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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월22일 야곱의 우물- 루카 12,49-53 묵상/어머니의 신앙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9-10-22 조회수410 추천수2 반대(0) 신고
어머니의 신앙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 ? 내가 받아야 하는 세례가 있다. 이 일이 다 이루어질 때까지 내가 얼마나 짓눌릴 것인가 ?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이제부터는 한집안의 다섯 식구가 서로 갈라져, 세 사람이 두 사람에게 맞서고 두 사람이 세 사람에게 맞설 것이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아들이 아버지에게 어머니가 딸에게 딸이 어머니에게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맞서 갈라지게 될 것이다.”
 
 
 
 
◆오랜 유교 전통을 간직한 경상도 양반 집안의 며느리인 어머니가 세례 받으신 지 30년이 지나서야 아버지가 교회에 나오기 시작하셨다. 누나가 수녀원에 가겠다는 결심을 밝히자 “딸이 그 길을 가는데 내가 어떻게 더 이상 교회 밖에 머물 수 있겠느냐.” 는 말씀과 함께. 지극히 현실적이고 비종교적이셨던 아버지가 스스로 입교를 결심하신 것은 지금도 나에게 놀랍게 느껴진다.

명절날 가족이 모이는 자리에서 정치와 종교 얘기는 피하라고들 한다. 다종교 사회인 한국에서 언제부터인가 종교, 특히 그리스도교는 또 하나의 분열 요인이 된 것이다. 그런데 오늘 복음 말씀을 ‘신앙을 가지면 당연히 불신자와 반목하게 된다.’ 는 뜻으로 알아듣는다면 반밖에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신앙인이 비신앙인과 갈라지고 반목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이 아니라 진정 복음을 살고 헌신하는 사람은 반대와 오해와 불신을 각오해야 한다는 뜻이리라.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는 예수님의 말씀은 그저 두루뭉술, 좋은 게 좋고,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한 신앙인, 현실에 그냥 동조하는 타협주의자들을 향한 경고다.

세상에 사랑의 불을 놓으러 오신 예수님은 그것이 이미 활활 타오르기를 바라시고 그렇게 되기까지 고통 받을 각오가 되어 있다. 당신이 주시는 평화와 일치는 십자가와 죽음을 거쳐 완성될 것이다. 분열과 오해는 예수님이 일으키시는 것이 아니라 참된 신앙인이 때때로 주위에서 겪는 현실이다. 이웃을 비난하거나 탓하기보다 일치와 화해를 지향하는 것이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앙인이 마땅히 지녀야 할 태도이리라.

내가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에 입교하신 어머니는 세례 받고 얼마 뒤에 아버지의 이해 부족으로 한동안 교회에 다니지 못하셨지만 (그것은 그분에게 엄청난 슬픔과 고통이었다) 가정의 평화를 우선하고 문중 대소사를 외면하는 일이 없었다. 결국 아버지의 동의를 받아 다시 미사에 참석하게 되었다. 어머니는 당신의 신앙을 가정불화의 원인으로 만들지 않으셨다. 사랑과 인내로 이겨내셨다. 덕분에 나중에 태어난 나는 신앙이라는 가장 소중한 선물을 받으며 자랄 수 있었다.
신한열 수사(프랑스 떼제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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