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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휴식 같은 친구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9-10-27 조회수1,575 추천수20 반대(0) 신고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연중 제 30 주간 화요일 - 휴식 같은 친구

 


 

 

1997년 탈옥하여 2년 동안 9억 8000여만 원을 훔쳤고 헬기와 군대까지 동원하여 그를 잡으려했지만 눈앞에서 13번이나 유유히 사라졌던 탈옥수이자 무기징역수 신창원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그는 말합니다.

“지금 나를 잡으려고 군대까지 동원하고 엄청난 돈을 쓰는데 나 같은 놈이 생기지 않는 방법이 있다. 내가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너 착한 놈이다.’ 하고 머리 한번만 쓸어줬으면 여기까지 안 왔을 거다. 5학년 때 선생님이 ‘새끼야. 돈도 안 가져왔으면서 뭐 하러 학교와. 빨리 꺼져.’ 하고 소리쳤는데 그때부터 마음속에 악마가 생겼다.”

 

사람은 본래 빈손으로 태어나기 때문에 누구에게서 무엇을 받지 못하면 어떤 누구에게도 무엇 하나 줄 수 없는 존재입니다.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창원과 같은 사람은 미움을 받았기 때문에 미움밖에 줄 것이 없었던 것입니다.

자녀가 결혼하려고 한다면 상대방 집의 무엇부터 물어봅니까? 양친이 모두 살아 계시냐고 묻지 않습니까? 그 이유는 부모의 사랑을 받아 본 사람이 자신의 자녀도 잘 사랑해 줄 것임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도 범죄자들의 많은 경우가 좋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입니다.

신창원도 엄마가 자신이 8살 때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니 부모의 사랑도 제대로 못 받은 데다 학교에서도 칭찬 한 번 못 받아보고 자랐으니 그에게서 사랑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이상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하느님나라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하느님나라는 마치 겨자씨와 같아서 처음엔 아주 작아 보이지 않을 정도지만 나중엔 새들까지 와서 쉴 수 있을 만큼 커진다는 비유를 들려주십니다. 즉, 하늘나라의 행복이 내 마음 안에 아주 작은 씨앗으로 뿌려지지만 그것이 자라나면 다른 사람들이 내 행복한 마음의 영향을 받아 나에게로 와서 휴식을 취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정말 힘들어하고 짜증 잘 내는 사람보다는 행복하고 기쁜 사람에게 더 다가가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입니다. 누구나가 좀 쉬고 위로받고 싶기 때문입니다.

또 하느님나라를 누룩에 비유하십니다. 누룩 역시 밀가루 반죽에 섞으면 나중에 온통 부풀어 오르게 됩니다. 이 비유 역시 하느님나라나 행복이나 사랑은 부풀어 올라 자꾸 커지는 성질이 있음을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즉, 하느님은 당신 삼위일체 안에서의 사랑과 행복으로 충분하시지만 더 사랑하고 더 행복하시기 위해서 인간을 창조하셨습니다. 이렇게 하느님나라는 나만이 아니라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까지 행복하게 해 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요즘엔 신창원씨도 이해인 수녀님과 좋은 인연을 만들어가며 마음의 평안을 찾고 있다고 합니다. 그가 이해인 수녀님께 보낸 편지를 한 번 읽어봅시다.

 

“이모님께

새장 같은 공간, 그리고 온몸을 짓누르는 압박감.

나약한 의지를 어찌할 수 없는 장벽 앞에서 절망하며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을 때, 바삐 날아온 사랑이 있었습니다. 꼬물꼬물 길게 늘어진 날필을 해독할 수 없어 암호를 풀 듯 30분을 매달려야만 했지요. 35년이 흘러 지금은 희미해져 버린 어머니의 향기 그리고 요람 같은 포근한 가슴이 그 안에 있었습니다.

홍역을 앓듯 마음의 몸살을 앓을 때면 마치 곁에서 지켜보고 계셨던 것처럼 한 걸음에 달려오셨지요.

“사랑해요, 창원이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 알죠? 우리 모두 기도하며 응원하고 있으니까 힘내요.”

이모님은 때론 어머니처럼, 때론 친구처럼 그렇게 그렇게 저의 공간을 방문하여 손을 내미셨습니다.

마을 중앙에서 두 팔 벌린 당산나무 같은 이모님.

따가운 햇살을 온몸으로 막아 삶에 지친 영혼들의 쉼터가 되어주고 눈물을 닦아주는 수호수.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심정으로 내리사랑만 베푸시다 지금은 알을 품은 펭귄의 헤진 가슴으로 홀로 추운 겨울을 맞고 계시는군요.

처음 이모님의 병상소식을 접했을 땐 눈물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울지 않아요. 걱정도 하지 않을 겁니다. 해빙이 되고 들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면 밝게 웃으시며 풍성한 품으로 절 부르실 걸 알기에 조용히 조용히 봄을 기다리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2008년 9월 푸른 솔밭에서.”

 

신창원씨의 입에서 사랑한다는 말을 나오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이해인 수녀님께서 먼저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사랑해주지 않는 사람을 사랑해 주고 그래서 미움만 지니고 살았던 사람에게 사랑을 가르쳐준 이해인 수녀님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나라입니다. 사랑도 행복도 내 안에 작은 씨앗으로 시작하여 이웃까지 번져나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내 안의 씨앗을 먼저 키우지 않으면 어떻게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겠습니까? 가진 것만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주님의 사랑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그 힘으로, 오늘 하루 우리가 만나는 사람 하나하나에게 휴식 같은 친구가 되어주는 건 어떨까요?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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