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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월 24일 야곱의 우물- 루카 13,1-9 묵상/ 화해하지 않으면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9-10-24 조회수467 추천수3 반대(0) 신고
화해하지 않으면

바로 그때에 어떤 사람들이 와서, 빌라도가 갈릴래아 사람들을 죽여 그들이 바치려던 제물을 피로 물들게 한 일을 예수님께 알렸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그 갈릴래아 사람들이 그러한 변을 당하였다고 해서 다른 모든 갈릴래아 사람보다 더 큰 죄인이라고 생각하느냐 ?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처럼 멸망할 것이다. 또 실로암에 있던 탑이 무너지면서 깔려 죽은 그 열여덟 사람, 너희는 그들이 예루살렘에 사는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큰 잘못을 하였다고 생각하느냐 ?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멸망할 것이다.” 예수님께서 이러한 비유를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자기 포도밭에 무화과나무 한 그루를 심어놓았다. 그리고 나중에 가서 그 나무에 열매가 달렸나 하고 찾아보았지만 하나도 찾지 못하였다.
 
그래서 포도 재배인에게 일렀다. ‘보게, 내가 삼 년째 와서 이 무화과나무에 열매가 달렸나 하고 찾아보지만 하나도 찾지 못하네. 그러니 이것을 잘라버리게. 땅만 버릴 이유가 없지 않은가 ?’ 그러자 포도 재배인이 그에게 대답하였다. ‘주인님, 이 나무를 올해만 그냥 두시지요. 그동안에 제가 그 둘레를 파서 거름을 주겠습니다. 그러면 내년에는 열매를 맺겠지요. 그러지 않으면 잘라버리십시오.’”
 
 
 
 
◆대학 시절 내가 탄 버스와 트럭이 충돌한 사고가 있었다. 난 별로 다치지 않았지만 버스 안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 사람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 얘기를 들은 한 수녀님은 “사고가 나기 전에 차 안에서 기도하지 않았지요 ? 꼭 기도해야 돼요 !” 하시는 것이 아닌가 ? 늘 기도하지 않으면 어떤 불행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그분의 말에 나는 쉽게 동의할 수 없었다.
쓰나미로 희생된 동남아 사람들을 향해 (그리스도교의) 하느님을 믿지 않아서 천벌을 받았다고 말한 몰지각한 성직자가 있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적지 않은 신자들이 은연중에 하느님께서 우리는 믿으니 봐주시고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불이익을 주실 것이라 생각하고 그것이 정의인 양 생각하는 듯하다. 세상에 공짜가 없는 이치처럼.

오늘 말씀에 빌라도의 무참한 학살로 희생된 사람들과 탑이 무너져 졸지에 압사한 사람들 얘기가 나온다. 예수님은 그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죄가 더 많아서 희생된 것이 아니라며 청중들의 회개를 촉구하신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 그런데 예수님의 말씀은 회개하지 않으면 현세에서 벌 받고 멸망한다는 뜻이 아니다. 종국적인 멸망, 종말 심판을 예고하신 것이다. 이 말씀을 아직 그분을 모르거나 믿지 않는 이들, 비신자와 다른 종교인을 겨냥한 것으로 알아들어서는 안 되겠다. 스스로 신자라는 사람들을 향한 말씀이다. 얼핏 보면 심판과 멸망에 대한 무시무시한 말 같지만 이어지는 무화과나무 비유에서 우리는 심판받아 마땅한 존재라 하더라도 또 한 번 기회를 주시는 그분의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예수님이 보여주시는 하느님은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주시는” 분이다.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는 공짜라는 말씀이다. 회개가 ‘하느님을 향해 돌아서는 것’을 뜻한다면, 우리의 기존 관념을 넘어 철저히 거저 베풀어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것도 회심이고 회개다.
신한열 수사(프랑스 떼제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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