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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럴듯한 유혹의 소리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10-29 조회수819 추천수7 반대(0) 신고
 
 

그럴듯한 유혹의 소리 - 윤경재

 

“어서 이곳을 떠나십시오. 헤로데가 선생님을 죽이려고 합니다.” “가서 그 여우에게 이렇게 전하여라. ‘보라, 오늘과 내일은 내가 마귀들을 쫓아내며 병을 고쳐 주고, 사흘째 되는 날에는 내 일을 마친다. 그러나 오늘도 내일도 그다음 날도 내 길을 계속 가야 한다. 예언자는 예루살렘이 아닌 다른 곳에서 죽을 수 없기 때문이다.’” (루카13,31-33)

 

뜬금없이 바리사이들이 예수께 찾아와 헤로데의 음모를 전하는 것이 무척 낯섭니다. 진심으로 염려하여 예수께 충고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겠으나, 전체 맥락은 예수의 의지를 시험하고 겁을 주기위한 방편으로 악마의 사주를 받아 그리 행동했을 것입니다. 

“악마는 모든 유혹을 끝내고 다음 기회를 노리며 그분에게서 물러갔다.”(루카4,13)라는 말처럼 예수님을 훼방하려는 악마는 갖가지 방법으로 예수님을 유혹했던 것입니다. 

물론 요한복음서에는 예수께서 때가 아직 이르지 않았다고 판단하시고 위험을 피하여 여러 번 물러나셨다는 기록이 있습니다.(참고 7,10; 8,20.59; 10,39; 11,54) 그 이유는 요한복음서에는 예수께서 적어도 3회 이상 예루살렘을 찾으신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예루살렘에 입성하고 나서는 거리낌 없이 큰 소리로 외치고 다니셨습니다. 수난과 죽음에 의연히 앞장서 마주치셨습니다. 

공관복음서는 예수께서 한 번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신 것으로 나타납니다. 굳이 예수께서 위험을 피해 물러나실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바리사이들이 말하는 떠나시라는 요청은 불순한 의도였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의 목숨을 염려하기보다 혹시나 발생할지도 모르는 혼란을 막고 싶은 심정에서 속에도 없는 말을 한 것입니다. 특히 바리사이들이라고 복수형을 쓴 이유도 여럿이서 미리 모의를 하고 예수께 접근했다는 의미가 담겼습니다. 

악마의 유혹은 참 교묘하게 접근합니다. 언제나 이성적으로 그럴듯한 모습으로 가장하고 찾아옵니다. 있지도 않은 거짓말로 접근하지 않습니다. 마치 선택사항(옵션)을 나열하는 것처럼 다가옵니다. 이것을 택하거나 저것을 택하거나 간에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착각하게 합니다. 취사선택할 자유를 위임하게 합니다. 

신앙생활에서 우리가 주로 겪는 유혹은 이렇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다 옳은데 혹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으냐는 식입니다. 또는 성경에 어디 그런 구절이 쓰여 있느냐는 식의 의문을 일으킵니다. 대표적으로 예수께서는 교회를 설립하라는 말씀을 하시지 않으셨다. 그러므로 교회의 교도권은 인정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펴기도 합니다. 예수님을 중심으로 생활한 열두 사도 공동체가 교회의 원형이라는 사실은 외면한 채 무교회주의를 내세우기도 합니다. 또는 사적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교회의 가르침에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우리는 매 순간 어느 것이 하느님의 뜻인지 참되게 식별하여야 합니다. 어떤 때는 인간의 이성적 판단도 그릇될 수 있다는 겸허함을 견지해야 합니다. 무척 어려운 결정일 것입니다. 남들이 다 옳다고 말하고 자신도 그럴듯하게 여겨진다 해도, 혹시나 악마의 유혹은 아닐까 하고 유보하는 겸손을 지켜야 합니다. 자신이 악마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부정해서는 안 됩니다. 

가톨릭 교우는 교도권의 결정에 순명하는 것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 더 가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때가 되면 주님께서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시리라는 믿음이 무엇보다 귀중하기 때문입니다. 

한 개인에게 허락된 지구 위의 시간은 그야말로 순식간입니다. 영원하신 하느님의 시간과 도저히 비교조차 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천년만년 살 수 있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합니다. 자신의 생각이 다 옳다고 주장하고 자신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외칩니다. 그 폐해는 개인에게만 국한하지 않고 여러 교우에게 악영향을 끼칩니다. 자신이 유혹당하는 것에만 대비할 것이 아니라 남을 유혹하는 유혹자가 될 수도 있음을 자각하여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바리사이들의 입에 발린 소리를 일언지하에 물리치셨습니다. 하느님 아버지께 가는 길에 훼방이 되는 것은 모두 치워두셨습니다. 

우리도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그분의 길을 곧게 내어라.’라는 가르침대로 누구도 유혹하지 않으며 주님만을 바라는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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