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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타인의 삶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9-11-30 조회수1,220 추천수19 반대(0) 신고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성 안드레아 사도 축일 - 타인의 삶

 

 

 

얼마 전에 독일 베를린에 다녀왔습니다. 길에는 철거는 되었지만 아직도 당시 세워졌었던 베를린 장벽의 바닥이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안 좋은 과거를 잊으려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남겨놓고 되새기고 반성하는 독일인들의 모습이 참 성숙해보였습니다.

그 장벽의 잔해를 보니 떠오르는 영화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타인의 삶 (Das Leben der Anderen)’이었습니다.

배경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5년 전입니다. 처음 나오는 인물은 냉혈한 비슬러입니다. 그는 철두철미한 체제 수호자로 연극 작가 드라이만의 감시를 맡게 됩니다. 동독의 공산 체제를 위협하는 그 어떤 것도 그의 시야에서는 벗어날 수 없습니다. 사실은 그의 애인을 좋아하던 정치 고위 관리자가 드라이만에게서 꼬투리를 잡아 그의 여자를 차지하려는 내막이 있었습니다.

냉혈한 비슬러는 애인의 이중생활을 알면서도 그 아픔을 품어주는 드라이만의 사랑에 감동하고 조금씩 자신이 믿어오던 체제보다는 참다운 인간의 삶이 어때야하는지 생각하게 되고 자신의 차가운 삶과 자신이 감시하는 사람의 따듯한 삶 가운데 갈등을 하게 됩니다.

드라이만은 자신의 멘토였던 작가 예르스카의 죽음을 통해 동독 체제에 대한 불만을 갖게 되고 본격적으로 서독에 독일의 자살률의 현실에 대해 글을 쓰게 됩니다. 이제 드라이만의 따듯한 삶을 갈망하게 된 비슬러는 자신의 상관의 매서운 의심의 눈초리에도 불구하고 드라이만을 감싸주고 보고서를 꾸며 올립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엔 그의 가장 중요한 증거물까지 자신이 감추어 그를 보호해줍니다.

그러나 그의 상관은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고 그를 우체국으로 좌천시켜 우표나 붙이는 일을 시킵니다. 그렇게 통일이 되었고 드라이만은 우연하게 자신이 계속 감시를 당해왔던 것을 알게 되고 또 자신을 보호해 주었던 사람이 있었고 그의 암호명이 ‘HGW XX/7’ 이었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비스만이 편지를 돌리던 중 어느 날 자신이 보호해 준 드라이만의 책이 출판된 것을 서점에서 보고 그 책을 집어 듭니다. 제목은 ‘선한 사람들의 소나타’이고 첫 장에는 이런 글이 쓰여 있습니다: ‘감사와 함께 이 소설을 HGW XX/7에게 바칩니다.’

서점 주인은 “선물포장을 해드릴까요?”라고 묻고 비슬러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아니오, 그것은 나를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는 굳어져있던 얼굴이 편안하게 풀리면서 영화가 끝납니다.

드라이만은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있는 줄도 몰랐고 사실 그 이후로도 단 한마디도 나누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책으로 그 감사의 정을 표현했습니다. 그 이유는 자신과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던 그 사람이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것에 대한 보답이었을 것입니다.

저도 사실은 제가 모르는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는 것에 대해 확신합니다. 아마 죽고 나서야 감사를 해야 할 은인들이 많을 것입니다. 또 그 분들도 누군가로부터 알게 모르게 많은 도움을 받으며 살아오셨을 것입니다. 우리 삶은 그런 고마운 분들로 안전하고 편안하게 흘러갑니다.

 

오늘은 안드레아 축일입니다. 안드레아는 비슬러와 같은 분이셨습니다. 12사도 중에 안드레아와 그와 함께 있던 제자, 즉 요한이라고 여겨지는 이 두 사람이 그리스도의 첫 제자였습니다. 둘은 세례자 요한의 제자였다가 그리스도를 만나고 그를 따라가 그 분이 사시는 것을 보고 와서 형제들에게 “우리는 메시아를 보았소.”하고 전합니다. 만약 안드레아가 형, 베드로에게 미리 그 분에 대해 미리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당신을 따르라는 예수님의 말에 베드로가 바로 모든 것을 버리고 따를 수 있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드레아의 역할은 크게 드러나지 않고 사도 중에서도 베드로와 요한만이 크게 드러나게 됩니다.

안드레아의 삶은 그랬을 것입니다. 남모르게 좋은 일을 하고 자신은 영광에서 살짝 빠지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높이고 자신은 낮아지고 사라지는 것입니다. 바로 성모님의 삶이 그러셨습니다. 성모님은 그리스도와 함께 인류 구원을 위해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하셨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뒤로 물러나계십니다. 이렇게 남모르게 도와주고 자신은 역할을 한 것에만 감사하며 뒤로 물러나 보이지 않는 분들이 참다운 성인일 것입니다.

 

저도 이름도 제대로 생각나지 않는 분들이 “신부님 위해 계속 기도했어요. 건강하시죠?”라고 물을 땐 부끄러움과 함께 감사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습니다. 얼마나 많은 분들이 보이지 않게 힘이 되어 주고 계신지 저는 다 알 수 없습니다. 그런 분들이 드러나게 어떤 일을 하는 사람보다 더 성인적인 분들 같습니다.

‘안드레아’란 말뜻은 ‘어른’을 의미합니다. 자신의 삶이 아니라 타인의 삶을 위해 보이지 않게 좋은 역할을 하며 자신의 영광을 찾지 않는 겸손한 사람들, 그 사람들이 바로 성숙한 어른들일 것입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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