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10월 2일 금요일 수호천사 기념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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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09-10-01 | 조회수673 | 추천수8 | 반대(0) 신고 |
10월 2일 금요일 수호천사 기념일 - 마태 18,1-5.10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허리를 좀 더 굽혀보게>
오늘날 우리 청소년 교육 현실 진단과 쇄신을 위한 심포지엄에 다녀왔습니다. 총체적 교육의 위기 상황 앞에 돌파구는 없겠는가, 머리를 맞대었습니다. 가장 큰 피해자인 우리 청소년들의 숨통을 트이게 만들어줄 대안은 없겠는가,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대안으로 제시된 시도들 가운데 생태교육이 제 눈을 확 끌었습니다. 선구자적 안목을 지니신 교장 신부님께서는 최근 생태영성을 바탕으로 작은 대안학교 하나를 설립하셨습니다. 자연결핍장애로부터 아이들을 치유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계십니다. 아이들은 편안한 환경에서 잘 놀고 잘 먹어야 한다는 신부님의 말씀에 크게 공감이 갔습니다.
밤이 깊어가면서 점점 커져만 가는 계곡물소리, 우수수 쏟아질 것 같은 밤하늘의 별들, 때맞춰 날아오르는 무수한 반딧불이들의 비행... 세상이 멈춰진 것 같은 조용한 시골학교, 부럽지 않으십니까?
저 역시 요즘 시골생활에 점점 맛을 들여가고 있습니다. ‘땅에는 천국이 가득하다’는 누군가의 말씀에 저절로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땅을 파고, 씨앗을 뿌리고, 그 대지 위에 땀 흘리는 것은 우리 자신을 원천에 도달하게 만드는 소중한 경험입니다.
농사(農事)란 단어의 첫 글자 농(農)자는 곡(曲:노래하다)자와 진(辰:별)가 합성되어 있습니다. 결국 농부란 ‘별을 노래하는 사람’입니다.
흙을 만지면서 인간은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갑니다. 땅과 더불어 우리의 영혼은 ‘내면의 달빛’을 여행합니다. 흙과 더불어 지내면서 크게 배울 수 있는 교훈은 기다림이요, 경청이요, 순종입니다. 흙과 함께 살아가면서 겸손의 덕을 더욱 깨우칩니다.
땅과 더불어 지내는 사람들은 혹한이 다가와도 절대로 절망하지 않습니다. 한 겨울에도 땅속에서 아늑하게 잠자고 있을 씨앗의 희망을 생각합니다. 살을 에는 북풍한설에도 풍성한 결실의 장면을 꿈꿉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에 들어가기 위해 갖추어야할 첫 번째 조건으로 회개를 제시합니다.
회개는 아무나 할 수 없습니다. 있는 폼 없는 폼 다 잡은 상태에서 회개는 불가능합니다. 어깨에 힘을 빼지 않고서는 회개가 힘겹기만 합니다. 올라갈 때 까지 올라간 사람, 기고만장해있는 사람에게 회개는 요원합니다.
회개는 자신을 낮추어야 가능합니다. 어린이처럼 되어야 가능합니다. 단순해져야, 순수해져야, 눈빛이 맑아져야 가능합니다.
빨갛게 잘 익은 고추를 딸 때였습니다. 건성건성 따면서 밭고랑을 지나가는 한 형제의 바구니를 빈 바구니를 보며 제가 말했습니다.
“그렇게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후딱후딱 지나가지 말고 자세를 한번 낮춰보게. 허리를 굽히면 더 많은 빨간 고추가 보일 것일세.”
자세를 낮추고 바라보니 얼마나 많은 녀석들이 거기 숨죽이고 숨어있었는지 모릅니다.
우리가 허리를 굽히면 굽힐수록 세상만사 안에 깃들어계신 하느님의 오묘한 손길이 더 많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하느님께서는 더 가뿐하게, 더 손쉽게 우리를 안아주실 수 있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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