쓰레기통에서 주워 온 듯한 온갖 음식 찌꺼기들을 작은 질그릇에 담아 끓이고 있었다. 소년은 그 옆에서 기쁜 얼굴로 음식이 끓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녀가 소년에게 다가가자 소년은 두려운 눈빛을 띤 채 한 걸음 물러섰다. 그러자 수녀가 미소를 띄우며 물었다.

"너는 왜 <어린이의 집>을 도망쳤니?"

소년은 여인 쪽으로 쪼르르 달려가더니 이렇게 말했다.

"여기에 어머니가 계시기 때문이죠. 여기가 내 집입니다."

수녀는 <어린이의 집>으로 돌아와 눈물을 글썽이며 그간의 일을 테레사 수녀에게 들려주었다. 테레사 수녀는 잔잔한 미소를 띄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어머니가 있는 그곳이 소년의 집이지요. 그리고 어머니가 만든 음식이기 때문에 소년에겐 쓰레기통에서 주워 온 것일지라도 맛있는 성찬이지요."
 
 


 A Love Until The End Of Time - Placido Domi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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