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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연과 이웃, 하느님께 활짝 열려있는 삶" - 10.3,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9-10-04 조회수411 추천수3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9.10.3 토요일 한가위                              
요엘2,22-24.26ㄱㄴㄷ 요한묵14,13-16 루카12,15-21

                                      
 
 
 
 
 
 
"자연과 이웃, 하느님께 활짝 열려있는 삶"
 
 
 


방문 앞 위에 써 붙인 천장암(天藏菴)이란 글귀에 자주 눈길이 갑니다.
 
‘공부만 하라고 하늘이 감춰둔 절’이란 뜻의
충남 서산에 소재한 절 이름입니다.
 
절 이름의 뜻이 너무 좋고 매력적이라
제 방문 앞에 써 붙이고,
로마에서 공부 중인 수사님 방에도
붙여놓고 하느님 공부에만 전념하라고 A4 용지에 정성껏 써 선물했습니다.
 
우리 가톨릭 수도승의 정서에도 딱 들어맞는 아름다운 이름입니다.
 
우리 수도원 역시 하느님의 일에만 전념하라고
하느님이 감춰둔 수도원이니 하느님의 집, 천장암입니다.
 
천리향이란 꽃도 있듯이 말없는 향기가 멀리 가는 법입니다.
 
감춰두면 감춰둘수록 들어나는 게 영적 역설의 진리입니다.
 
하느님이 감춰둔 세상과 격리된 수도원 같지만
어느 사이 세상 한 복판 중심에 자리 잡아 활짝 열린 수도원이 되었습니다.
 
비단 수도원뿐 아니라
세상 한 복판에 살아도 천장암 수도원처럼 살아야 하고 또 살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집을, 방을
또 하나의
‘하느님의 일에 전념하는 천장암’ 이라 생각하고 사시기 바랍니다.
 
외관 상 닫힌 듯이 보이지만
자연과 이웃과 하느님께 활짝 열린 천장암 여기 요셉 수도원입니다.
 
진정한 천장암은 하느님께 활짝 열려있는 집입니다.
요즘 ‘친 환경 농업’이니 ‘자연친화적 삶’ 등
참으로 자연을 강조하는 세상입니다.
 
인간의 불행과 비극은 흙의 자연에서 멀어짐에서 기인합니다.
 
숲을 떠나 새들이 살 수 없듯이 자연을 떠나 살 수 없는 사람입니다.
 
흙에서 나와 흙의 자연에서 자연의 리듬 따라 살아야 할,
애당초 자연을 떠나 살 수 없는 인간인데
도시화와 더불어 서서히 자연을 잃어가는 추세가 많이 안타깝습니다.
 
이래서 마음과 몸의 병도 그처럼 많은 것입니다.
 
하느님은 자연을 만들었고 악마는 도시를 만들었다는 말도 생각납니다.
 
창세기에서 도시 문명을 상징하는 바벨탑 쌓기를  좌절시키고
자연 속으로 흩으신 하느님의 깊은 마음을 헤아려야 합니다.
 
가을의 자연을 보면
저절로 하느님 찬미와 감사의 기도도 흘러나오지 않습니까?
 
누구나 보면 이해할 수 있는 게 자연 성경입니다.
 
추석 한가위, 자연을 통한 수확의 기쁨에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 기도를 바치는 날입니다.
 
1독서 요엘서의 자연친화적 분위기가
가을 배 수확이 한창인 우리 수도원에 참 잘 어울립니다.
“들짐승들아, 두려워하지 마라.
  광야의 풀밭이 푸르고 나무가 열매를 맺으며,
  무화과나무와 포도나무도 풍성한 결실을 내리라."
온갖 생명을 지닌 존재들과 함께 누리라 선사된 자연이지
결코 사람 혼자 독점하라 주어진 자연이 아닙니다.
“시온의 자손들아, 주 너희 하느님 안에서 즐거워하고 기뻐하여라.
  주님은 너희에게 가을비와 봄비를 쏟아 준다.
  타작마당은 곡식으로 가득하고,
  확마다 햇 포도주와 햇 기름이 넘쳐흐르리라.
  너희는 한껏 배불리 먹고,
  너희에게 놀라운 일을 한,
  주 너희 하느님을 찬양하여라.”

하느님의 사랑과 아름다움을 반영하는 가을 수확철의 자연을 볼 때
저절로 터져 나오는 찬양과 감사의 기도입니다.
 
반면 오늘 복음의 예화에 나오는 부자에게는 이런 분위기가 전혀 없습니다.
 
천국에서 살라 주신 자연에서
탐욕으로 지옥을 사는 이가
오늘 복음의 예화에 나오는 어떤 부자 농부 같습니다.
 
땅에서 많은 소출을 거뒀지만
탐욕에 눈멀어 자연 안에 살면서도 자연과 단절된,
자연에 닫힌 삶을 살았던 부자 농부였습니다.
 

진정한 천장암은 이웃에 활짝 열려 있는 집입니다.
이래서 공동체생활입니다.
 
앞문은 세상의 이웃들에
뒷문은 사막의 하느님께 활짝 열려있는 수도원입니다.
 
하느님께서 감춘 천장암 여기 수도원이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의 위로와 평화를 찾아 방문하는지요.
 
비단 수도원뿐 아니라 모든 가정공동체의 개방 원리도 똑 같습니다.
 
이런 측면의 삶과 오늘 복음의 부자 농부의 삶은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자연뿐만 아니라 이웃에도 완전히 닫힌, 고립 단절된 부자의 삶입니다.
 
“이렇게 해야지,
  곳간들을 헐어내고 더 큰 것들을 지어,
  거기에다 내 모든 곳식과 재물을 모아 두어야겠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말해야지.
  ‘자, 네가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겨라.”

아마 오늘날도 이런 어리석은 부자들 부지기수일 것입니다.
 
완전히 자기만 아는, 자 기 안에 걷힌 삶, 바로 이게 지옥입니다.
 
자연에 이어 이웃과의 단절입니다.
 
묵상하면서 깜짝 놀란 것은
이 부자에게는 오로지 ‘나’만 있을 뿐,
이웃은, 하느님은 전혀 안중에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부자 집은 심하게 말하면 '영혼이 없는 집'이요
이런 부자는 '영혼이 없는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천장암은 하느님께 활짝 열려있는 집입니다.

자연과 이웃에 이어 하느님과 소통해야 온전한 삶입니다.
찾아오는 모든 손님들을 그리스도처럼 맞이하기에 앞서
매일 끊임없이 미사와 성무일도를 통해
하느님께 활짝 마음을 여는 여기 천장암 수도원에 사는 수도자들입니다.

“그 하신 일 놀라워라, 주님을 찬미하라.
  그지없이 크오셔라, 주님을 찬미하라.”

오늘 한가위 추석도 하느님 찬미로 시작한 여기 수도자들입니다.
 
하느님과의 수직적 차원에서의 소통이 원활해야
자연과 이웃 간의 수평적 차원에서의 소통 역시 원활함을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의 부자 농부를 보십시오.
 
탐욕으로
자연과 이웃 인간과는 물론 하느님께도 완전히 차단된
자기 감옥에 갇힌 모습입니다.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가난뱅이 부자였습니다.
 
천장암의 집과는 너무 대조적인 부자의 감옥 같은 집입니다.

부자의 자기 감옥의 천장 벽을 통해 들려오는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이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의 차지가 되겠느냐?”
아마 꿈 중에 이런 말씀을 들었더라면
잠에서 깨어난 부자는 즉시 회개하여
자기 감옥에서 벗어나 자연과 이웃, 하느님께 활짝 개방하여
새 삶을 시작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죽음 앞에서 모든 탐욕과 환상의 안개는 말끔히 걷히고
삶의 본질인 하느님만 투명하게 들어나기 때문입니다.
 

소통은 생명입니다.
 
자연과 소통하고 이웃과 소통하고 하느님과 소통해야 온전한 삶입니다.
 
진정 생명의 집 천장암이 되려면 이 삼중의 소통이 원활해야 합니다.
 
이렇게 살 때
여기 사는 우리들도 자연과 이웃, 하느님과 소통이 원활한
온전한 인간 천장인(天藏人)
(하느님이 감춰 둔 보물 같은 사람; 필자가 만든 말)이 됩니다.
 
주님은 사도 요한을 통해
이런 삶을 산 우리들에게 축복의 약속을 주십니다.

“이제부터 주님 안에서 죽는 이들은 행복하다.
  그렇다.
  그들은 고생 끝에 이제 안식을 누릴 것이다.
  그들이 한 일이 그들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탐욕에서 벗어나야 온전한 소통에
천장암 생명의 집 안에서의 삶입니다.
 
주님은 우리 모두에게 탐욕을 경계하라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있지 않다.”

오늘도 이 거룩한 미사시간,
주님은 탐욕을 비운 우리 모두에게
당신의 생명과 사랑으로 충만케 하십니다.
 
자연과 이웃, 하느님과의 소통이 원활하도록
도와주시는 성체성사의 주님이십니다.

“뿌릴 씨 들고 울며 가던 사람들, 곡식 단 안고 환호하며 돌아오리라.”
(시편126,6).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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