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펌 - (86) 떼밀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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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순의 | 작성일2009-11-29 | 조회수532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작성자 이순의 (leejeano) 번 호 6595 작성일 2004-03-19 오후 10:19:20
(86) 떼밀이 이순의
손이 다쳐서 목간을 못 했다. 3주째 샤워도 못 하고 목간도 못하고. 아이고 여기저기 근질근질 삐질삐질~~~~ 지방에 간 짝꿍더러 큰 소리를 뻥 쳤다. " 너가 남편 맞냐? 각시가 다쳐서 빙신이 되게 생겼는디 오도가도 안허는기 너가 남편 맞냐?" 참으며 잘 지내고 있으니까 대수롭지 않은 줄 알았나보다.
왔다. 짝꿍이 와서 청소도 해 주고, 설거지도 해 주고, 빨래도 해 주고, 이불도 털어주고........ 구정물 질질질 흐르고 다니면서 큰소리만 뻥뻥뻥 치는 아들보다 훨 났다. 구석구석은 못 해도 그래도 열여덟 살 아들보다야 쉰 살 짝꿍이 났다.
그리고 "나 목욕 좀 시켜주라. 떼 꾸정물이 까마구다." 차마 자식한테 부탁할 수 없어서 짝꿍한테 명령을 뻥 올렸더니 " 자네 죽을 줄은 모르고 살기만 할랑가? 지금 꽃샘추위여! 돈 줄테니까 목욕탕 가서 떼밀이 하고 와." 그리고 푸른 지폐 두 장을 준다.
아까워서 차마 망설이는데 짝꿍이 큰소리를 더 쎄게 뻥뻥뻥 친다. 그래서 다친 손에 면장갑을 끼고 비닐장갑을 두 겹으로 씌우고 고무줄로 묶고 중무장을 했다. 아무것도 안 들고 할랑할랑 목욕탕에 갔다. 손을 들고 만세를 부르고 다녔다. 한 손으로 겨우 비누샤워만 하고 뜨뜨한 물에 푸~욱 불리면서도 계속 만세를 불렀다.
떼밀이 도우미께서 부르신다. "제가 다쳤는데요. 떼를 못 밀어서 떼가 엄청 많은데 죄송합니다." 라고 말했더니 "괜찮아요." 라고 답하신다. 기술자의 손에서 몇 겹의 허물이 쓱쓱 밀려나갔다. 흐흐흐!!!! 손이 다치면 육신이 더럽구나! 마음이 다치면 영혼이 더러운 건 사실이것구나! 육신이 더러우면 떼밀이 하면 되는데 영혼이 더러우면 우짜노? 양심성찰을 하나? 고백성사를 보나?? 아니 기도인가???
무거운 철갑을 벗은 개운함에 짝꿍이 최고다. "돈이 좋기는 좋네요. 도우미 아줌마 참말로 좋은 일 하시네요. 수고하셨습니다." 라고 인사를 했다. 또 만세를 부르며 집에 오는데 "영혼에 떼가 끼면 무엇으로 벗기나?" 걱정된다. 흐흐흐흐흐
이글은 순전히 맛배기로 쓴다. 역시 한 손가락으로 쓴다. 대통령께 편지 썼다고 어떤 분이 나더러 여걸이라 하고 범(호랑이)이라 했다. 그리고 민초들의 아기자기한 글을 요청하셔서 손가락 한 개에게 부탁을 했다. 너무 아기자기 하나? 18세 불가 심의에 걸리려나?? 으흐으흐! 나는 여걸도 아니고 범도 아니다. 떼 끼었다고 짝꿍을 구박해서 푸르딩딩한 초상화 두 장 타내는 아짐씨다. "나 부드럽게 떼 낀 여자예요." (^-^) 히히히
ㅡ ’오, 하느님! 죄 많은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루가18,13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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