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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9-11-03 조회수1,107 추천수11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09년 11월 3일 연중 제31주간 화요일
 
 
 
 For, I tell you, none of those men
who were invited will taste my dinner.
(Lk.14.24)
 
 
제1독서 로마서 12,5-16ㄴ
복음 루카 14,15-24
 
 
평생 도시에서만 살던 두 형제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들은 시골로 여행을 떠났지요. 그리고 우연히 농부가 밀밭에서 쟁기질 하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 멀쩡한 땅에 긴 도랑을 파는 농부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후에 다시 보니 농부가 이랑에 밀 씨앗을 뿌리는 것입니다. 이번에도 그들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도대체 뭐하는 거야? 좋은 밀을 도랑에 넣고 있네? 이곳 사람들은 정말로 이상해. 이렇게 이상한 사람들과 내가 같이 있을 수 없지.”

이렇게 말하고 형은 도시로 가버렸습니다. 그러나 동생은 그대로 머물러 살면서 놀라운 변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드넓은 들판이 푸릇푸릇해지며 싱싱한 빛을 내뿜습니다. 그래서 그는 형에게 편지를 썼지요. 빨리 와서 이 기적 같은 일들을 보라고 말입니다.

형이 다시 왔고, 그 역시 푸른 들판을 보면서 깜짝 놀랐지요. 그리고 시간이 흐르자 이 푸른 들판은 황금빛 밀밭으로 변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형은 다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게 됩니다. 글쎄 밀이 익자 농부는 낫을 들고 그것들을 베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어처구니없군. 여름 내내 밀을 가꾸더니만, 이젠 직접 그것을 저렇게 망가뜨리다니. 여기 시골 사람들은 미쳤어. 이젠 알았으니 난 다시 도시로 돌아가야겠어.”

형이 도시로 돌아가고 난 뒤에도 동생은 농부의 일을 도와 밀을 모으고 그것들을 창고에 넣었습니다. 이렇게 씨를 뿌리고, 밀밭을 추수하는 전 과정을 본 동생은 경외감까지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도시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농부의 모든 행동에 까닭이 있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지요. 바로 그 순간 농부가 동생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전해 주었답니다.

“하느님 일도 마찬가지일세. 하느님의 일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우리들이 그 분 일의 단면만 볼뿐이어서 그렇다네.”

우리 역시 도시에 사는 형의 모습처럼 인내하지 못하고, 자기주장만을 내세우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그러면서 내 생각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주님께 불평과 원망을 쏟아내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나 우리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들이 보고 있는 그 모든 것은 하느님 일의 단면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잔치의 비유 말씀을 해주십니다. 사람들을 초대했는데 그들이 각종 이유와 핑계를 대고 있습니다. 밭을 샀기 때문에, 겨릿소를 샀기 때문에, 장가를 갔기 때문에……. 바로 잔치에 초대한 주인의 뜻을 모르기 때문에 했던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즉, 주님의 초대에 응답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어리석은 행동임임을 이야기하시는 것입니다.

나는 과연 얼마나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고 있었을까요? 혹시 각종 핑계를 대면서 주님의 부르심에 외면하고 있으며, 그러면서도 자신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서 주님께 불평과 불만을 끊임없이 던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크고 넓은 하느님 나라입니다. 그러나 바로 나의 몰이해와 착각으로 하느님 나라에 멀어져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하느님 일의 단면이 아닌 전부를 보십시오.




마음은 밭이다. 어떤 씨앗에 물을 주어 꽃을 피울지는 자신의 의지에 달렸다(틱닛한).





땅 속 막장의 풍경(이동섭 외, ‘연탄’ 중에서)

1985년, 어는 탄광의 덕대(하청업체)에서 일할 때 일입니다. 동료들과 안전등을 비추어 가며 밥을 먹으려는데 맞은편 사람의 등 뒤 기둥 사이로 뭔가 반짝했습니다. 처음에는 유리 조각인 줄 알았는데 움직이더라고요. 안전등 불빛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자세히 보니 글쎄 쥐란 놈이 아니겠습니까?

등골이 오싹했습니다. 뭐 먹을 게 있다고 이 깊은 곳까지... 내 등 뒤에도 쥐가 있는 듯하여 옆에 있는 돌을 들고 일어나려 했습니다. 그러자 함께 있던 고참이 뭐하려고 그러냐고 물었습니다. 저기 쥐가 있다고 하니 그냥 앉으라고 하더군요. 쥐가 있는 곳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을 뜻한다면서요.

막장에서는 도시락을 검정 봉투에 넣고 고무줄로 묶어 기둥에 달아 놓습니다. 처음에 ‘이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하고 궁금해하지만 조금 익숙해지면 도시락인 것을 알 수 있지요.

도시락을 왜 공중에 매달아 놓느냐고요? 구백 미터나 되는 땅속에도 쥐가 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 쥐가 막장에서는 환대받습니다. 쥐가 산다는 건 바로 인간이 살 수 있는 또 다른 증표이기 때문이죠.

막장 속에서는 가스 사고가 종종 일어납니다. 석탄은 탄소의 집약체입니다. 그래서 가스가 모여 있는 곳이 있는데, 이곳을 잘못 건드리면 가스 사고로 이어지지요. 그런데 쥐란 영물이 이것을 감지하고 사전에 대피합니다. 쥐는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도시락 일부를 쥐 몫으로 남겨 주었답니다.
 
 
 
In The Sil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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