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가을 편지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9-10-18 조회수438 추천수6 반대(0) 신고
그리워서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을 만나보지 못하고 온 것이 못내 마음이 쓰였습니다. 늦었지만 아름다운 가을을 맞아 멀리서 편지를 씁니다. 미국에서는 하느님 안에 사는 것에 사기 충만했었던 저였지만 여름 동안 방문한 한국에서 예상치 못한 여러 가지를 접하며 점점 제 자신을 잃어 갔습니다. 하느님을 원망하는 마음도 들었고 또 저 스스로도 등을 돌렸습니다. 그 후로 아마 저의 불행이 시작되었나 봅니다.
 
가까운 사람들이 사고로 죽음을 맞이한 사건들, 착하고 순한 사람들이 고통을 받는 일, 불합리와 부조리로 가득한 세상, 미래를 꿈꿀 수 없게 만드는 현실 등 여러 가지가 제 마음 깊이 들어와 자리를 차지해 버렸나 봅니다. 하느님이 아닌 다른 것들 대부분 부정적인 것들로 채워지고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맺지 못하니 모든 것이 허무하고 절망적이며 제 삶 또한 원치않는 다른 방향으로 어긋나는 듯했습니다. 깨어서 당신의 말씀을 묵상하지도 못할뿐더러 모든 것이 허무하고 절망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삶과 죽음을 주관하시는 당신이 없이는 사실 살아도 살아있지 않은 듯했고 아무리 사랑으로 내 가슴을 채우려해도 당신의 도움 없이는 저는 점점 메말라갈 뿐이었습니다.
 
아래 비향카 언니의 추억 한 조각을 감상하며 저의 추억도 함께 스쳐 지나갑니다. 지난 가을부터 아마도 저도 이 묵상방에 조금씩 조금씩 글을 들여다 놓기 시작했고 이곳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과 보이지는 않지만 사랑을 주고 받으며 제 삶에 그 사랑을 옮겨 놓기 위해 신명나 했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많이 죄송합니다. 그간 연락을 드리지 못했고 걱정만 끼쳐 드렸습니다.
 
어제는 아이들 학교 행사를 마치고 늦게 집으로 돌아와 보니 전화 메세지가 남겨 있었습니다. 멀리 한국서 이 곳을 통해 알게 된 사랑하는 친구분이 전화를 거셨습니다. 그리고는 안부를 묻고 잘 지내라 늘 마음으로 생각하고 기도한다는 마지막 말씀에서 저는 눈물을 펑펑 쏟았습니다.
 
저의 메마른 마음에 많은 이들의 소중한 기도가 제 가슴을 다시 뛰게 하고 기도로 방울방울 모여진 눈물이 제 마음을 씻기고 저의 못난 모습도 모두 씻어내려가는 듯합니다. 지금도 글을 쓰며 어제처럼 눈물이 납니다.
 
절망과 허무감 그리고 우울의 늪에 빠진 제가 아침마다 하느님을 찾아갔습니다. 당신께서 늘 나와 함께 하신다고 하셨지만 저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를 살려 달라, 다시 제 마음을 당신 사랑으로 채워 주십사하고 애원하였습니다. 당신 없이는 저는 사랑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아니 제 존재의 근원도 당신이시고 당신의 사랑만이 제가 살아있는 이유라는 것을 압니다.
 
제 몸에 당신을 매일 매일 모시며 저를 치유해 주시기를 간절히 원했습니다. 마음이 아픈 다른 이들도 치유해 주시기를 빌었습니다.
 
삶이 고통이 아닌 꿈과 희망으로 가득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시기를… 그 꿈과 희망 한 가운데 당신의 빛이 세상을 향하고 당신의 심장이 쉬지 않고  사랑의 피를 뿜어낸다는 사실을 저의 온 몸과 정신과 그리고 영혼을 통해 느낄 수 있도록…그리하여 당신 사랑으로 제가 다시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되기를…
 
아직도 하느님 원하시는대로 정상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인 온 마음과 정성과 뜻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지내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작은 불씨가 다시 제 마음에 들어와 온기를 전해줍니다. 고맙습니다.
 
저도 많은 분들이 궁금하고 그립습니다.  행여 저로 인해 실망하시거나 상처를 받으신 분이 계시면 죄송합니다. 늘 변함없이 이 자리를 지켜 주시는 분들께 감사합니다. 이 자리에 자취를 남기지 않으셔도 조용히 마음으로 이 곳을 사랑해 주시는 많은 분들과 함께 우리 하느님께로 가는 소중한 친구들임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는 서로의 삶 안에서 가까이 만나는 하느님의 사람들께 따뜻한 손 내밀어 손 잡고 우리의 본향이신 그분께로 가까이 한발짝 한발짝 다가가는 소중한 신앙인임을 잊지 않고 살기를 바랍니다.
 
늘 영육이 건강하시고 주님의 평화가 늘 우리와 함께 하기를 빕니다.
 
멀리서 띄우는 부족한 가을 편지를 받아주신 모든 분께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행복한 주님의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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