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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생의 열쇠를 제대로 간수하는가?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10-15 조회수470 추천수3 반대(0) 신고
 
 

인생의 열쇠를 제대로 간수하는가? - 윤경재

“너희는 불행하여라! 바로 너희 조상들이 죽인 예언자들의 무덤을 너희가 만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너희 조상들은 예언자들을 죽이고 너희는 그들의 무덤을 만들고 있으니, 조상들이 저지른 소행을 너희가 증언하고 또 동조하는 것이다.” “불행하여라, 너희 율법 교사들아! 너희가 지식의 열쇠를 치워 버리고서, 너희 자신들도 들어가지 않고 또 들어가려는 이들도 막아 버렸기 때문이다.” (루카11,47-54)

 

인생을 한 편의 드라마라고 말합니다. 그것도 자신이 주인공이자 감독이며 시나리오 작가까지 되어야 하는 벅찬 드라마입니다. 일인다역을 맡아야 하기에 자칫하다가는 일에 치여 금세 지치기도 합니다. 간혹 내 역할을 누가 대신 맡아주었으면 하고 바랄 때도 있습니다. 자신의 역을 외면하고 싶어집니다. 실제로 어떤 부분은 나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위임하기도 합니다. 눈앞에 밀물처럼 닥쳐오는 일을 처리하고 자신과 가족을 부양하고자 애쓰기에 우선순위에 밀린 사항은 늘 뒤처지게 마련입니다. 특히 신앙문제 같은 일은 더욱 그렇습니다. 생각할수록 오리무중이라 더 깊이 숙고할 여력이 없어 되는대로 맡겨버립니다.

우리는 살면서 그때그때 벌어지는 사건들의 뒤치다꺼리에 매달려 내가 진정 나의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는지 잊고 지낼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우리는 자신의 드라마에서 관객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조연이라면 그래도 낫습니다. 엑스트라도 아니고 아예 드라마에 출연도 못하는 관객이 되어버립니다. 심드렁한 국외자가 됩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이런 덫에 걸려 자기 드라마에 출연도 못하고 방관자가 되어 살고 있습니다. 아니 산다는 말조차 붙일 수 없습니다. 삶에 지쳐 손가락 하나 까딱할 의욕조차 잃고서 단단한 껍질을 쓰고 어둠 속에서 우두커니 시간만 죽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삶을 열어줄 열쇠를 한편에 방치하고 스스로 어둔 방 속에 가두고 있는지 모릅니다. 살아야 하는 의미를 따질 기력도 없어집니다. 

자신이 출연해야 했지만, 불이 꺼져버린 드라마를 더 지켜보기 두려워질 때 우리에게 온갖 아첨꾼들이 찾아옵니다. 자신에게 책임을 이양해주면 그 대신 멋진 인생을 보여주겠다고 유혹합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최대의 효과를 맛보게 하겠다고 장담합니다. 그 대신 우리 인생의 열쇠를 자신들에게 보관하라고 종용합니다. 그리고 인생의 열쇠를 맡기는 순간부터 그들은 온갖 환상을 펼쳐 보여줍니다. 시간이 갈수록 그 환상에 탐닉하도록 이끌고 갑니다. 

그러다가 행복과 명예와 성공이라는 환상은 어느 날 갑자기 아무것도 아니었음이 밝혀집니다. 그때 유혹자는 자신들마저도 자신의 열쇠를 갖고 있지 않았다고, 그야말로 백일몽이었다고 오리발을 내밉니다. 인생이 기울어질 무렵 이미 놓쳐버린 진실의 대가는 너무나 크게 다가옵니다. 오로지 남는 것은 후회뿐입니다. 인생의 방관자, 낙오자였다는 낙인뿐이며 자책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한 번뿐인 삶을 자신의 것으로 살라고 초청하셨습니다. 그러고서 율법학자들을 인생의 열쇠를 감추어 둔 유혹자라고 질책하십니다. 그들은 각자의 삶을 살지 못하게 훼방하였습니다. 율법학자들은 삶의 주인공이 되어야할 사람들에게 엑스트라는커녕 낙오자, 패배자의 누명을 씌웠습니다. 진리를 감추고 그 길에 다가서는 방법을 차단했습니다. 담을 높이 쌓아 감히 넘볼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몇몇 소수만 실행할 수 있도록 온갖 질곡을 만들었습니다. 인생의 온갖 무대장치를 두껍게 회칠하여 두었습니다. 그들은 편 가르기를 즐겨 했습니다. 그럼으로써 절망감을 바이러스처럼 유행시켰습니다. 예수께서는 그들의 본색을 명확히 아셨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유혹자가 우리에게 다가와 자신 인생의 열쇠를 맡겨달라고 그러면 큰 이윤을 내주겠다고 꼬드깁니다. 뻔뻔하게도 우리더러 인생의 주인공 자리를 양도하라고 훈계합니다.

 예수께서는 공생활 중에 참 자유인으로 살아가는 길을 보여주셨습니다. 생명의 주인공으로 사셨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만나는 심판 날에 주님께서는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았는지 여부를 무게 단다고 합니다. 그 길은 주님께서 일러주신 하느님 나라의 열쇠, 자기 인생의 열쇠를 함부로 양도하지 않고 간직하는 방법뿐입니다. 열쇠를 돌려 문을 활짝 열고 한걸음 내딛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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