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7주일/복음 마르코 10,2-16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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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부단히 서로를 재발견해나가는 과정
제가 있는 강화는 도시와 달라서 물건 사는데 있어서 많은 제약이 있답니다. 그래서 저는 주로 인터넷 쇼핑몰을 많이 이용합니다. 우선 값싼 물건을 구입할 수도 있고, 또한 각종 상품 평을 통해서 어떤 물건이 좋은지를 알 수가 있지요.
얼마 전에 저는 어떤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서 인터넷 쇼핑몰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상품 평이 너무나도 괜찮고, 또한 가격도 저렴한 물건을 찾을 수가 있었지요. 저는 과감하게 인터넷 결제를 했고, 그 물건이 도착하기를 기다렸습니다. 다음 날, 물건이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크게 실망했습니다. 생각보다 물건이 그렇게 좋지 않았거든요. 물론 그 물건에 어떤 문제점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물건은 사람들의 상품 평처럼 훌륭하고 멋지지 않았습니다.
그 물건 하나 사기 위해서 꽤 오랜 시간을 인터넷에서 보냈습니다. 그리고 저의 선택이 분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저의 선택은 그렇게 잘 한 것이 못되었지요. 그래도 어떻게 합니까? 인터넷에서 소비한 시간과 비싼 값을 치룬 것인 만큼 어떻게 하든 쓰려고 노력해야겠지요. 그런데 쓰면 쓸수록 꽤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가 몰랐던 기능도 알게 되면서, 처음의 후회와는 달리 잘 선택한 것 같더군요. 그리고 그 상품 평이 모두 잘못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지요.
문득 부부간의 만남도 이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혼 전 연애를 할 때에는 어떠한가요? 상대방의 외모나 인품에 쉽게 마음이 끌립니다. 나의 이상향이 여기에 있었다는 사실에 얼마나 감사하셨습니까? 그런데 막상 결혼하고 살을 비비며 살면서 그러한 마음이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상대방에 대한 결점이 하나 둘씩 보이거든요. 그래서 어떤 분은 ‘속았다’라고 말하면서 혼자 사는 저에게 어처구니없는 부러움의 표시를 하기도 합니다.
“신부님은 혼자 사니까 얼마나 행복하시겠어요?”
그러나 꼭 이렇게 결점과 단점만 보일까요? 살아가면서 점점 내가 몰랐던 장점도 보이게 되는 것이고, 또한 전에 보았던 장점이 더 크게 부각되면서 평생을 부부로 살아갈 수가 있는 것이지요. 마치 제가 물건을 잘못 샀다고 후회했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잘 샀다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말씀을 하십니다.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
부부간의 관계는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것이기 때문에, 물건 반품하듯이 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왜 이렇게 물건 반품하듯이 이혼을 손쉽게 선택하는지요? 물론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결점과 단점만을 보면서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갈라놓는 선택을 쉽게 하지는 말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헤어질까?’를 생각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둘이 한 몸이 될까?’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혼인을 하는 것은 판단력 부족이고, 이혼을 하는 것은 인내력 부족이고, 재혼을 하는 것은 기억력 부족”
정말 그런가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든 분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말이 바로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도록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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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남편, 아내, 애인)를 행복하게 해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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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연 신부 강론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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