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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펌 - (86) 떼밀이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9-11-29 조회수525 추천수3 반대(0) 신고
 
 작성자   이순의 (leejeano)          번  호  6595         작성일    2004-03-19 오후 10:19:20
 
 

(86) 떼밀이

                          이순의

 

 

손이 다쳐서 목간을 못 했다.

3주째 샤워도 못 하고 목간도 못하고. 아이고 여기저기 근질근질 삐질삐질~~~~

지방에 간 짝꿍더러 큰 소리를 쳤다.

" 너가 남편 맞냐?

  각시가 다쳐서 빙신이 되게 생겼는디 오도가도 안허는기

  너가 남편 맞냐?"

참으며 잘 지내고 있으니까 대수롭지 않은 줄 알았나보다.

 

왔다.

짝꿍이 와서 청소도 해 주고,

설거지도 해 주고, 빨래도 해 주고, 이불도 털어주고........

구정물 질질질 흐르고 다니면서 큰소리만 뻥뻥뻥 치는 아들보다 훨 났다.

구석구석은 못 해도 그래도 열여덟 살 아들보다야 쉰 살 짝꿍이 났다.

 

그리고

"나 목욕 좀 시켜주라.

 떼 꾸정물이 까마구다."

차마 자식한테 부탁할 수 없어서 짝꿍한테 명령을 올렸더니

" 자네 죽을 줄은 모르고 살기만 할랑가?

  지금 꽃샘추위여!

  돈 줄테니까 목욕탕 가서 떼밀이 하고 와."

그리고 푸른 지폐 두 장을 준다.

 

아까워서 차마 망설이는데 짝꿍이 큰소리를 더 쎄게 뻥뻥뻥 친다.

그래서 다친 손에 면장갑을 끼고 비닐장갑을 두 겹으로 씌우고

고무줄로 묶고 중무장을 했다.

아무것도 안 들고 할랑할랑 목욕탕에 갔다.

손을 들고 만세를 부르고 다녔다.

한 손으로 겨우 비누샤워만 하고 뜨뜨한 물에 푸~욱 불리면서도 계속 만세를 불렀다.

 

떼밀이 도우미께서 부르신다.

"제가 다쳤는데요. 떼를 못 밀어서 떼가 엄청 많은데 죄송합니다." 라고 말했더니

"괜찮아요." 라고 답하신다.

기술자의 손에서 몇 겹의 허물이 쓱쓱 밀려나갔다.

흐흐흐!!!!

손이 다치면 육신이 더럽구나!

마음이 다치면 영혼이 더러운 건 사실이것구나!

육신이 더러우면 떼밀이 하면 되는데 영혼이 더러우면 우짜노?

양심성찰을 하나? 고백성사를 보나?? 아니 기도인가???

 

무거운 철갑을 벗은 개운함에 짝꿍이 최고다.

"돈이 좋기는 좋네요.

 도우미 아줌마 참말로 좋은 일 하시네요.

 수고하셨습니다." 라고 인사를 했다.

또 만세를 부르며 집에 오는데 "영혼에 떼가 끼면 무엇으로 벗기나?" 걱정된다.

흐흐흐흐흐

 

이글은 순전히 맛배기로 쓴다.

역시 한 손가락으로 쓴다.

대통령께 편지 썼다고 어떤 분이 나더러 여걸이라 하고 범(호랑이)이라 했다.

그리고 민초들의 아기자기한 글을 요청하셔서 손가락 한 개에게 부탁을 했다.

너무 아기자기 하나?

18세 불가 심의에 걸리려나?? 으흐으흐!

나는 여걸도 아니고 범도 아니다.

떼 끼었다고 짝꿍을 구박해서 푸르딩딩한 초상화 두 장 타내는 아짐씨다.

"나 부드럽게 떼 낀 여자예요." (^-^)

히히히

 

ㅡ ’오, 하느님! 죄 많은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루가18,13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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