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11월 1일 모든 성인 대축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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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09-10-31 | 조회수907 | 추천수13 | 반대(0) 신고 |
11월 1일 모든 성인 대축일 - 마태오 5,1-12ㄴ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부끄러운 하루>
오늘은 참으로 부끄러운 하루를 보냈습니다. 자나 깨나 저희 아이들 생각만 하시는 분들, 자신들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흔쾌히 자신들이 가진 바를 나눠주시는 분들의 말씀을 들으면서 참으로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늘 받는 데만 익숙해있던 저였기에 그저 "넉넉하니 도와주시겠지"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언제나 밥 때만 되면 밥이 늘 차려져있으니, 아무 생각 없이 먹기만 했었습니다.
부끄럽게도 월급이란 것이 월말만 되면 자동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한동안 잊고 살았습니다. 남의 돈 벌기가 어디 쉬운가요? 얼마나 쓰라린 고생과 각고의 노력과 인내와 마음 상함의 결과가 턱없이 작은 월급이란 사실을 잊고 살았습니다.
오늘 모든 성인(聖人)의 날을 맞아, 이 세상 안에 숨어있는 많은 살아있는 성인 후보자들을 기억합니다.
하루 온종일 허리가 휘도록 일해서 번 피 같은 돈을 한 푼도 헛되게 쓰지 않고, 자신을 위해서는 최대한 아끼면서 기쁘게 부모님을 모시고 가족들을 부양하는 분들, 또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아낌없이 내어놓는 분들, 그들은 진정 첫째가는 성인 후보자들입니다.
하느님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 찬 임종환자들, 쌀쌀한 눈길로 방문을 거부하는 말기 암 환자들의 마음을 한번 열어보겠다고 끊임없이 다가서는 호스피스 봉사자들 역시 둘째가라면 서러워 성인후보자들입니다. 계속 문전박대를 당하면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하느님을 선포하는 말씀 선포자들 역시 성인 후보자들 대열에서 제외시킬 수 없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 성인이 되는 길의 폭이 아주 넓어졌습니다. 성화의 길이 보편화되었습니다. 성인(聖人)이란 이제 쳐다보지 못할 나무가 아니라 누구든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대상이 되었습니다.
각자에게 주어진 처지가 어떠하든, 펼쳐지는 상황이 어떠하든 매일 기쁘게 살아가는 일이 성인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이 세상에서의 삶도 소중히 여기지만 이 세상 너머에 있는 삶은 더욱 소중히 여기는 자세가 성성에로의 길을 걷는 데 기본적인 마음자세입니다.
이 땅 위에서의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모든 사건들이나 만남들도 큰 의미를 두지만, 이 세상 너머에 펼쳐질 하느님과 성인들과의 만남에 더 큰 기대를 갖는 자세야말로 성인에게 필요한 기본 바탕입니다.
매일 자기를 죽이는 사람, 자신의 욕심대로 살지 않는 사람, 남들이 다 귀찮아하는 그 일을 하는 사람, 그 사람이야말로 진정 살아있는 성인입니다.
이런 의인들의 이름은 밤하늘의 별처럼 길이 빛날 것이며, 하느님 나라에 길이 기록될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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