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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짐승의 뿔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9-11-28 조회수452 추천수3 반대(0) 신고

말씀 :  다니 7,15-27

 

 

다니엘은 머릿속에 떠오른 짐승과 뿔들의 환시 때문에 놀라 정신이 산란해졌다.

그런데 요즘 자주 접하는 이런 류의 묵시 문학은,

우리의 정신도 산란하게 만든다. ^^

하지만 묵시문학의 특징이나, 그 시대의 역사를 약간만 알고 있다면,

오늘의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은 파악할 수도 있다. 

 

짐승의 정체:

 

다니엘서에 나오는 '거대한 네 마리 짐승'은 

아시리아, 바빌론, (메대), 페르샤, 그리스 등,...

고대 근동 지역의 패권을 잡았던 강대국들을 상징한다,

그리고 짐승의 머리에 돋아있는 뿔은 그 나라를 지배하는 임금을 상징한다.

 

그러니 시대에 따라서 짐승과 뿔이 상징하는 나라와 임금의 이름을 조금 변형해도 될 것이다.  

즉 인류의 문명을 발생시키고, 여러 민족들을 지배했던 거대한 대륙,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북아메리카도 네 마리의 짐승이라 보면 무리일까?

 

황하문명, 인도 문명,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일으키고 막강한 세력을 유지했던 아시아와

나일 문명의 힘으로 인근 지역을 지배했던 아프리카 대륙에 이어

서구 유럽 대륙과 미국으로 이어지는 북아메리카의 패권이 머리를 스친다.

 

다니엘은 네번째 짐승은 다른 모든 짐승과 달리 몹시 끔찍하게 생겼고, 
쇠 이빨과 청동 발톱을 가졌으며, 먹이를 먹고 으스러뜨리며 
남은 것은 발로 짓밟는 특성을 지녔다고 서술한다.

 

여기서 미국이라는 강대국이 앞선 여러 나라들보다 더 나쁘다는 등의,

반미 사상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님을 미리 밝혀둔다.

 

다만 세계가 점차 일일권으로 좁아지면서 어떤 나라든지 간에 현대의 강대국은

이제 어떤 한 지역이 아닌, 세계 전체로 급속히 힘을 파급시킬 수 있는

최강의 위력을 가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어떻든 현재 미국을 대표로 하는 북 아메리카 대륙의 위세는 

'쇠 이빨과 청동 발톱'이 의미하는 강한 지배력으로

전 세계에 심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뿔의 정체:

다니엘은 그 짐승의 머리에서 열 개의 뿔을 보았다.

그런데 또 하나의 뿔 하나가 솟아나오고 있었다.

이상한 것은 이 뿔이 눈을 가지고 있고, 입도 있다는 것이다.

거만하게 떠들어 대고 있는 입.

거룩한 백성과 전쟁을 벌여 그들을 압도하고 있는 입.

 

천사가 다니엘에게 그것이 무슨 뜻인지 해설해준다. 

뿔 열 개는 아무튼 이 나라의 열 임금이요.

열 임금 가운데에서 세 임금을 쓰러뜨릴

마지막 뿔이 제일 세다는 것이다.

 

이 천사의 해설을 듣고 오늘에 적용하여 보면 또 이렇게 풀이할 수 있다.

 즉 뿔이 '임금'이라는 것을. 나라를 다스리는 '통치 이념'으로 대체할 수 있다.

 

현대를 지배하는  선진국들은

과거 세계를 움직이던 대륙의 통치 이상들을 수용, 정화, 발전, 종합하여 

그에 따라 나라와 백성을 다스린다.

 헤겔의 변증법에 따르면 역사는 언제나 그렇게 발전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그동안 세계를 움직이던 인류의 이념, 체재, 패러다임들이

마지막 짐승의 머리에 고스란히 열개의 뿔의 흔적으로 남겨져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렇다.

열개의 크고 작은 뿔은 어떻게 하면 인류가 잘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인류를 번영시킬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인류가 위대해질 수 있을까?

.......... 하는 등등의 통치 이상, 가치 체재, 패러다임들의 집약체인 것이다.

 

 

 다니엘서를 다시 읽으니, 그중 세개의 뿔이 부러졌다.

 

코페르니쿠스의 전환점을 지나 17, 18세기에 접어들면서, 

인간의 이성이(지성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수학, 물리학, 천문학의 발달로 세상 모든 것이 설명 가능한 영역으로 바뀌어 갔고,

산업혁명으로 인간 기술의 영역도 눈부시게 발전했다.

 

신이 서 있을 자리는 줄어들고, 천지가 인간의 세상으로 탈바꿈 되면서,

신 중심의 뿔이 부러졌다.

 

"신은 인간의 모상이다."

"신은 죽었다."

"종교는 민중의 아편이다."

 

그러나 19세기로 들어가면서 조심스럽게 이성의 한계를 느끼고 회의를 품는 사람들도 다시 늘어갔다.

그러다가  두 차례의 거대한 세계대전을 치르며, 이성의 무한한 진보를 믿는 것은 한낱 희망임을 알게 되었다.

인간의 무제한적 이성은, 인간의 거대한 살상에 공헌하며, 인류의 공멸을 앞당길 수 있다는 경고가 쏟아져 나왔다.

 

이성 만능의 뿔도 부러져나갔다.

 

인간은 자기 자신의 실존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신에게도, 인간 스스로에게도 의지 할 곳 없는 인간은 방황하기 시작했다. 

회의주의가 범람했다. 모든 것이 허무해졌다.

 

그러나 인간은 아직도 위대하다.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줄 알기 때문이다.

 

인류에게 구원이 없음을 알게 된, 일단의 사람들은 다시 절대자를 찾아 나섰다.

그들은 과거의 것으로부터 다시 출발하여 나아가는 사람들과,

완전히 다른 세계를 찾아, 색다른 구도의 길을 나서는 사람들로 나뉘어진다.

향해술과 비행술, 정보매체의 발달은 이들의 갈길을 더욱 촉진해주었다. 

 

또 일단의 사람들이 반대편에 있다.

아직도 인간 자체 내에서 희망을 찾는 사람들이다. 

절대자를 구하지 않는 이들이기에, 이들에게는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

다양한 사회 구조와 상황이 변화함에 따라

이들의 이념이나 신조는 늘 상대화되고, 다양하게 변형되는 것이다.

 

즉 과학, 기술, 물질 만능 주의로 치닫는 사람들도 있겠고,

실용성,  효능성, 경제성 위주의 생활 철학이 그들의 신조가 된 사람들도 있겠다. 

사람마다 개성을 들고 나오며 사람마다 자기 나름의 이상을 주장하는 시대가 되었다.

 

아니 이 모두를 아울러 가지고 있는.....

아마도 열개의 뿔(이념)을 다 합쳐도 될만한 뿔이 새로 돋아 나올지도 모른다.

(그것이 다니엘이 말한 마지막 뿔의 파워풀한 면모일까?)

 

아무튼 그러한 열개의 뿔을 머리에 간직하고 있는 네번째 짐승은, 

꼭 앞서 말했듯이 북아메리카의 미국을 지칭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사실 현대인을 지배하고 있는 통치이념들은

이미 한 대륙만의 일도 아니고, 한 나라만의 현상도 아니다.

지구 상의 모든 사람들이 한 문화권 속으로 이끌려가고 있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바로 마지막 짐승이고,

우리 모두의 머리에 돋은 것이 바로 열 개의 뿔이다.

 

다니엘에 의하면 그 뿔은 눈을 가지고 있었고 입도 있어서 

거만하게 떠들어 대고 있다고 한다.

거룩한 백성과 전쟁을 벌여 그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한다.

 

세상을 모니터 하나로,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고,

세상을 대중 매체 하나로도 호령할 수 있다고 믿었던 거만한 임금. 

최근 우리는 임금의 지위를 넘어 신의 경지로 오른,  '경제  만능' 의 신이

여기저기서 우리의 믿음에 배신을 하고 난동을 부리는 것을 목격했다.

 

그처럼 거만하던 '경제 제일 주의'의 뿔이 부러지며,

드러난 날카로운 칼날에 깊이 찔려

극심하게 피를 흘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미국....... 두바이,...... 또 어디일까?

 

그래도 아직 '경제 제일 주의'의 신을 모셔야 할까? 

증권, 달러, 금, 부동산, 오일, ...... 의 신하를 거느리고

아직도 위풍당당 거만한 입을 열어 '너희의 구원이 여기 있다'고 외치는,

지극히 높으신 분의 거룩한 백성들의 영혼까지 오염시키고 있는 우상의 위력.

 

경제신이 술 취해 휘청거릴 때마다,

거룩한 하느님의 백성들의 믿음도 곤두박질쳐진다.

그의 막강한 주권은 하느님의 자녀들(나)에게도 미쳐

그의 부침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락가락하게 된다. 

 

이제 또 우리는 어떤 뿔을 잡을 것인가?

강력한 힘을 가진, 인류에게 구원을 가져다 준다고 호언하는

거만한 입을 가진 뿔들은 인류의 역사 안에서 수없이 보았다.

그들의 거짓된 말에 속아 수없이 많은 이가 피를 흘리며 죽어갔다.

 

다니엘서는 예고한다.

마침내 연로하신 분께서 그들 앞에 서실 날이 있다고.

그때에는 지극히 높으신 분의 거룩한 백성에게 권리가 되돌려 질 것이라고.

이 거룩한 백성이  임금도 아닌 것을 임금으로 모시지 않고,

자신의 영혼, 인류의 영혼의 주도권을 온전히 차지할 때가 올 것이라고.

 

 오! 주님, 그때까지 저희들, 이 어두운 세상 안에서 

명료한 의식으로 깨어 있게 하소서.

우리가 만들어낸 이념과 이상을 쫓아 헛되이 살지 않게 하시고,

오로지 당신이 보여주신 최고의 환시(Vision),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쫓아, 

당신 사랑의 법에 따라 살게 하시며, 

우리 인류의 역사를 참된 번영으로 이끌어주소서.

 

♬ Lacrimosa[연송(눈물의 날-주여 용서하소서)]   

 

 사진: http://blog.daum.net/zcvbn/16135066 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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