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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무엇이 징조인가?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10-23 조회수521 추천수5 반대(0) 신고
 
 

무엇이 징조인가? - 윤경재

 

“너희는 구름이 서쪽에서 올라오는 것을 보면 곧 ‘비가 오겠다.’ 하고 말한다. 과연 그대로 된다. 또 남풍이 불면 ‘더워지겠다.’ 하고 말한다. 과연 그대로 된다. 위선자들아, 너희는 땅과 하늘의 징조는 풀이할 줄 알면서, 이 시대는 어찌하여 풀이할 줄 모르느냐?” (루카 54-56)

 

어제 정의구현 사제단 소속 문규현 신부님께서 단식 중에 의식을 잃고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병원 중환자실에서 심장정지 상태에 두 번씩이나 빠졌었다는 후문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혼수상태에서 사경을 헤매고 계십니다. 문 신부님께서는 이 나라 정의를 위해 목소리를 내시는 분이십니다. 정치권력이 행하는 오만한 독주를 견제하고, 환경과 생명 경시 풍조에 경각심을 주시고자 오체투지를 하며 전국 순례를 하신 분입니다. 요즘에는 용산 철거민 현장에서 목소리를 내셨습니다. 

어쩌면 문 신부님의 행동에 전적으로 찬동하시지 않는 분들도 있겠지만, 좀 더 큰 안목으로 살펴보면 누군가는 반드시 이런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는 점에서 문 신부님의 행동은 가치가 있습니다. 

개인이나 사회나 건강하고 진리를 향해 깨어 있으려면 가시 같은 존재가 필요합니다. 가시에 찔리는 아픔은 슬쩍 죄에 눈감아 버리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게 해줍니다. 정신을 차리고 올바른 방향으로 돌아서게 합니다. 사도 바오로도 “내가 자만하지 않도록 하느님께서 내 몸에 가시를 주셨습니다.”(2코린12,7)라고 고백하였습니다. 가시를 없애주시기를 세 번이나 간구했지만, 결국 몸에 박힌 가시를 그리스도의 은총으로 인정하였습니다.

잠수함이 바다 속 항해를 떠날 때 카나리아가 든 새장을 함께 싣고 나선다고 합니다. 카나리아가 예민하여 함정 내의 공기가 오염되는 상황을 먼저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실내 공기가 맑고 깨끗하다면 카나리아는 건강하고 활기차게 움직이며 살아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공기가 오염되면 카나리아는 곧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다고 합니다. 물론 카나리아가 죽고도 사람들은 나쁜 공기 속에 더 오래 견딜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기를 바꾸어 되돌릴 기회를 놓치면 조만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맙니다. 함 내에 거주하는 군인들이 생명을 잃게 됩니다.

우리는 흔히 다수결 원칙이라는 이름 아래 소수 의견을 무시합니다. 그리고 소수가 목소리를 내면 떼쓴다고 나무랍니다. 그러나 소수의 목소리에도 진리가 담겨 있을 수 있음은 만고의 진리입니다. 

“온 민족이 멸망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백성을 위하여 죽는 것이 여러분에게 더 낫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헤아리지 못하고 있소.” (요한 11,50)

바로 예수님을 십자가형에 처하려 할 때 대사제 카야파가 한 말입니다. 아니 우리가 흔히 내뱉는 무의식의 소리입니다. 내게 이득이 된다면, 적어도 손해가 없다면 아무 거리낌 없이 외쳤던 소리입니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내뱉었습니다. 그 결과 인간은 하느님의 진리를 죽여 세상에서 없애려는 만용을 벌인 것입니다. 그러나 진리는 우리가 없애고 싶고 묻어 버리려 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반드시 되살아나 제 목소리를 냅니다. 그러나 그러기까지 소요되는 시간과 피해는 너무나 큽니다. 징조를 깨달았을 때 바로 되돌리려고 시도한다면 더욱 쉽게 원상회복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구원을 위해 스스로 상처를 입는 모험을 감행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인간이 그 진리를 깨달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표징을 마련해 두셨습니다. 보려하는 눈이 열린 사람은 누구나 볼 수 있는 읽기 쉬운 징조입니다. 자연현상을 읽고서 하늘과 땅의 징조를 예견했다면 시대의 표징도 읽고서 대처하는 준비도 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더는 방관만 할 수 없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잘못된 것을 고치려는 의지가 없다면 고치도록 더욱 목소리를 높여야 합니다. 또 다른 카나리아가 나타나 노래 불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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