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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환대(歡待)의 집" - 10.6,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9-10-06 조회수462 추천수5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9.10.6 화요일 성 브루노(1035-1101) 수도승 기념일 
                                                                                              
요나3,1-10 루카10,38-42
                                                        
 
 
 
 
 
 
"환대(歡待)의 집"
 
 


똑같은 마음도 황량한 사막이 될 때도 있고,
풍요로운 하느님 나라가 될 때도 있습니다.
 
하느님이 함께 하시면 하느님의 나라가 되지만
하느님이 사라지면 사막이 됩니다.
 
얼마 전 한 수도형제의 말이 잊혀 지지 않습니다.
“세상이 공허한 사막 같아요.
  겉으로는 화려하고 가득 찬 듯 보이지만
  하느님 계시지 않은 공허한 사막 같아요.”

즉시 공감하면서
5년 전 서울 시내 외출 시의 내적체험도 생각났습니다.
 
모든 것이 가득 찬 것 같은 번화한 도심 한 복판에서
참 공허하다는 느낌이 물밀듯 밀려왔습니다.
 
도대체 하느님이 머물 만한 자리를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도 하느님을 까맣게 잊고 움직이는 모습이었습니다.
 
참 외롭고 고독한, 소외당한 하느님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탄생 시 자리가 없어 구유에 눕혀진 아기 예수님도 문득 떠올랐습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합니다.
 
대형화의 추세와 더불어
내적으로 점점 공허한 사람들이 되어가는 현실입니다.
 
거대하고 화려한 건물들을 보면 즉시 연상되는 게
‘영혼 없는 집’ ‘영혼 없는 사람들’입니다.

우선 하느님의 자리를 마련해드려야 합니다.
 
하느님을 모실 때 사막은 천국이 됩니다.
사막 한 복판에 자리 잡은 하느님의 집, 환대의 집 수도원입니다.
 
옛 수도승들은 하느님을 찾아 사막에 갔지만
이제는 굳이 사막을 찾을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바로 내가 몸담아 살고 있는 세상이 사막이요,
여기 사막 한 복판에 환대의 집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환대의 집의 참 좋은 본보기가 여기 수도원입니다.

오늘 복음의 마르타와 마리아 자매의 집이
바로 세상 사막에 오아시스와도 같은 환대의 집 수도원 같습니다.
 
이 환대의 집에서 주님을 맞아들인 두 자매처럼
이 수도원 환대의 집 거룩한 성전에서
매일 미사와 성무일도를 통해
주님을, 또 ‘찾아오는 모든 손님을 그리스도처럼 맞이하라.’는
사부의 말씀 따라
숱한 손님들을 그리스도처럼 환대하는 여기 수도승들입니다.
주님을 환대하든 손님을 환대하든
환대에 정작 중요한 것은 내 좋을 대로의 환대가 아니라
상대방이 뭘 원하는지 상대방을 배려한 환대입니다.
 
주님을 맞이하여 갖가지 시중드는 일로 분주한 마르타,
주님을 배려하지 않은 제 생각대로의 환대입니다.
 
분명 주님이 이 영혼의 쉼터와도 같은 자매의 집을 방문한 것은
배고파서가 아니라 신심 깊은 두 자매와 말씀을 나누며
위로와 힘을 받기 위해서였을 것입니다.
 
이런 주님의 마음을 헤아린 마리아는
주님의 발치에 앉아 주님의 말씀을 경청하며 주님을 환대합니다.
 
마리아에 불평하는 마르타에게
주님은 환대에 있어 우선순위를 분명히 해 줍니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우리 역시 마리아처럼
매일 이 성전에서의 거룩한 공동전례 중
주님의 발치에 앉아 주님의 말씀을 경청하며 주님을 환대합니다.
 
주님을 환대할 뿐 아니라 주님 역시 우리를 환대하십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이들은 다 나에게 오너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라는 말씀처럼
우리를 환대의 집, 이 거룩한 성전에서의  미사 잔치에 초대해 주셔서
우리를 환대하시는 주님이십니다.

환대의 하느님이요 환대의 집인 수도원입니다.
 
이 수도원이 개원 후 22년 동안
수도원을 통해 하느님은 얼마나 많은 이들을
가슴을 활짝 열고 환대해 주셨는지요.
 
아마 22년 동안 매일 24시간 내내 세상에 활짝 열려 있었던 성전은
여기 하나뿐일 것입니다.
 
회개의 진정성은 환대를 통해 입증됩니다.
 
회개의 참 열매가 환대입니다.
 
1독서의 니네베 백성들은 회개를 촉구하는 요나의 선포에 응답하여
하느님 환대의 품으로 돌아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이 악한 길에서 돌아서는 모습을 보시고 마음을 돌려
내리겠다던 재앙을 거두셨다 합니다.

사막 같은 세상을 탓할 게 아니라
내 몸 담고 사는 집을 수도원처럼
오아시스 환대의 집으로 만드는 것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오늘도 환대의 집 수도원 성전에서 거룩한 미사를 봉헌하는 우리들입니다.
 
주님은 당신의 말씀과 성체로 우리를 환대해 주시고
우리는 믿음, 희망, 사랑 가득한 마음으로 주님을 환대하는
복된 미사시간입니다.
“보라, 하느님은 나를 도우시는 분,
  주님은 내 생명을 받쳐주는 분이시다.”(시편54,6).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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