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9-10-08 조회수1,122 추천수15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09년 10월 8일 연중 제27주간 목요일
 
 
 
 I tell you, ask and you will receive;
seek and you will find;
knock and the door will be opened to you.
For everyone who asks, receives;
and the one who seeks, finds;
and to the one who knocks, the door will be opened.
(Lk.11.9-10)
 
 
제1독서 말라키 3,13-20ㄱ
복음 루카 11,5-13
 
 
저는 며칠 전 미사 중 강론 시간에 깜짝 놀랄만한 일을 경험했습니다. 그날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강론을 하기 위해 새벽에 썼던 강론 원고를 펼쳤지요.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원고를 잘못 가지고 올라간 것입니다. 그날의 원고가 아닌, 일주일 전에 했던 강론 원고가 내 눈 앞에 펼쳐져 있으면서 머릿속은 하얗게 변하더군요.

사실 한번 했던 강론 원고는 곧바로 휴지통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 원고는 휴지통 속에 들어가지 않고 책상 위에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아마 나중에 버려야지 라고 마음먹었다가 깜빡 잊고 버리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버리지 못하고 남아있던 원고를 그날의 강론 원고인줄 알고 미사 때 가지고 올라간 것이지요.

만약 강론 원고를 곧바로 휴지통에 버렸다면 그럴 일이 없었겠지요. 그러나 ‘나중에 버려야지’라는 안일하고 뒤로 미루는 행동으로 인해 미사 중에 당황한 일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에 연연하는 모습이 왜 잘못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과거의 강론 원고를 가지고 있음으로 인해 지금 해야 할 강론에 충실하지 못하게 되는 것처럼, 과거에 연연함으로 인해서 지금이라는 이 현재에 충실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과거의 일로 인해서 교훈을 얻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에 그랬더라면...’ 식의 아쉬움으로 시간을 낭비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입니다. 달리기를 할 때 뒤를 돌아보면서 달리면 어떨까요? 절대로 빨리 달릴 수 없으며, 제대로 달릴 수도 없습니다. 목표점을 바라보면서 힘차게 달려야 가장 빨리 도착할 수 있으며, 그 목표점을 향해 제대로 달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신앙인의 목표라고 하는 하느님 나라를 향해서 우리는 어떻게 달리고 있었을까요? 바로 지금 주님만을 바라보면서 힘차게 달려야 하는데, 혹시 과거만을 계속 뒤돌아보면서 엉뚱한 곳을 향해 달리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오늘 예수님께서는 우리들에게 어떤 마음가짐으로 하느님 앞에 다가가야 하는지를 말씀해주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

주님께 청하고, 주님을 찾고, 주님의 문을 두드리는 행동은 바로 지금 이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과거에 연연하면서 행하는 행동이 아닌, 주님을 향한 간절한 마음으로 지금 당장 이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바로 그때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주님 앞에 나아가는 내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써 살아갔는지를 다시금 반성하면서, 이제 과거에 연연하기보다는 지금이라는 현재에 충실하면서 주님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과거를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오늘의 당신의 모습을 보라. 내일을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오늘의 당신을 보아라. 그것이 바로 미래의 당신이다.(삼세인과경)




과거에 잇고 있던 줄을 끊어버려라

대륙을 횡단하던 여객기가 기관고장과 연료부족으로 광활한 사막에 불시착하였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이 하나 둘 여객기 밖으로 나왔다. 이글거리는 태양 빛 아래 달궈진 모래밭이 사방을 에워싸고 있었다. 조종사가 구조요청을 보내기 위해 무전기를 두드렸으나 아무런 회신도 들어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싣고 가던 식량과 음료수를 아껴 먹으며 구조를 기다렸다. 그리고 비행기 잔해를 기점으로 하여 여러 명씩 조를 짜서 혹시 근처에 있을 부락을 찾아보기로 하였다. 이른 새벽 부서진 비행기 안에서 잠을 깬 사람들은 두서너 명씩 짝을 이뤄 근처를 돌아보았다. 그러다가 어둑해질 무렵이 되면 다시 비행기로 돌아오곤 하였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이 흐르고 식량과 물은 바닥이 났다. 물이 없는 이상, 더 이상 살 가망이 없었다. 그래도 사람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계속 사막을 여러 방향으로 뒤지고 다녔지만 헛수고일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사람이 비장한 각오로 말했다.

"여러분, 여기서 이러고 있다간 결국 우리 모두 죽고 말 것입니다. 우리는 매일 밤마다 비행기로 돌아오곤 하는데 저는 이 비행기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 조난 지점으로 돌아와선 안됩니다. 이제 마지막 기회입니다. 여기서 떠나 다행히 인가를 발견하면 사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죽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 이대로 있다간 죽음뿐입니다."

다음날 비행기는 불에 활활 타올랐다. 힘껏 손을 맞잡은 사람들은 서너 명씩 헤어져 길을 떠났다. 이제 그들이 돌아올 곳은 없었다.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사막을 헤매고 다녔다. 또 며칠이 흐르고 사람들은 드디어 오아시스가 있는 마을을 발견하였다. 기쁨에 찬 사람들은 주민들이 내민 물로 목을 축였다.

"그의 말이 옳았습니다. 과거를 잇고 있는 줄을 끊어버릴 때라야 비로소 새 삶의 지평이 보이는 것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You Are My Destiny - Ernesto Cortazar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