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외국 여행을 하면서 유채꽃밭을 지나간 적이 잇다. 노란색 꽃이 흐드러지게 핀 길을 달리면서 처음에는 ‘와! 예쁘다.’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 길이 30분 이상 이어지자 ‘노란색만 쳐다보니까 어지럽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그렇게 흐드러지게 핀 유채꽃밭을 봤으니 제주도의 유채꽃밭을 보고는 별 감흥이 들지 않았다. ‘뭐 이런 걸 가지고 관광 상품까지 만드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 앞에 서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을 가소롭다는 식으로 쳐다보았다. 그때 함께 간 사람들이 “신부님은 유채꽃이 예쁘지 않으세요?”라고 물었고, 나는 “뭘 이정도 가지고 그러냐?”는 식으로 대답을 했다. 그렇다. 나는 한 번 본 것이 최고인 양 여겼고, 함께한 사람들과는 어울리지도 않았다. 빨리 그곳을 떠났으면 하는 생각뿐이었다. 사람은 그런가보다. 자기가 본 것이 최고이고, 자신의 경험이 최고의 경험이며, 자신의 생각이 옳은 것이라고 여기는 것.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너희가 보는 것을 보는 눈은 행복하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
율법을 지키는 것이 구원을 받는 길이기에 예수님께서 보여주시는 기적을 보고도 깨닫지 못하고,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도 기쁘지 않은 사람들.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이유는 자기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 이렇게 기도하고 싶다. ‘아버지! 지혜와 슬기를 가졌다고 착각하는 저에게 철부지처럼 아버지께만 의탁하는 단순함을 주소서. 아멘.’
강헌철 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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