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군종교구의 지원과 군종 신부님들의 노력으로 사관생도들의 가톨릭 복음화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신자 수가 많이 증가하고 있으나 60–70년대 초만 해도 타종파에 비하여 사관생도 신자 수가 적은 편이었다. 그로인해 그 당시 신자인 선배에 관한 기억이 하나 있다.
계급이 높은 선배인데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분이었다. 그 선배는 생도 시절에는 신자가 아니었다. 그래서 어떠한 계기로 신자가 되었는지 물었더니 월남전 파병 당시 주둔하고 있던 기지 옆에 중대 규모의 미군 전차부대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미군부대에 군복에 로만 칼라를 한 미국 군종 신부님이 혼자 지프차를 운전하고 매주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방문하는 것을 관찰했다고 한다. 전투지역에서는 같은 통로를 정기적으로 반복하여 다니는 것이 가장 위험한 행위인데 그 신부님은 대담하게 행동한 것이다.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하다가 저 정도의 신념과 용기를 갖게 하는 것이 종교라면 믿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귀국하자 바로 가톨릭에 입교해 세례를 받았다고 한다. 그 군종 신부님은 하느님의 배경을 믿고 행동하셨을 것이고 지금 생각하니 베트남이 원래 가톨릭 신자가 많았으니 베트콩 중에도 신부님을 알아보는 자가 있었을 것이고 그 신부님의 용기에 감복해 적이지만 습격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오늘 복음을 보면 “누구든지 사람들 앞에서 나를 안다고 증언하면 사람의 아들도 하느님의 천사들 앞에서 그를 안다고 증언할 것이다.” 하셨다. 그 군종 신부님이야말로 이 말씀을 믿고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실천한 분이신 것 같다
유경희(가톨릭미술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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