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9) 나의 50 살에
이순의
우리 나이로 50이 되었다.
일상은 늘 그대로 때 되면 밥을 먹고, 모아진 빨래를 세탁기에 돌리고, 밟았다가 널고, 유행하는 드라마도 보다가 청소도하고, 반찬 준비며 청소도 하고, 달라진 것이 없다. 원래 천성이 자기 자신을 달달달 볶는 성향도 아니라서 좀 느긋하기도 했다가 마음 먹으면 한꺼번에 마무리하기도 했다가, 적당히 느릿하고 적당히 굼뜨는 그저 그런 모습 그대로다.
원래 온순하여서 순할 순자 順이 이름에 들어있었으니 태어나면서 부터 잘 울지도 보채지도 않아서 순둥이였다고 한다. 크게 욕심을 부려본 적도 없었으니 무엇을 이루기 위해 억척스럽게 엄마를 졸라서 이루어 본 적도 없고, 적당히 눈치보아서 그저그렇게 살아온 것 같다. 마찬가지로 결혼 생활도 욕심을 부려서 차지해 보려고 한 적이 없었으니 늘 배려하고 내어놓고, 하고싶은 것도 할 생각이나 엄두도 못 내보고, 그저 없으면 자급자족하는 거라고, 아들녀석 학습지 하나도 돈 없으면 자급자족해서 살아낸 시간들이 불편하다거나 지겹다거나 그런 맘도 없이 그냥 그렇게 살아온 것 같다.
참고 버티는데는 이골이 나서 독하단 소리도 많이 들었다. 내 생각에는 독하지 못해서 그렇게 못난이로 사는데 왜 나더러 독하다 그러는지 나는 아직도 모른다. 그러든지 말든지 그렇게 볼 사람은 보라하고 나는 입 봉하고 그냥 침묵으로 버티고 만다. 그러면 또 그래서 독하단다. 시집와서 내가 친정에서 자란 세월만큼 살다보니 많이 변했다. 내가 보아도 많이 변했다. 그런데 그 변한다는 것이 원래가 순둥이였던 나랑은 잘 맞지를 않아서 내적 갈등이 심하다. 억척스럽게 사는 것도 싫고, 악다구니를 쓰는 것도 싫고, 쌈박질하며 전면전을 벌이는 것도 싫고, 이런 것이 다 싫은데 그래도 순둥이니까 또 그렇게 해야해서 하고 산다.
내 나이 50이 되던 새해부터 생각해 낸 것은 있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 먼저 돌을 던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