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죽음후에 오는 것은 ....... 김상조 신부님
작성자김광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9-10-19 조회수751 추천수13 반대(0) 신고

 
 요즘 새로운 공부를 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국립암센터에서 호스피스 교육을 받고 있다.
지난 6월말엔 포천에 있는 모현 호스피스병원에서
4박5일 동안 말기암 환자들을 위한 호스피스 실습?을 해 보기도 하였다.
그 때 마침 6월 29일 바오로 대축일을 맞은 형제분이 계셔서
축하 인사를 드리며 오전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연세는 60대 초반, 직장암으로 오랫동안 고생하시다가
마지막으로 모현 호스피스 병원에 왔고,
입원한지 몇칠 되지도 않아 100% 환자중심의 호스피스 간호와
의사선생님의 따뜻하고 평안한 완화치료에 감동되어 바오로라는 본명으로 대세를 받았다고 한다.
결국 7월4일 돌아가셨지만 그 며칠동안 그분은 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인생의 마지막을 그렇게 행복하게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실제로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고이범식 바오로님과 그 가족들에게 감사드린다.
 
또 한 분은 40대 초반의 젊은 부인이었는데
자신의 죽음을 딸에게 알리지 못해 괴로워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어린 딸을 두고 죽어야 한다는 사실에 많이 분노했었지만
내가 만났을 때에는 자신의 죽음은 받아들이고 있었다.
바오로 축일 다음날 가까운 친구들과 이별하는 장면을 간간이 지나치면서 보게 되었다.
본인보다 친구들이 많이 슬퍼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다음날엔 딸도 아빠와 함께 와서 하룻밤을 지내면서 자신의 죽음을 딸에게 알려주었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도 남편과 딸이 너무 안타까워서 눈시울이 붉어지고
자연스레 예수님의 죽음을 묵상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문득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다시 불러가실걸 왜 우리를 세상에 보내셨을까?’
 
또 한분의 형제분은 그 지역 본당의 공소회장직을 오랫동안 맡아오던
독실한 교우분이신데 독감인줄 알고 병원에 갔다가
암으로 판정받고 곧바로 그곳 모현 호스피스 병원에 입원하셨다고 한다.
갑자기 들이닥친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한 동안 사람 만나길 피했고 바깥 산책마저도 거부하셨다고 한다.
내가 갔을 즈음엔 간간히 산책도 하는 편이어서 나와 함께 바깥 나들이도 가곤 했다.
내가 떠나오기 전전날에는 잘 치지도 못하는 기타솜씨였지만 함께 뽕짝을 부르기도 하였다.
 
그 때 내가 만났던 분들은 지금 모두 돌아가셨다고 한다.
죽음 앞에서 인간은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오늘 예수님도 그런 말씀하신다.
“나의 벗인 너희에게 말한다. 육신은 죽여도 그 이상 아무것도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육신의 죽음을 넘어서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말씀,
그리고 죽음 후에 어떤 분명한 실체가 있다는 말씀이다.
 
그리고 덧붙여 말씀하신다.
“육신을 죽인 다음 지옥에 던지는 권한을 가지신 분을 두려워 하여라”
이 말씀이 참으로 중요하다.
나도 여러분도 결국엔 죽고 말겠지만
죽음 후에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하느님 외에 어느 누구도 간섭할 수 없다는 말씀이다.
그렇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죽기 전엔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는 말씀이기도 하다.
그것이 바로 호스피스다.
인생의 마지막을 아주 품위 있게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죽음을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는 것이다.
죽음도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은 다른 누구보다도 예수님이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셨다.
바로 내일 죽음을 앞둔 분이 제자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15,11;16,33)
그리고 나서 이렇게 기도하셨다.
“이제 저는 아버지께 갑니다.
제가 세상에 있으면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이들이 속으로 저의 기쁨을 충만히 누리게 하려는 것입니다.”(요한 17,13)
 
우리가 하느님을 두려워해야 하는 이유는
그분이 무서운 심판자시기 때문만이 아니다.
우리가 바라는 행복, 기쁨의 원천이 바로 하느님이시기 때문이다.
우리의 머리카락 까지도 다 세어두실 만큼 우리를 귀하게 여기시는 하느님의 기쁨을,
우리가 누리지 못하고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그분을, 두려워해야 한다.
 
죽음도 어쩌지 못하는 기쁨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기쁨이 하느님으로부터 온다는 사실,
더욱이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기쁨이 온전히 우리 것이 될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