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아들과 아빠가 가는 행복의 길> - 은종복
작성자김수복 쪽지 캡슐 작성일2009-10-19 조회수389 추천수1 반대(0) 신고
 

<아들과 아빠가 가는 행복의 길> - 은종복

 

 

 

내 아인 지금 대안교육운동을 하는 초등학교인 삼각산재미난학교 6학년에 다닌다. 아니 6학년이 아니다. 이 학교엔 학년이 따로 없다. 46명 아이들이 두 모둠으로 나눠 웃고 떠들며 배운다. 먹을거리 모둠인 ‘주전부리’와 만들거리 모둠인 ‘뚝딱뚝딱’이 있다. 내 아이는 뚝딱뚝딱 모둠이고, 그 아이들이 만든 그네가 배움터 마당에 멋지게 세워졌다.

재미난학교에서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글쓰기, 셈 익히기를 한다. 하지만 그 공부보다 손과 발로 익히는 공부를 더 열심히 한다. 텃밭을 가꾸고 뜨개질도 배우고 먹을거리를 만들고 그네와 사다리도 스스로 만드는 데 힘을 쏟는다.


이러다 보니 아이들은 기초 학습이 떨어진다. 내 아이는 아직도 구구단이 입에서 술술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별걱정 하지 않는다. 구구단은 잘 못 외우지만 생각이 참 깊다. 아내와 내가 말다툼을 할 때 아이가 가운데서 옳은 말로 풀어놓기에 우리 식구는 늘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내 아이는 나를 바르게 살도록 이끄는 선생이다.


아이가 앞으로 다니게 되는 제천간디학교는 대학을 가려는 목표로 아이들을 가르치지 않는다. 아이들 둘만 모이면 동아리를 꾸릴 수 있도록 학교에서 도와준다.


얼마 앞서 삼각산재미난학교에 제천간디학교 고등과정 2학년인 여학생이 와서 함께 생활했다. 그 학생은 앞으로 대안초등학교 선생이 되는 게 꿈이다. 세상을 맑고 밝게 바꾸면서 살고 싶어 한다. 제천간디학교 학생들이 대학을 가지 않는 것은 영어·수학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스스로 마음밭을 맑고 밝게 하는 공부를 앞세워서 그렇다.


대안학교에선 두 가지를 배운다. 하나는 아이가 이 땅에 태어난 것을 기뻐하고 내 목숨이 귀하면 다른 이 목숨도 귀하다는 것을 배우고, 또 하나는 먹을거리, 입을거리, 잠잘거리를 스스로 만드는 것을 배운다. 내 아이가 12년 동안 대안학교를 다녔으면서도 아이가 사회에 나가 행복할 수 없다면 대안학교에서 잘못 배운 것이고, 제대로 배웠는데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면 사회가 잘못돼서 그렇다. 사회가 잘못되었다면 내 아이는 돈에 눈먼 세상을 바꾸는 혁명가가 되어야 한다. 혁명가는 꼭 총을 들고 정권을 바꾸려는 사람만이 아니다. 농사꾼이 되고 노동자가 되어 마을을 살맛 나게 하는 데 힘을 쓰는 것도 혁명가다.


간디가 말했듯이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 내 아이는 대학을 가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 물론 그것은 아이가 찾아가야 할 길이지만. 나도 아이 뜻을 따라 그 길에 함께 들어 참 기쁘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