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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겉옷을 벗어던지고 예수를 따라 길을 나섰다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10-25 조회수495 추천수3 반대(0) 신고
 
 

겉옷을 벗어던지고 예수를 따라 길을 나섰다 - 윤경재

 

티매오의 아들 바르티매오라는 눈먼 거지가 길가에 앉아 있다가, 나자렛 사람 예수님이라는 소리를 듣고, “다윗의 자손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외치기 시작하였다. 예수님께서 걸음을 멈추시고, “그를 불러오너라.” 하셨다. 사람들이 그를 부르며, “용기를 내어 일어나게. 예수님께서 당신을 부르시네.” 하고 말하였다. 그는 겉옷을 벗어 던지고 벌떡 일어나 예수님께 갔다. 예수님께서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 눈먼 이가 “스승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하였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하고 이르시니, 그가 곧 다시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예수님을 따라 길을 나섰다. (마르 10,46-52)

 

 

신약성경에서 이름이 표현되는 사람은 몇 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 치유의 대상이 되는 자로서 이름이 나타나는 자는 바르티매오 뿐입니다. 거의 병명이나 지역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사람이 이름을 갖는 것은 당연하나 성경에서 그의 이름을 거명하는 것은 그의 인격이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뜻입니다. 남들과 다른 면이 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마르코복음서에서 소경을 치유하는 대목이 두 번 나옵니다. 8,22절 벳사이다의 눈먼 이와 10,46절 바르티매오입니다. 두 대목을 비교해 보면 강조점이 다릅니다. 8장에서는 눈먼 이를 치유하시는 예수님의 권능과 마을로 들어가지 마라는 명령이 강조됩니다. 메시아의 비밀을 지키라는 뜻이 나타납니다. 

바르티매오의 경우는 먼저 그가 예수님을 부르는 호칭이 남다릅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를 자연인 누구로 보지 않고 메시아이신 다윗의 자손으로 불렀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다윗의 자손으로 오실 예수의 신원을 옳게 보았으며 공개적으로 발설했습니다. 또 그의 행동이 절실하고 과단성 있었습니다. 남들이 꾸짖고 제지하여도 계속 부르짖었으며 겉옷을 벗어 던지고 벌떡 일어나 예수님께 다가갔습니다. 겉옷에는 여러 상징이 담겼습니다. 거지에게 겉옷은 전 재산이며, 추위를 막아주며 생명을 지탱하는 수단입니다. 겉옷은 한 사람의 신분과 전 존재를 뜻하고, 자신의 비천함을 드러내는 외적 조건이기도 합니다. 한 인간의 현실과 과거를 뜻하기도 합니다. 가느다란 끄나풀처럼 매달릴 수밖에 없는 허망함입니다. 

바르티매오는 이런 모든 구태와 외적 불리함을 의연히 끊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복음서저자는 마지막으로 그에게 “그는 예수님을 따라 길을 나섰다.”라고 그의 따름을 극찬 하였습니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3번씩이나 수난과 죽음을 예고하셨으나 제자들은 그 진의를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기껏 한다는 말과 행동이 베드로는 예수님을 붙들고 반박했습니다. 제자들은 누가 큰 사람이냐는 문제로 논쟁하였으며, 요한은 타인들을 공동체에서 제거하려 했습니다. 야고보와 요한은 예수님이 마실 잔을 두고서 헛된 맹세와 출세하기를 바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눈먼 거지만이 예수님을 따라 길을 나선 것입니다. 그리고는 바로 11장 예루살렘 현장으로 바뀝니다. 눈을 뜬 바르티매오는 예수님을 찾고 따르려는 미래의 제자들에게 뚜렷한 표양을 보였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크고 작은 많은 유혹을 겪습니다. 그때 혼자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데 어때, 내가 눈 한 번 찔끔 감으면 되지.”하고 속삭입니다.

예전에 몇 번 교통법규 위반으로 경찰에 걸린 적이 있습니다. 그때 면허증 뒤에다 얼마간 돈을 찔러 넣고서 교통경찰에게 눈 한 번 감아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습니다. 서로 장님이 되자고 유혹한 셈입니다. 죄책감도 별로 없이 무사히 통과되었죠. 그러다가 어린 제 아들을 태우고 법규를 위반하여 걸렸습니다. 그때는 도저히 또 다시 그런 짓을 못하겠더군요. 그래서 솔직하게 죄송하다고 인정하고 범칙금 고지서를 받았습니다. 옆에 앉은 어린아이 때문인지 알아서 저렴한 것으로 떼어주더군요. 속으로는 얼마나 후련하던지 몰랐습니다. 앞으로는 교통법규 위반을 하지 않을 뿐더러 남과 나를 속이는 짓을 하지 말자고 결심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국가청렴도가 떨어진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 각종 공사나 업무에 급행료와 리베이트가 공공연하게 오갑니다. 정치적 뇌물과 이권에 눈먼 돈을 찾아 나섭니다. 그 자리에 있을 때 한몫 챙기려는 심보들이 만연했습니다. 이런 태도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바로 진실과 정직에 눈 감아버리려는 행동입니다. 그리고는 스스로 눈이 밝다고 말합니다.

“너희가 눈먼 사람이었으면 오히려 죄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너희가 ‘우리는 잘 본다.’ 하고 있으니, 너희 죄는 그대로 남아 있다.”(요한 9,41) 

이제 우리도 바르티매오처럼 구태의 겉옷을 벗어 던질 차례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를 보호해 준다고 믿었던 누더기 겉옷은 더는 필요치 않습니다. 자신이 눈먼 이였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사람만이 그 용감한 행동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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