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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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9-11-02 조회수1,214 추천수20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09년 11월 2일 위령의 날
 

The Patient Job
 
 Blessed are the poor in spirit,
for theirs is the Kingdom of heaven.
(Mt.5.3)
 
 
제1독서 욥기 19,1.23-27ㄴ
제2독서 로마서 5,5-11
복음 마태오 5,1-12ㄴ
 
 
어제 저녁, 인터폰이 힘차게 울립니다. 저는 깜짝 놀라서 인터폰을 받았는데, 수화기 너머로 이런 소리가 들리더군요.

“신부님, 미사 안 하세요?”

“네? 보좌신부 미사 아닌가요?”

“아뇨. 오늘 저녁미사는 신부님 미사에요.”

주일에는 미사가 다섯 번 있는데, 저의 착각으로 어제 저녁 미사를 보좌신부 미사로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제가 잊어먹는 것은 이것뿐이 아닙니다.

매 미사 때마다 인천교구 50주년 기념 구호인 ‘인천교구 성령충만’을 함께 외치자고 지난주부터 신자들과 약속을 했는데, 정작 그 구호를 시작해야 하는 제가 잊어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어제 세 번의 미사를 하면서 단 한 번도 외치지 못한 것입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모든 것이 끝난 지금에서야 이렇게 기억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저 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공통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즉, 신경 쓰지 않으면 자주 잊어먹고 만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기억의 한계를 가지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우리들은 가장 중요한 예수님의 계명인 사랑의 계명도 자주 잊어버립니다. 나의 구원, 나의 행복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랑의 계명을 실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한 우리들에게 오늘 우리가 맞이하는 위령의 날은 부족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됩니다.

오늘은 연옥 영혼들을 기억하며 기도하는 날이지요. 우리보다 앞서간 영혼들을 기억하면서 그들이 구원이 얻기를, 그러면서 동시에 우리 역시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지 않고 실천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달음질하는 날인 것입니다.

저는 ‘후회할 일은 만들지 말자’는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그러기위해서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보다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최후의 순간, 즉 주님 앞에서 나의 삶을 심판 받는 그 순간에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들 대부분은 죽음을 잊고 삽니다. 다른 사람은 다 죽어도 나만은 죽지 않고 영원히 살듯이 살아갑니다. 또한 내가 만나는 사람과도 영원한 만남을 가질 것처럼 생각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누구나 다 죽어서 주님 곁으로 간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죽음을 잊지 말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야 하며, 특히 후회할 일을 만들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 위령의 날, 나는 과연 얼마나 후회할 일들을 많이 만들었는지를 반성하고 기억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일들을 하나씩 기억하고 바꾸면서 주님의 마음에 드는 제자로 조금씩 변화할 것을 약속하도록 합시다.



시도했던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었더라도 그것은 또 하나의 전진이기 때문에 나는 용기를 잃지 않는다.(에디슨)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한다면(고진하, ‘1분의 지혜’ 중에서)

강릉 변두리에 있는 한 양로원에 교우들과 함께 다녀왔다.

의지할 데 없는 노인들이 기거하는 방과 복도를 깨끗이 청소한 뒤 젊은 양로원 원장과 마주 앉아 대화하다가 한 노인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었다.

78세 된 노인인데, 여름이나 겨울이나 날만 새면 빗자루를 들고 양로우너 마당으로 나가서 빗질을 한다는 것이다.

“한번은 무더운 여름날 뙤약볕 아래에서 몇 시간 동안 빗질을 하다가 쓰러지셨어요. 그래서 빗자루를 빼앗고 못하게 했더니 그날 오후에 어디론가 사라지셨더라고요. 짚이는 데가 있어서 그 노인이 살았던 연곡에 있는 집으로 가 보니, 옛 주인집 마당에서 빗질을 하고 있지 뭐에요.”

이 노인은 평생 남의 집 머슴으로 살았는데, 노인이 양로원에서 혹은 옛 주인집을 찾아가서 빗질을 하는 것은 아직도 자기 자신을 머슴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젊은 양로원 원장은 이야기했다.

어찌 이 가련한 노인뿐이랴.

지금 그대도 그대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한다면 훗날 남의 집 마당이나 빗질하는 머슴이 된다.

 
 
 Scenes from the Life of Job
 
Love On The Autumnroad - T.S.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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