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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월 30일 연중 제30주간 금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10-30 조회수1,306 추천수23 반대(0) 신고
 

10월 30일 연중 제30주간 금요일 - 루카 14,1-6



“너희 가운데 누가 아들이나 소가 우물에 빠지면 안식일일지라도 바로 끌어내지 않겠느냐?”


<내 코가 석자인데>


   저는 너무도 부당하고 부끄럽지만 수도자 양성책임을 맡은 지가 벌써 3년째 접어듭니다. 양성책임자로서의 역할은 참으로 힘겹습니다. 매월 적어도 한 번씩은 양성 중에 있는 형제들을 개별적으로 만나야 합니다. 그들이 하느님의 뜻을 찾아나가는 여정의 동반자로서 어려움이나 하소연을 주의 깊게 경청하는 것은 첫 번째 가는 의무입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자신들이 제대로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취약점들이 무엇인지 늘 눈여겨보고서는 일일이 피드백을 해주어야 합니다. 내 코도 석자인데 너무도 괴로운 일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 제게 맡겨주신 일이려니 하고 또 다시 용기를 내곤 합니다.


   형제들을 주기적으로 만나면서 늘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단지 외적으로 드러나는 현상만으로 판단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영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기다릴 줄 아는 영적인 스승이 되어 달라"는 요구입니다. 또 자주 듣게 되는 이야기가 "제발 편애하지 말아 달라"는 충고입니다. 또한 "부성애를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진정한 아버지가 되어 달라"는 말입니다.


   오늘도 한 그룹의 형제들과 한잔하면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눈 최종적인 결론은 부성애였습니다.


   벌써 꽤 오래 전 일이네요. 한번은 제가 큰 접촉사고를 낸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몰던 승용차와 부딪친 차가 바로 폐차장으로 갈 정도로 큰 사고였습니다. 물론 순식간에 자동차 보험 수가가 올라가서 책임자로부터 호되게 야단맞을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하느님의 도우심에 힘입어 저나 상대편이나 두드러지게 신체적인 피해는 입지 않았습니다. 


   사고를 마무리하고 미안한 심정, 잔뜩 주눅 든 얼굴로 맨몸으로 수도원으로 들어오던 길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얼굴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 참으로 송구스런 생각뿐이었습니다. 


   잔뜩 주눅 들어서 들어서는 제게 당시 원장 신부님은 오직 한마디 말씀만 하셨습니다. 


   "그래, 어디 다친 데는 없나?"


   제 생애 안에서 참으로 잊혀 지지 않은 순간입니다. 화가 잔뜩 날만도 하련만 "차가 얼마나 부서졌는지? 보상해주어야 할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으시고 제 걱정부터 해주셨습니다.


   오늘 복음을 통해서 우리는 예수님께서는 무엇보다도 인간을 위한 존재라는 것, 바로 우리 각자의 구원을 위한 메시아였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영적인 존재, 신적인 인물이셨지만 그에 앞서 따뜻한 피가 흐르던 한 인간이셨습니다.


   예수님은 인간의 언어, 따뜻한 인간의 마음을 지닌 분이셨습니다. 한 인간이 겪고 있는 슬픔과 좌절 앞에서 절대로 그냥 지나치지 못하던 분이셨습니다.


   예수님은 한 인간의 슬픔 앞에 눈물 흘리시던 분, 한 인간의 고통 앞에 당신 역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던 분이셨습니다. 


   그분은 전혀 엉뚱한 길, 죽음의 길을 지척지척 걸어가고 있는 한 가련한 인생을 외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의 구원을 위해 밤낮으로 노심초사하시던 분, 무엇보다도 한 인간을 소중히 여기시던 분이 예수님이셨습니다.


   무엇보다도 한 인간을 소중히 여기고 그를 구원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셨던 예수님의 자비를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 비록 우리가 비참하고 부끄럽지만 다시 한번 힘을 내고, 우리의 나약함에 다시 한 번 의연하게 맞설 수 있는 힘을 청하는 하루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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