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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무엇을 지켜보았는가?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10-30 조회수414 추천수4 반대(0) 신고
 
 
 

무엇을 지켜보았는가? - 윤경재

 

예수님께서 어느 안식일에 바리사이들의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의 집에 가시어 음식을 잡수실 때 일이다. 그들이 예수님을 지켜보고 있는데, 마침 그분 앞에 수종을 앓는 사람이 있었다. “안식일에 병을 고쳐 주는 것이 합당하냐, 합당하지 않으냐?” 예수님께서는 그의 손을 잡고 병을 고쳐서 돌려보내신 다음, “너희 가운데 누가 아들이나 소가 우물에 빠지면 안식일일지라도 바로 끌어내지 않겠느냐?” (루카 14,1-6)

 

 

예수께서는 어느 누가 식사에 초대하던지 기꺼이 참석하셨습니다. 인간은 모두 사랑받고 하느님의 복음 선포의 대상이라 여기셨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 내용은 바리사이 중에 유력한 지도자의 초대에 응하셨다가 일어난 사건입니다. 바리사이의 집이라 했으니 수종병을 앓던 사람도 바리사이거나 한 집안사람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들은 예수님의 일거수일투족을 일일이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사용한 paratereo 동사는 6,7절에서도 나왔습니다. ‘예수님을 고발할 구실을 찾으려고, 그분께서 안식일에 병을 고쳐 주시는지 지켜보고 있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6장과 14장에서 예수께서 치유하시는 것을 본 바리사이들의 이중적 태도가 확연하게 차이 납니다. 6장에서는 자기들 일파가 아닌 사람을 고쳐주시자 “그들은 골이 잔뜩 나서 예수님을 어떻게 할까 서로 의논하였다.”라고 표현합니다. 그런데 14장에서는 수종병자가 같은 일파이었으므로 “그들은 잠자코 있었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같은 일파이므로 모르는 체 침묵한 것입니다. 차별하는 마음이 일어난 것입니다.

더 나아가 14,15절에는 예수님과 함께 식탁에 앉아 있던 이들 가운데 어떤 사람이 이 말씀을 듣고 그분께, “하느님의 나라에서 음식을 먹게 될 사람은 행복합니다.” 하고 말하였습니다. 예수님의 말씀과 행동에서 무엇인가 감동받았고 깨달은 바가 있었음을 나타냅니다. 

어떤 처지에 있던지 아무도 차별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은총을 베푸시는 주님의 모습에서 하느님 나라의 잔치를 본 것입니다. 물론 처음에 그들은 예수님을 고발할 구실을 찾았겠지만, 악에서 선을 이끌어 내시는 주님의 권능 앞에서 그들의 굳은 마음이 그만 무너지고 만 것입니다. 

루카저자는 바리사이가 예수님을 초대한 비슷한 사건을 11,37절과 14장에서 기록하였습니다. 그런데 두 사례에서 사용한 동사가 다릅니다. 11장에서는 규모 있고 정식 식사에 쓰이는 aristao 동사를 썼습니다. 그러나 14,1절과 15절에서는 빵을 나누어 먹는다는 의미인 phagein arton 이란 용어를 썼습니다. 이 둘 사이에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예수님을 거절하는 식사 자리는 한낱 의례적 식사자리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받아들이려는 마음으로 참여한 식탁공동체는 ‘빵을 나누는’ 자리가 되며 결국 하느님 나라의 잔치가 됩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인 중에 김선우 시인의 시 한 수를 감상하겠습니다.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봄에 피어나는 꽃대를 보면서 시인은 전율을 느꼈습니다. 그저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는데도 마음의 눈을 열고 살피자 생명의 환희가 내 몸을 아득하게 그리고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꽃벌이 날아와 앉았듯  내 마음에 벌침을 쏘자 내 안에서도 사랑과 용서의 씨앗이 담겼으며 자라고 있었다고 깨달은 것입니다. 

오늘 바리사이들에게 예수님은 따끔한 침을 지닌 꿀벌로서 찾아오셨습니다. 처음에 그분의 침에 쏘였을 때는 따끔거리고 아팠습니다. 하지만 잠시 후 그 침이 사랑의 침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내 몸속에 잠든 이가 눈 비비며 깨어났습니다. 아무것에도 감동할 줄 몰랐던 얼어붙은 겨울 같은 마음에도 꽃이 피어올랐습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 안에 잠자는 사랑과 겸손을 일깨우십니다. 비록 처음에 악하고 꽁꽁 얼어붙은 마음일지라도 모두 녹여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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