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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9-10-29 조회수1,395 추천수21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09년 10월 29일 연중 제30주간 목요일
 
 
 
 Nor any other creature will be able to separate us
from the love of God in Christ Jesus our Lord.
(Rom.8.39)
 
 
제1독서 로마서 8,31ㄴ-39
복음 루카 13,31-35
 
 
어제 서울에 사시는 어떤 자매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예전 갑곶성지에 있을 때 알게 된 자매님이었지요. 그런데 매우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신부님, 괜찮으세요?”

“그럼요. 저 잘 살고 있지요.”

“신부님, 정말 아무 일 없으세요?”

“제게 무슨 일이 생기겠습니까? 아무 일 없어요.”

“신부님, 사실 우리 성당에서 신부님에 관한 소문이 들려서요.”

“무슨 소문인데요?”

“신부님께서 옷을 벗었다는 소문이 자자해요.”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습니다. 옷이야 매일 벗고 입고를 반복하지만, 이 자매님께서 말씀하시는 옷은 그 옷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즉, 사제직을 그만 두었다는 소문이 들렸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별의별 소문도 다 나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마 이 자매님께서도 ‘설마’라는 생각을 하셨으면서도, ‘혹시’라는 생각도 동시에 하셨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속담도 있으니까요.

저에 대한 관심이 있으니까 이런 소문도 나는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하지만 그리 유쾌한 소문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면서 예수님을 향했던 그 많은 소문을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 나오듯이, 이러한 소문들로 인해 자신의 자리가 불안했던 헤로데가 죽이려 했고, 후에는 유다의 지도자들인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 그리고 대사제들이 예수님을 죽이려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위협들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는 늘 의연하셨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행보를 멈추거나 뒤로 물러서지 않으십니다. 끝까지 하느님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해주기 위해 사람들과 함께 하셨습니다. 불의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는 삶, 이러한 삶이야말로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들은 너무나 자주 불의에 굴복하여 절망하고 주님 뜻과 반대의 삶을 살면서 불안해하고 힘들게 살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나를 향한 불의가 자행될 수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괴 소문들, 나의 말과 행동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들……. 그러나 이러한 불의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극단적인 생각을 갖고 스스로를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그보다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는 적극적이고 의연한 마음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예수님처럼 불의에 굴복하지 않고 언제나 힘차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사도 바오로가 오늘 독서를 통해 말씀하셨던 이 믿음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떠한 피조물도 그리스도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잔혹한 사람일수록 약한 법이다. 그러므로 너그러움은 강한 자에게서만 볼 수 있다.(리오 로스텐)




사랑의 신발(최영순 외, ‘어머니 당신이 희망입니다’ 중에서)

어머니는 신발 가게 ‘분홍신’의 주인이자 소문난 욕쟁이였다. 어머니는 한번 판 신발은 절대 바꿔 주지 않았다. “크다고? 그럼 자고 나서 기지개 켜듯 발을 쭉 늘여 봐. 작다고? 그럼 서방 품에 착 안긴 것처럼 발을 오므려 봐. 세상사 다 맘먹기에 달린 거니까.”

그해 겨울 어머니 가게에 기가 막힌 신발이 들어왔다. 순정이 어머니가 부탁해서 갖다 놓은 빨간 털 구두였다. 너무 비싼 거라 한번 신어 보자는 말도 안 나와 눈치를 보는데 어머니가 내 앞으로 털 구두를 내밀었다. “십 분만 신어 봐.” 나는 냉큼 신고 밖으로 나왔다.

발레 하듯 사뿐사뿐 걷는데 저쪽에서 정희가 걸어왔다. 나는 자랑하고 싶어 정희 앞에 발을 내밀었다. 정희는 아버지도 안 계신데 어머니조차 편찮으셔서 학교도 쉬고 동생들을 돌보며 어려운 집안 살림을 꾸려 나가고 있었다.

정희는 시집간 큰언니가 물려준 운동화를 신었는데 발가락이 나오고 싶어 안달이 날 정도로 뜯어져 있었다. “나 신어 보면 안 돼? 일 분만, 응?” 정희 눈빛이 어찌나 간절한지 털 구두를 벗어 줬다. 그때 그렇게 행복해 보이는 정희의 표정을 처음 봤다. 그래서였을까? “그 털 구두, 너 신어.”

어머니는 정희의 운동화를 질질 끌고 들어온 나를 보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털 구두 정희 줬어. 정희가 행복해해서...” 어머니는 기가 막힌 듯 나를 바라보다가 털 구두를 찾아온다며 정희 집으로 갔다. 그러나 어머니는 빈손으로 돌아왔다. “엄마, 왜 그냥 왔어?” 정희가 행복해 보여서...“ 어머니는 나와 똑같이 말하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In The Arms of Angels-David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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