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산 지 20여 년이 흘렀다. 멀리서 바라보는 한국은 때때로 놀랍고 불가사이하기까지 하다. 그동안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다미 선교회나 휴거 소동도 나중에 들었다. 종말에 대한 관심은 현실이 힘들 때면 도피 의식과 맞물려 고양되는 모양이다.
오늘 예수님의 말씀은 신자들, 그중에서도 성직자와 수도자, 교사 등 가르치는 직분에 있는 이들을 향한 경고와 격려로 들어야 할 것이다. ‘주인의 뜻을 알고도 아무 준비도 하지 않았거나 주인의 뜻대로 하지 않은 종’ 에 대한 경고다. 복잡다단한 오늘의 사회에서 복음에 따라 살아가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 경쟁과 질투, 결과 또는 업적 지상주의를 넘어 하느님의 가치를 실천하기란 교회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한테도 쉽지 않다.
우리는 뜻한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거나 잘못될 때, 남의 탓으로 돌리고 나의 허물은 보지 않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이런 반성이 필요하다. 정의의 이름으로 자비를 가리는 경우는 혹시 없는가 ? 속도와 효율 논리에 나도 모르게 파묻혀, 가난하고 모자란 사람들 가운데 이미 와 계시는 그분, ‘온유하고 겸손한’ 그리스도를 보지 못하고 드러내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가 ? 오늘날 갈라지고 찢겨진 한반도에서 예언자적 사명이란 일치와 화해를 심는 것이 아닐까 ? 우선 나부터 이웃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것을 멈출 수는 없을까 ?
‘주님은 도둑처럼 예기치 않을 때 오신다. 종말이 언제 올 줄 모르니 늘 대비하라’ 는 이 말씀을 근거로 ‘예수 천당, 불신 지옥’ 을 외치며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겁을 준다면 예수님의 말씀을 잘못 이해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안다는 사람들, 그것도 종교적 엘리트한테는 때때로 엄한 경고를 보내시지만 보통 사람들한테는 결코 심한 말씀을 하지 않으신다. 예수님은 위협하는 분이 결코 아니시다.
신한열 수사(프랑스 떼제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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