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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월 30일 야곱의 우물- 루카 14,1-6 묵상/ 측은지심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9-10-30 조회수620 추천수5 반대(0) 신고
측은지심

예수님께서 어느 안식일에 바리사이들의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의 집에 가시어 음식을 잡수실 때 일이다. 그들이 예수님을 지켜보고 있는데, 마침 그분 앞에 수종을 앓는 사람이 있었다. 예수님께서 율법 교사들과 바리사이들에게, “안식일에 병을 고쳐주는 것이 합당하냐, 합당하지 않으냐 ?” 하고 물으셨다.
그들은 잠자코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그의 손을 잡고 병을 고쳐서 돌려보내신 다음,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가운데 누가 아들이나 소가 우물에 빠지면 안식일일지라도 바로 끌어내지 않겠느냐 ?” 그들은 이 말씀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였다.
 
 
 
 
◆인간은 본래 태어날 때부터 착한 마음을 지녔다는 성선설을 가르쳤던 맹자는 인 (仁) 에 대해 설명하면서 유명한 비유를 든다. 아이가 우물을 향해 기어가는 모습을 보면 누구든 달려가서 구하려는 마음을 가지지 않겠는가 ? 누구에게 칭찬을 받거나 자신의 선행을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음속에서 ‘측은지심’ 이 솟아나기 때문이다. 인간의 마음이 착하고 이타적이라는 가르침이다.

어떤 법이나 정의의 명분으로든, 심지어 하느님의 이름으로든 인간의 생명을 가벼이 여기는 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역사상 얼마나 많은 범죄 행위가 법과 정의와 신의 이름으로 행해졌던가 ? 불행히도 그리스도교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안식일의 주인이신 예수님은 인간을 옭아매는 법의 굴레, 종교적 계율의 굴레를 벗겨주신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서 있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리고 하신 그분. 참으로 인간적인 것은 진정 하느님을 향한 길과 상반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분은 웅변하셨다. 성경은 사람이 하느님의 모습을 닮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 말은 사람 안에 하느님의 마음이 자리하고 있다는 뜻이리라. 아픈 사람을 보면 아파하고 슬픈 사람을 보면 슬퍼하는 마음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인간적인가. 그런데 환경과 교육의 영향으로 그 본래의 마음 인 (仁) 을, 하느님의 마음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간혹 종교적 계율로 무자비한 행위를 정당화하는 무리를 보면 소름이 끼친다.

로마 시내 바티칸 교황청 가까이에 ‘레지나 첼리 (천상의 모후)’ 교도소가 있다. 요한 23세가 즉위한 해인 1958년 이 교도소를 방문했을 때의 일화는 유명하다. 1870년 이후 교황이 처음 로마 교구에 사목 방문한 곳은 ‘제수 밤비노 (예수 아기)’ 병원의 중환자 어린이들이었다. 그날은 성탄절이었다. 이튿날엔 레지나 첼리 교도소로 갔다. 당시 언론은 이 방문을 상당히 놀라운 것으로 받아들였다. 정부 관리와 사진 기자, 수감자와 교도관들이 사방에서 교황을 에워쌌다.
참으로 인간적이었던 그분은 수감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이 나를 찾아올 수 없기 때문에 내가 여러분에게 왔습니다. … 내가 (자유로운 몸으로) 밖에 있고 여러분이 이 안에 갇혀 있는 것은, 여러분이 나보다 훨씬 더 불운했기 때문입니다.” 교황의 이 말에 수감자들은 모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교황은 어떤 사건으로 감옥 생활을 한 삼촌 얘기를 들려주면서 어떤 훈계보다도 사람에 대한 연민, 측은지심을 보여주었다.
신한열 수사(프랑스 떼제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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